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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잘 먹어야 암세포와 싸우지요" …임상영양사가 말하는 암환자 식단

검증 안 된 음식 상식 의존 많아
환자 맞춤형 건강요리 섭취 중요

환자가 먹을 수 있도록 성분 배려
기운 차려 저항력 기르는 게 목표


LA한인타운 윌셔와 버질에 위치한 LA암센터 5층의 조용하고 청결한 사무실. 송오금 임상영양사(영양학박사)가 장루 조성술 수술(대변 통로를 몸밖으로 유도하여 대변 주머니를 착용하도록 한 수술)을 받은 50대 중반의 여성 직장암 환자와 마주 앉았다. 이 환자는 직장의 암세포를 제거한 다음에 앞으로 6차례의 항암치료(키모테라피)를 받는다.

"수술 전보다 20파운드 가까이 빠졌는데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한 숟가락 먹고 나면 더 못 먹겠어요." "집에서 누가 식단을 도와 줄 사람이 있나요?" "아들하고 살아요."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 "해물파전이나 비빔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데…몸에 나쁘다고 하니 먹을 수도 없고…" "누가 그래요, 밀가루 음식이 나쁘다고? 근거없는 말이니 잊어 버리시고 제가 해물파전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 알려 드릴게요. 여기 적어 드릴게요. 누구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 사람 있어요? 지금은 아무 생각말고 하루 종일 먹을 것만 궁리해야 해요. 고단백질이 필요하니까 해물 중에서도 새우를 많이 다져 넣고…" "새우는 콜레스테롤이라 나쁘다던데…" "그것도 잘못된 정보예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기 때문에 지금 환자 분은 새우를 많이 드셔서 기운을 회복해야 항암치료를 잘 받을 수 있어요."

한 시간 정도 영양상담이 진행됐다. 상담을 마친 환자는 "자신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떻게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지 요령을 알 것 같구요." 송 영양사는 아들이 엄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팬케이크 만드는 법을 적어 주면서 도움을 청할 것도 당부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정도는 우리 아들도 만들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송 임상영양사는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암환자의 식단에 대해 설명을 들어 보았다.

-오늘 스케줄을 보니 폐암, 결장암, 위암과 조금 전의 직장암 환자였다. 암 종류에 따라 식단이 다른가?

"물론이다. 암마다 영양식이 다르고 또 개인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당뇨나 혈압이 있다면 더 복잡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한가지 공통점은 암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

-장루 조성술을 받은 환자는 영양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환자의 경우는 고단백·고탄수화물·고칼로리 식사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도와줄 사람도 없는 데다가 평소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도 잘못된 정보로 일부러 먹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먹을 의욕이 상실된 상태다. 우선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무언지 알아내서 식욕을 되찾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필요한 영양분 섭취도 하게끔 음식물을 선정해줘야 한다. 암환자의 영양상담은 철저히 '환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누구와 사는 지를 계속 물었는데 중요한가.

"미국인 환자를 보면서 감동받은 것이 누군가 암진단을 받은 걸 알게 되면 친구 또는 이웃 특히 교회사람들이 도움을 자청한다. 항암치료가 힘든 걸 알기 때문에 누구는 일주일에 한번 마켓을 보아 주겠다고 자청하고 누구는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 봐서 매주마다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우리 한인들사이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희망한다. 먼저 환자쪽에서 청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아픈데 도와주지 않겠는가. 아까의 경우는 아들이 충분히 엄마를 도와 팬케이크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다. 이것이 오히려 아들에게도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청할 만한 친구나 이웃에게 항암치료 전에 미리 한가지 메뉴를 부탁해 정기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환자 자신이 의욕적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체력 보강을 위해서 입맛을 돋구어 먹어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

-좋아하는데 밀가루 음식이 나쁘다고 해서 먹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런 경우 해주고 싶은 조언은.

"오늘 상담환자 중에 60대 후반 남성인데 30년 동안 하루에 3갑씩 담배를 피웠다. 폐암 진단을 받은 후 부인이 버섯을 비롯해 몸에 좋다고 들은 온갖 야채를 갈아서 마시라고 하는데 곤욕이라는 것이다. 평소 콩나물도 안 먹을 정도로 야채를 싫어하는데 생야채를 마시라고 하니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이 환자에게 그럼 샐러드는 좀 먹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브로콜리는 먹냐고 하니 먹는다고 했다. 부인에게 야채즙은 중단하고 앞으로 남편이 먹을 수 있는 샐러드를 만들되 브로콜리를 좀 더 많이 넣으라고 알려주었다. 많은 암환자들이 진단 후 이처럼 생소한 보조요법이나 약제 등 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는데 검증 안 된 음식들은 오히려 암치료에 위험할 수 있다."

-임상영양사와 암환자 그리고 가족의 최종 목표는 뭔가.

"암은 의사·환자·가족이 한 마음으로 한 팀이 되어 싸워야 하는 장기전으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임상영양사,환자,가족,담당의사가 한 팀이 되어 음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암세포는 제압시키고 살아있는 세포에게는 힘을 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잘 이겨낼 수 있고 암세포와 잘 싸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항암치료 중에 흔히 나타나는 메스꺼움이나 식욕부진은 체력이 받쳐 주면 이겨낼 수 있다. '환자 맞춤형의 맛나고 영양있는 식단 꾸미기'를 통해 체력을 보강시키는데 일주일에 5일, 하루에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잘 먹을 때 가능하다. 언제든 식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의사에게 말해서 임상영양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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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상담 받은 경우 치료효과 큰 차이"

한인타운에서 처음으로 암환자를 위한 영양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LA암센터의 안상훈 암전문의는 전체 암의 35% 정도가 평소 개인의 식생활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암치료에 전문적인 임상영양사는 필수적이라 설명했다. 항암제 치료를 받게 되면 식욕부진, 메스꺼움,입안의 점막염 등으 증상들로 인해 잘 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임상영양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암센터의 한효구 전문의는 "대부분의 미국 대형 암센터에서는 영양 상담이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우리 암센터에서도 계속 적임자를 찾았고 송 박사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전문 영양상담을 받은 경우 치료효과도 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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