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고용차별’ 소송
소송 공통점 “상사의 성추행→신고→보복, 해고”
노동변호사 “한국의 수직적 기업문화가 주범”
현대차 “미국의 고질적 소송 만능주의가 원인”
사례 1 : 현대자동차 부품전문 계열사 모비스 앨라배마 지사에서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근무했던 한 여직원은 직속 상사의 성추행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오히려 각종 불이익을 당한 후 결국 해고까지 당했다며 모비스를 상대로 지난해 성추행, 성차별, 보복해고, 사생활 침해 등 9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연방법원 앨라배마 중부지법의 마크 풀러 판사는 지난 2월 원고의 모든 주장을 각하하고 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여직원은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사례 2 : 지난 2010년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를 상대로 소송을 낸 여직원은 지난 2008년부터 2년간의 계약직으로 근무할 당시, 한국인 상사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데이트를 강요했다고 회사측에 신고했다. 이 여직원은 회사측이 해당 매니저를 처벌하는 차원에서 한국으로 발령했지만, 이후엔 오히려 자신을 ‘문제 일으키는 사람’으로 지목해 조사를 벌이는 등 차별했고, 계약기간이 끝나 자동적으로 업무가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로 기록하는 등 불이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역시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사례 3 : 지난 2011년 인력업체를 통해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에서 일했던 한 여직원은 직속 상사가 자신의 가슴,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며 2012년 9월 자신이 속했던 인력업체와 기아자동차를 성차별, 부주의한 고용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여직원은 다음달 기아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반복되는 소송의 진실은?= 이처럼 지난 2009년 4월부터 지금까지 5년여 기간동안 조지아와 앨라배마의 현대차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10여건의 보호집단(protected group) 고용차별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의 내용은 고용 과정이나 업무 중 성, 인종,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대부분이다.
특히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직원들의 주장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근무 중 직속 상사로부터 이런 저런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회사측에 신고했더니 불이익을 받았거나나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년간 연방법원 앨라배마 중부지법에는 이같은 소송이 4건이나 제기됐다. 법원은 현대차의 손을 두번 들어줬고, 1건은 원고가 고소를 취하했으며 1건은 진행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에는 한 직원이 성추행, 성차별, 보복, 폭행 등 9개 혐의로 현대차를 고소해 배심원이 600만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현대측 변호인단은 특정 배심원의 편견섞인 발언을 문제삼아 재심을 요청했고, 결국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상당한 액수에 원고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라배마에서 활동하는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한국 기업들의 수직적 기업문화가 이처럼 반복되는 소송에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회사를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진행중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몽고메리의 한 노동법 변호사는 “현지인 직원들이 현대 및 계열사, 하청업체 등 한국 기업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변호사 ‘한탕주의’도 문제= 하지만 소송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한국식 기업문화보다는 미국식 ‘소송 만능주의’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의 한 관계자는 “미국 사람들은 입에 ‘고소’를 달고 산다”며 “한국 기업문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변호사들의 비뚫어진 법의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차 공장에서 약 120마일 떨어진 버밍햄 근처 밴스(Vance)시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도 직원들로부터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5년간 벤츠 공장의 직원들이 제기한 보호집단 고용차별 소송은 15건으로, 현대 및 계열사에 대한 소송 건수보다 많다. 벤츠 공장의 2012년 생산량이 18만대 수준으로 현대차 공장의 30만대보다 적었고, 총 직원 수가 비슷한 것을 고려하면 ‘친노조’ 성향의 독일 기업 벤츠가 더 많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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