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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이정원 경관 미망인 본지 단독 인터뷰

"아빠 몫까지…강해지려 노력
아이들 잠들면 혼자서 눈물"

"이를 악 물고 더 강하게 살아야죠."

지난 달 순직한 LAPD 이정원 경관(영어명· 니콜라스)의 아내 캐시 이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지 49일. 이씨는 "'수퍼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남은 두 딸 젤린(10)과 켄달(6)에게 아빠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슬픔에 빠져 있을 틈도 없었다. 딸들과 아빠가 있었던 때처럼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달 13일 열린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시부모인 이흥재(65)씨와 이정자(61)씨가 아들의 관을 붙잡고 오열할 때도 이씨는 어금니를 꽉 문 채 눈물을 참았다. "아이들과 울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 때문에 아이들도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삼키더라구요."



엄마 이씨는 강해졌지만 아내 이씨는 아프다. 이 경관의 유품들은 아직도 집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거실에도, 방안 곳곳에도 이 경관이 생전 사용하던 물건들에는 그의 향기가 남아있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지금이라도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늘 쓰던 물건들을 집어들 것만 같아요."

이씨는 종일 강한 엄마로 지내다 아이들이 잠 들고 나면 문을 닫고 혼자 울었다고 했다. "다정한 남편이었어요. 집에 돌아오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죠." 이씨는 남편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언제쯤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 모녀의 하루 일과에는 특별한 시간이 생겼다. 이 경관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함께 보는 시간이다. "딸들에게 우리에게 이렇게 근사한 아빠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사진 속 추억에 잠겨 함께 웃기도 하구요."

큰 딸 젤린 양은 "아빠의 장례식 때 마주한 광경이 아빠를 더 자랑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LA시장과 시의원들, 수 천명의 경찰관들, 거리에 나와 조의를 표하던 시민들의 모습 때문이다.

세 모녀의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씨는 이왕이면 활짝 웃는 포즈를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보고 있을 남편도 신문에 실릴 우리의 모습이 웃고 있기를 바랄 거예요. 우리는 슬프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죠."

이 경관이 근무하던 LAPD 할리우드 경찰서는 25일 경찰서 입구에서 이 경관 추모 조형물인 '메모리얼 스타'의 제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들과 테리 하라 LAPD 부국장, 피터 자콘 할리우드 경찰서 서장 등 300여명의 경관이 참석했다. 하라 부국장은 "이 경관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별이 되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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