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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시·시조 부문-가작]겨울밤

정새희

편백나무 사이로 눈 뿌린다

장정 두 사람 훌쩍 들어올린 소한 지나고

어금니 떨리는 大寒 대한 어찌어찌 넘겼으나

굵고 튼튼한 고드름 여간해서 달려있는

출출한 뱃속 주무르다 잠든 늙은 겨울

백로의 다리처럼 길어졌다


입이 궁금한 이참에

고구마 난롯불에 올려놓고

이민짐에 묻어 온 번철에 기름치고

감자부침이나 지져볼까


드라마에 푹 빠진 남편은 볼륨을 올린채

신라면 두개 끓여 달라는 주문을 넣고

고장난 벽시계 믿고 모로 누웠다

월월 건너집 개 짖는 소리에

돌아눕는 정월 스물아흐레밤


그런데 저리 울어쌌는 부엉이는

오늘밤 어디서 숙박계를 쓰겠나

▶수상소감

폭설에 갇혀 살아온 겨울 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생각 한 건 처마밑에 매달린 고드름이 녹아내리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춥고 지루했다. 그런 참담했던 긴 침묵의 시간 속에 두 눈을 끔벅이며 음습한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바둥대던 날 전화로 당선 소식을 받았다.

순간, 절필 선언을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 이방에서 예외 없이 치러야 했던 참담했던 순간들. 시가 곁에 있어 포기하지 않고 맨발로 자갈밭을 걸어 갈 수 있지 않았던가. 시 때문에 닳은 발뒤꿈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고백하건대 이제 그 앞에 도망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둘의 관계, 언제까지 봄날일 지 훗날 변심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오늘, 시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겠다는 의연한 다짐 하나 가슴에 묻는다. 이 순간 겨울과 봄의 경계가 자리를 바꾸어 앉는다. 하지만, 찾아온 이 기쁨이 행복하고 때론 불행할지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변함없는 격려로 등 다독거려 준 남편과 응원해 준 별이 솔이에게 고마움 전한다. 그리고 내 시에 늘 손을 높이 올려준 부동산 캐나다뉴스 이용우 사장님께 술 한잔 살 기회 있어 행복할 따름이다.

끝으로 부족한 시 건져 올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미주 중앙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제게 주신 과분한 창작의 격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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