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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돌 탐사취재] 의사도 환자도 문제

약에 너무 의존하는 한인 환자
'손님 요구' 순응하는 의사
제약회사와 '유착'도 한몫

LA한인타운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권모(65·여)씨가 내민 처방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권씨가 내민 처방전은 혈압약, 식욕증진제, 갱년기 치료제, 안약 등 무려 8가지나 됐다. 권씨가 담당 전문의들로부터 처방받은 비싼 브랜드 약들이다. 게중에는 함께 복용하면 위험한 약도 있었다.

권씨의 사례는 약의 오남용 책임이 의사와 환자 양쪽 모두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환자당 평균 처방 횟수가 주류에 비해 8건이 많고, 처방 건당 평균 약값도 11% 비싼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약값이 비싼 이유는 브랜드 제품 선호 때문이다. 탐사보도 전문언론인 '프로퍼블리카'는 지난해 11월 우편번호를 토대로 브랜드 약 선호지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브랜드 약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코리아타운'이 포함됐다. 프로퍼블리카는 "1.5 평방마일에 불과한 좁은 곳에서 브랜드 약 처방률 최상위권에 올라있는 한인의사는 7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중 하나는 대형 제약회사와 의사와의 '끈끈한 관계'다. 프로퍼블리카는 파이자 등 대형 제약회사가 지난 2년간 정부에 제출한 의사 후원금 자료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본지 조사 대상인 한인 의사 260명을 검색한 결과 85명이 제약회사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셋 중 한 명꼴이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의사는 LA의 김모 폐질환 전문의로 14만여달러에 달했다.

〈표 참조>

후원금을 받은 의사 상위 10명의 브랜드 약 처방률은 주류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5만9311달러를 받은 허모 류마티스전문의의 브랜드 처방률은 주류평균의 3배에 달했다.

환자들도 브랜드 약 처방률을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이모 내과 전문의는 "한인 노인들은 평소 먹던 약이라도 색깔만 다르면 항의한다"며 "그런 환자들에게 아무리 저렴한 복제약의 효능을 설명한들 듣겠나"고 하소연했다.

환자들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순응하다 보니 처방 건수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한 약사는 "정부 보조보험을 가진 70대 할머니는 약을 쇼핑하듯이 타간다"며 " 먹지도 않는 약들을 쌓아뒀다가 연말에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메디케어 관장 기관인 CMS에 따르면 이같은 무분별한 약 처방으로 인한 세금 낭비는 2012년 한해에만 620억달러에 달했다. CMS는 내년 1월1일부터 감시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새 방침은 메디케어 파트 D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전문의들의 징계 기록과 범죄 기록 보고를 의무화했다.

남가주 한인 의사 2010년 메디케어 파트 D(정부지원 처방약 보험) 처방 통계 보기

정구현·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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