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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은 운동…치명적 독입니다"

건강 얻으려다 몸 망가뜨리는 '운동중독'

직장인 임정훈(41)는 퇴근하면 바로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근력운동을 매일같이 해온 것이 4년째다. 하루라도 운동을 못한 날이면 몸이 찌뿌듯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던 김씨는 한 달 전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관절이 손상됐다.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당장 운동을 그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운동이 주는 ‘쾌감’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 운동중독이다.

약물 중독 만큼 치유 어려워

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중독으로 본다. 바로 내성·금단증상·일상생활의 지장 등이다. 알코올중독이 되면 마시는 술의 양이 갈수록 늘어난다. 기존 양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내성이 생기고 금단증상을 보이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 모든 중독의 공통점”이라며 “운동도 이에 준하는 중독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운동중독도 같은 개념이다. 기존 운동의 시간·횟수·강도로는 만족이 안 돼 점차 그 양을 늘려간다. 또 운동을 안 하면 불안하고 짜증이 난다. 줄이려고 노력해도 줄일 수 없다. 결국에는 업무도 소홀하게 되고, 가족과도 멀어진다. 운동중독은 마라톤·근력운동·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나타난다.

몸속의 마약, 엔도르핀

왜 운동중독에 빠질까. 주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엔도르핀(endorphin)이다. 내부를 뜻하는 접두사 ‘엔도(endo)’와 아편의 주요 성분인 ‘모르핀(morphine)’의 합성어다. 즉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마약이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감소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아편과 같은 효과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느끼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도 분비된다.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통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일종의 방어기제인 셈이다. 도파민도 운동중독과 관련이 있다. 운동 시 쾌감·즐거움에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도 분비된다. 도파민 역시 엔도르핀처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이 주는 쾌감은 꽤 크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달린 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나면 몸의 저항감이 없어지고 심장 뛰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몸이 힘들어도 운동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격렬하게 운동하면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쾌감에 중독돼 운동중독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운동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되레 몸을 망치는 것이다. 운동과 회복이 선순환 구조로 이뤄져야 하는데 악순환의 과정을 밟아서다.

모든 운동은 근육·힘줄·관절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킨다. 오히려 손상이 없는 운동은 운동효과가 없는 것을 말한다. 초기 일주일 내에는 젖산과 염증이 생기면서 쑤시고 결린다. 휴식을 취하면서 이러한 손상이 치유되고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이 바로 단련이다.

운동중독의 경우는 다르다. 휴식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쉬면 몸이 찌뿌듯하다고 느껴서다. 운동을 해야 비로소 개운하다고 느낀다. 이 개운함은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오는 일시적인 것이다. 이때는 조직의 부종이 빠지고 몸이 부드러워진 것으로 느끼게 된다. 몸의 조직이 손상된 상태로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해장술을 마시면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문제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한 운동을 하면 힘줄과 인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근육과 피부는 혈류량이 높고 대사량이 많아 회복이 잘되고 손상이 적지만 힘줄과 인대는 그렇지 않다. 회복기간이 근육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힘줄은 한번 다치면 회복까지 4~6주가 걸린다.

그래서 운동중독은 만성건염과 만성관절염을 초래한다. 선수 생명이 단축되는 과정을 운동중독이 ‘강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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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통증…무조건 쉬어라
운동중독 부작용 예방하려면



‘운동=건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이 약이요, 이를 벗어나면 독이다. 운동중독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법을 알아보자.

*몸이 주는 신호에 귀 기울여라=운동할 때는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주시하면서 운동량을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신호는 통증이다. 몸에 통증이 있을 때는 운동을 더 이상 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다. 충분히 쉬고 회복한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아침의 몸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침에 스트레칭했을 때 통증이 있으면 그 날은 쉰다. 통증이 가라앉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내 심박수에 맞는 운동량 체크=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다. 심폐질환이 있거나 심장에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운동 강도는 최대심박수의 70% 선에서 정하는 것이 적당하다.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료기관에서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본인의 최대심박수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단 심장질환의 위험인자가 없는 사람은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대략적으로 구하는 공식이 있다. 220에서 본인의 나이를 뺀 것이 일반적인 최대심박수다. 당연히 나이가 많아질수록 최대심박수는 줄어든다. 최대심박수에서 0.7을 곱한 심박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운동강도를 결정하면 된다. 운동 시 심박수는 심박계를 통해 어렵지 않게 잴 수 있다. 심박계가 없다면 15초간 심박수를 센 다음 4를 곱해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 3회, 유산소는 하루 1시간 이내=운동 횟수를 주 5회로 하느냐, 주 3회로 하느냐를 두고 논란은 있다. 하지만 주 3회가 적당하다. 가벼운 운동은 매일 하더라도 무리가 없지만 과격한 운동은 하루 걸러 한 번씩 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한다면 1시간 이내가 가장 효율적이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 분해가 주 목적이다. 빠르게 걷기를 1시간 이내로 한다. 1시간 이상 하면 근손실이 일어난다. 마라토너의 체격이 마른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르게 걷기의 속도는 옆사람과 대화하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력 운동은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운동량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 필수=운동 후 손상에서 잘 회복되려면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수다. 수면은 6~8시간이면 충분하다. 기존 식단에서 단백질 음식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근력운동 후에는 몸이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일반 식단으로는 회복률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국·찌개인 데다 고기는 주로 저녁에만 먹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 육류·콩·두부·계란흰자·흰살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끼니마다 먹는 것이 좋다. 신경을 써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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