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없어" "내 것 입어" … 선장과 달랐던 아이들
침몰 순간 선실 아이들 … JTBC 총 14분 동영상 보도
안내방송 "움직이지 말라" 반복
선실 안 학생들 여기저기서 "예"
구명조끼 입으며 "선장은 뭐하길래"
"갑판 위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선생님들 다 괜찮은 건가" 걱정도
"구명조끼가 한 개 없어요."
"내 것 입어."
"너는?"
"가져와야지."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선실에 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과 대화가 담긴 새 동영상이 공개됐다. 'JTBC 뉴스9'은 27일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박수현(17)군이 사고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확보해 보도했다. 동영상은 박군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박군은 사고 당시 선실 4층 객실에 있었다. 박군은 숨졌고 동영상에 나오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도 숨졌거나 실종 상태다.
박군이 찍은 동영상 파일은 모두 2개다. 첫 번째 영상은 최초 신고가 이뤄진 16일 오전 8시52분27초부터 5분간 촬영됐다. 두 번째는 8시59분53초부터 9시9분22초까지 9분29초 분량이다. 그사이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고 되풀이했다.
배가 점점 기울자 학생들은 서로 구명조끼를 나눠 입었다. 심각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듯 다소 장난기 섞인 말투로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반복되는 "대기하라"는 방송에 여기저기서 "예"라고 대답도 했다.
동영상은 박군의 아버지 박종대씨가 JTBC에 전달했다. 박씨는 'JTBC 뉴스9'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동영상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의) 중요한 부분은 봤다"면서도 "가슴이 떨려서 다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음은 동영상의 주요 녹취 내용이다. 별도 표시가 없는 따옴표 안은 학생들의 말이다. 녹음 상태가 고르지 않아 어느 학생이 말한 것인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다.(※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동영상 설명)
#동영상1(오전 8시52분27초~57분27초)
"배가 기울었다"는 한 학생의 말로 시작되는 첫 번째 동영상은 오전 8시52분27초에 촬영 버튼이 눌러졌다. 같은 시각 다른 객실에 있던 최덕하(17·사망)군은 전남소방본부를 통해 목포해경에 사고 소식을 최초로 신고했다. 8시52분을 전후해 학생들이 배가 기울고 있다는 걸 일제히 감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경은 최군을 선원으로 착각해 사고 위치의 경도·위도가 어디인지 거듭 물으며 초동 대처 시간을 허비했다.
"아, 기울어졌어."
"야, 나 좀 살려줘."
[안내방송]"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이 멈춰선 채 가만히 방송을 들음.)
"진짜 침수되는 거 아냐?"
"쏠리는 거 장난 아니야. 자꾸 이쪽으로 쏠려. 못 움직여."
"야, 방문 못 열어. 안에서만 열 수 있어. 밖에서는 못 열어 아예."
"누구 구명조끼 좀 꺼내와봐."
시간은 오전 8시55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세월호 조타실에선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처음 구조 요청을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학생들은 "아까보다 괜찮아진 것 같다"며 서로 다독거렸다.
"안정되고 있다."
"응. 아까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
"배가 왜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어진 거야."
"이거 뉴스에 뜨는 거 아니야?"
"나 (침대에서) 진짜 내려가고 싶거든. 여기 무섭거든."(※동영상이 찍힌 객실은 2층 침대 4개가 있음.)
"페이스북에 올리면 재밌겠다."
[안내방송]"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서)"절대 움직이지 말래."
#동영상2(8시59분53초~9시9분22초)
오전 8시57분에 끊긴 동영상은 2분 뒤인 59분부터 다시 촬영됐다. 배가 조금씩 더 기울면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나눠 입기 시작했다.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가 대부분이지만 갑판에 있는 친구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진짜."
"진짜 침몰해요?"
오전 9시1분 학생들은 누군가로부터 "구명조끼 던져"라는 말을 듣고 서로 구명조끼를 건네기 시작한다. 그 시각 1등항해사 강모(42)씨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사고 상황을 보고했다.
"으아. 구명조끼 던지래."
"야, 구명조끼 입어 너도."(※한 학생이 구명조끼 2개 복도 쪽으로 던짐.)
"없어 이제? 구명조끼?"
"여기 구명조끼 한 개 없어요."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갔다 와."
"선장은 뭐하길래."
" 뭐가 걸린 것 같아. 진짜 타이타닉 된 거 같아."(※영화 '타이타닉' 주제곡 흥얼거림.)
"제발. 살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
(교사로 추정) "옷 다 입었어? 그쪽 다 입었는지 확인해봐."
(여기저기서) "예. 다 입었어요."
"침몰 안 할 거야. 안 해야만 돼."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둘 다 사랑해. 우리 ○○○씨 아들이 고합니다. 이번 일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야(※동생 이름) 으…. ○○야 너만은 절대 수학여행 가지 마. 오빠처럼 되기 싫으면 알았지? 제발.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마지막이야. 나 지금 기울어진 거 보이지? 고마워."
"갑판에 있던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밖으로 떨어진 거 아니야?"
"갑판에 창문도 없잖아. 그러니까 더 위험하다는 거지."
[안내방송]"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서)"예."
오전 9시7분이 되자 조금씩 불안감이 감돌았다. 이 시각 세월호는 진도VTS와 교신했다. "침몰 중이냐"는 진도VTS의 물음에 "해경 빨리 좀 부탁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안내방송]"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아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
"구명조끼 입으란 거는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
"카톡 왔어. 쌤(선생님)한테."
"뭐래?" "애들 괜찮으냐고."
"선생님도 (괜찮은지) 여쭤봐."
"선생님도 지금 카톡(카카오톡 메시지)을 안 보고 있어."
동영상은 9시9분22초에 끊겼다. 약 28분 뒤 선장과 항해사·조타수 등 선원 15명은 승객을 남겨둔 채 배에서 전원 탈출했다.
정강현·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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