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 (2)
이종호/논설위원
한 시사주간지는 작금의 사태를 '고장난 나라-비겁한 선장, 무능한 정부, 한심한 언론'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속수무책이다. 승선한 국민들은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하고 있다. 나 역시 언론 종사자로서 그동안 무책임한 말들, 분노를 부추기는 말들을 열심히 실어 나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그럼에도 또 쓴다. 한국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2년 전쯤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라는 칼럼을 썼었다. 엊그제 그 글을 다시 읽었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우리도 그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북받쳤다. 요즘 한국 사람들, 미국을 우습게 본다. 그래도 한국이 못 따라 오는 것들은 여전히 많다.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 옳은 길이라면 따라 가야 한다. 그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몇 가지만 다시 짚어 본다.
첫째, 미국은 공정한 룰이 지배한다. 편법과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어땠나. 맘대로 고치고 적당히 봐 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그냥 넘어갔다.
둘째, 미국은 공권력이 존중받는 나라다. 제복입은 사람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한국은 공무원과 경찰이 '봉'이다. 툭하면 소리치고 멱살 잡고 심지어 구타까지 한다. 이게 나라인가. 질서가 잡힐 리 없다. 시스템이 돌아갈 리 없다.
셋째, 미국은 리더를 인정한다.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국익 앞에선 하나가 될 줄 안다. 한국은 아예 리더를 만들지 않는다. 탈법과 술수로 올라간 자리들이어서 그럴까. 그것만은 아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싫은 거다. 나보다 잘 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리더가 없으니 모두가 우왕좌왕이다.
넷째, 미국은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다. 어디를 가든 어린이와 임신부, 노인들을 위하고 양보한다. 어린 학생들만 남겨놓고 어른들이 먼저 살겠다고 도망가는 일은 없다. 한국은 강자의 나라다. 돈 없고 힘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말, 수십 년 전에도 들었지만 지금도 듣는다.
다섯째, 미국은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래서 따지고 또 따진다. 보고 또 본다. 대충대충 얼렁뚱땅은 한국의 고질병이다.
#. 겉만 번지르르한 나라, 속으로 골병든 한국. 이제라도 바로 서려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또 있다. 미국에 14년 살면서 미국이 좋은 이유, 보고 느낀대로 몇 가지만 더 꼽아본다.
여섯째, 미국은 말을 아낀다. 아무리 큰 사건에도 남을 난도질 하는 말을 마구 내뱉진 않는다. 말은 칼이다. 제어되지 않는 말은 총칼보다 무섭다. 언론도 그것을 안다.
일곱째, 미국은 실패에서 배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노스리지 지진이 나자 모든 건축법규는 다시 정비되었다. 테러가 나면 검색을 강화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다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불편해도 감수한다.
여덟째, 미국은 그래도 법과 정의가 살아있다. 의원도, 시장도, 경찰도, 부자도 법을 어기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홉째, 미국은 더불어 살려고 애쓰는 나라다. 피부색이 달라도, 영어가 서툴러도 얼마든지 와서 살 수 있다. 이 정도나마 일구고 사는 우리 한인들이 그 증거다.
열째, 미국은 개성을 존중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도 뭐라 하는 사람 없다. 전 국민이 명품 안 들어도 되고, 연예인 얼굴로 똑같이 안 뜯어 고쳐도 된다. 획일화된 사회, 그것만큼 피곤한 곳은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사람 사는 곳이다. 한 꺼풀 벗겨보면 똑같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시스템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역시 너무 차이가 난다. 아직도 한국은 부지런히 더 배워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이 제대로 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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