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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코믹할 수 있다

이구데스만&주 인터뷰

클래식 콘서트에 가면 꼭 눈에 띄는 관객들이 있다. 바로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관객들. 처음에는 '저럴거면 왜 온 건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측은해지는 마음도 생기면서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 좀 다를 순 없을까? 웃음이 넘치는 클래식 공연은 정녕 없다는 것인가!

이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듀오가 있다. 바로 이구데스만&주. 한인 피아니스트 주형기씨와 러시안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서로 역할극을 하면서 피아노 치는 학생을 나무라는 선생을 보여주기도 하고 진공청소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피아노를 누워서 치기도 하고 나무조각으로 치기도 하는 등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클래식을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 웃음이 인기를 끌어 유튜브에 올린 공연 영상이 35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몰이를 했다. 오는 26일 오후 8시 롱아일랜드 틸스센터(720 Northern Blvd)에서 공연하는 이들을 e메일로 만나봤다.



-듀오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이구데스만·이하 이) "예후디메누힌스쿨(영국)에서 공부할 때 클래식 음악계가 지나치게 진지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 다 그렇게 생각했다. 콘서트를 가면 장례식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클래식 음악 공연이 꼭 그렇게 심각하고 엘리트주의적이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젊은층이 클래식 콘서트를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걸 바꾸고 싶었던 게 한 이유고 또 다른 이유는 우리를 가르치던 선생님 중 엄격한 분들을 좀 골려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피아노 레슨'이라는 장면이 탄생한 건지.

(주형기.이하 주) "그런 셈이다. '피아노 레슨'은 학생들에게 가끔 교사들이 너무 모욕적으로 대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장면에서는 내가 이구데스만한테 레슨을 하고 있는 중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사람들이 나무라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고 행동만 보게 해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재미있긴 하지만 마음 아픈 내용이다.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코드는 '웃음'이다."

-웃음 코드로만 공연하다보면 진지한 클래식 음악 연주와는 거리가 생길 것 같은데.

(이) "우리에겐 코미디 공연을 하는거나 베토벤 소나타를 치는 것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 준비하는 과정이나 몰두하는 것도 같고 아무리 코미디를 하더라도 음악이 먼저기 때문이다. 아직도 음악 페스티벌에 가면 '진지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곤 한다. 주형기씨의 경우 최근 런던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했고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트리오 연주를 했다. 우리 쇼에도 한두곡은 웃음 포인트 없이 연주만 하는 순서가 있다."

-(주형기씨에게)부모님이 한국 분이신데.

(주) "영국에서 태어났고 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다음에 대학은 뉴욕에서 다녔다. 어렸을 때 한국을 가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한국에 보내줄 돈이 없어 못 갔다. 그러다 학교에 들어가니 한국에 갈 시간이 없더라. 그래서 어릴 적 한국에 대한 내용은 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아버지는 영국 한인 커뮤니티에서 합기도협회를 설립했고 어머니도 런던한국학교 교장으로 활동하시곤 했다. 하지만 내가 한인으로 나의 배경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식이다. 김치 불고기 닭도리탕 다 만들어 먹는다. 또 한국 전통 음악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 중국이나 일본 음악은 서양 문화권에 좀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덜하다. 또 조카들이 한국 K팝을 많이 좋아해서 K팝도 많이 들어봤다."

-전세계를 무대로 공연하다보면 문화권마다 다른 웃음 코드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텐데.

(주) "개인적으로는 자라온 배경 때문인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피시 앤 칩스(영국음식)를 먹으면서 김치도 같이 먹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면 된다.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을 접하다보니 전통이나 관습의 한계를 벗어나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우리 쇼의 경우 보편적인 요소들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전 세계 가는 곳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각해보면 '음악'이라는 것과 '코미디' 자체가 보편적인 것 같다. 전 세계인이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고 미스터 빈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 관객의 특징을 꼽자면 박장대소하고 웃는다는 점과 몸개그에 더 반응한다는 점인 듯하다."

-한국 팬들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 "한국 팬들과의 기억은 없지만 학생과의 기억이 하나 있다. 1998년이었는데 예원학교에서 마스터클래스를 할 기회가 있었다. 15살쯤 된 소녀가 있었는데 라흐마니노프 에튜드를 연주했다. 아주 잘 해서 별로 해줄 말은 없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캐릭터나 페달링 프레이징 등을 조금 이야기해줬다. 그러고 다시 한번 연주하는데 이번에도 잘 했지만 왠지 다르게 이 소녀가 연주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있었고 그게 라흐마니노프의 감성과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잘한 것 같은데 내가 하라는 대로 한 것 때문이라기보단 라흐마니노프가 느꼈던 걸 너도 더 느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소녀가 "나는 항상 이렇게 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마음이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를 잘 표현하도록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감사했다."

-뉴욕 공연을 앞둔 소감은.

(이) "매번 느끼지만 뉴욕 관객들은 최고다. 우리는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굉장히 두터운 팬층이 있는데 보통은 공연이 끝나고 클래식 음악을 더 알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공연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절로 흥얼거리면서 춤까지 추게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시길 바란다." www.tillescenter.org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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