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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 시·시조 부문-당선작]야생화

김선호

야생들은

다 한통속으로 불 심지 하나를 품고 있지

본적도 없어 저들끼리, 끼리끼리지만

족보 없는 후레자식이라고 폭설에 밟히기 일 수지만





때가 되면

천지를 다 돌아오는, 저것들 좀 봐

옐로페이지에 등재된 이름보다 더 많은 무지렁이가

들판 가득히 등 구부리고 봄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것을



때가 되면

잠시라도 한번 들로와 봐

굽었던 등을 쭉 펴고 일어서는 활짝 웃는 일꾼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누구랄 것도 없이 야생을 꺼내 본능의 등고선을 불 지르는,

단단한 철을 녹이는 용광로를 보게 될 테니까



구릉에 녹아 흘러내리는 철 따라

진군해 오는 수렵꾼들의 숨 고르는 소리를 들어봐

머지않아 들녘은 모두 저들 차지가 될 테니까

저들끼리 다 해 처먹을 테니까

봄철 다 삭도록 말이야.

▶수상소감

화살 하나가 시위를 떠났다

돌아갈 수 없는 포수의 품, 이제

과녁 쪽으로만 살 길을 내며 날아가는 당신

그래서 뒷모습을 볼 수 없는 당신

끝내 관중에 꽂히어 살아질, 아

하햫게 그리워집니다.

신인 문학상의 영광을 안겨 주시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을 중앙일보 기자님들, 기꺼이 저의 손을 들어 최우수 당선작이라 낙점을 찍어 주신 배정웅 시인님, 김호길 시인님, 홍승주 시인님, 그리고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특별히 문학을 후원하여 주신 윌셔은행, CJ 아메리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배 시인님이 내미시는 축하의 손을 잡으며, 달리기 릴레이 트랙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인문학상에 응모하였으나 당선의 꿈을 잠시 접게 되신 분들에게도 계속 정진하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문학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 희망은 스스로 가꾸고 기리는 자가 지쳐 돌아눕던 밤에 맞은 편 까만 언덕 위로 빛나던 별의 눈빛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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