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돌-탐사취재-1]'빨간불' 켜진 마약류 진통제 처방
L모 정신과의, 향정신성 '세로켈' 가주 최다 처방
J모 성인병 전문의도 '옥시코돈' '옥시콘틴' 최다
애너하임의 L모 정신과 전문의는 2010년 메디케어 파트 D 보험 환자 335명중 279명에게 향정신성(Antipsychotic) 약물 처방전을 써줬다. 처방률은 83%로 정신과 의사들의 동종 약물 평균 처방률(20%)의 4배가 넘는다. 그는 가주내 정신과 의사중에서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세로켈(Seroquel)’을 가장 많이 처방했다.
폰타나의 J모 성인병 전문의의 마약류 처방비율도 75%로 같은 전문의 평균의 3.5배에 달한다. J 전문의는 ‘옥시코돈(Oxycodone)’과 ‘옥시콘틴(Oxycontin)’의 처방전을 가장 많이 써준 한인 의사다. 두 약물은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마약류 진통제다.
남가주 한인 의사들의 마약성 약물 처방 성향은 대체적으로 양호했지만, 일부 의사들에게서는 적신호가 포착됐다.
분석 대상은 연간 처방이 2000건 이상인 남가주 한인 의사 260명이다. 이들의 평균 마약류 처방률은 16.41%로 보건복지부(HHS) 감사실이 발표한 전국 평균 18%보다 낮았다. 마약류 처방률은 전체 처방건중 마약류 처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인 의사들이 주류 의사들보다 마약류 처방에는 엄격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준을 처방건에서 의사로 옮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약류 약물을 단 1건이라도 처방한 한인 의사는 217명으로 83.4%다. 이에 반해 HHS의 전국 평균은 67.6%로 낮았다.
마약류 약물을 처방한 의사는 주류는 10명중 6명꼴인데 반해 한인 의사는 10명중 8명꼴이었다.
수면제 ‘졸피뎀(Zolpidem)’의 처방이 가장 심각했다. 한인의사 52명이 5532건을 처방했다.
졸피뎀은 복용 20분내에 잠이 드는 강력 수면 유도제로 최근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몽유병과 기억상실증 등 부작용이 크다. AGS는 65세 이상 노인이 복용하면 일상 생활에서 착란 증세 위험을 높여 낙상과 골절을 당할 수 있어 처방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근육이완제인 ‘캐리소프로돌(Carisoprodol)’은 미국에서는 아직 합법적인 약이지만 환각증상, 호흡장애 등 부작용이 여러차례 보고됐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됐고, 유럽 시장에서는 2007년부터 시판되지 않고 있다. 한인 의사 13명이 이 약을 2096건 처방했다. 이들의 노인 환자 비율은 82%였다.
정신분열증 치료제인 ‘세로켈(Seroquel)’은 22명의 한인 의사가 3955건 처방했다. FDA는 이 약이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의사항을 추가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또, 2010년에는 이 약을 복용한 환자 1만7500명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였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1억9800만달러에 합의한 바 있다.
남용이 가장 심각한 마약류 진통제인 옥시코돈(Oxycodone)과 옥시콘틴(Oxycontin)의 최다 처방의 명단에도 한인 의사들이 올라있다. 폰타나의 J모 성인병 전문의는 옥시콘틴을 287건을 처방해 가주 전체 최다 처방의중 12번째였다. J 전문의는 옥시코돈(259건)도 한인 의사중에선 가장 많이 처방했다.
처방 기록 '최초 공개' 어떻게 분석했나
'공공기록'인 정부지원 보험가입자 기록 최대 활용
본지·한인의사 별도 분석…검색·확인 3개월 작업
지난해 5월 비영리탐사보도언론사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의학계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의사들의 처방 기록이다.
일반 보험 환자나 현금 지불 환자의 처방 기록은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정부 지원 보험 가입자의 처방 기록은 공공기록이어서 원칙적으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이 점을 이용해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정부지원 처방약 보험인 '메디케어 파트 D'의 기록을 정부에 공식 청구했다.
정부 기관들과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2010년분 메디케어 파트 D 11억건의 처방 기록을 얻어냈다. 언론 사상 최초다.
프로퍼블리카는 이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홈페이지(http://projects.propublica.org/checkup/)에 올렸다. 검색창에 주치의의 이름만 치면 처방성향을 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170만명의 의사가 환자 2800만명에게 처방한 기록이 담겼다. 의사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연간 처방건수, 처방약 종류, 평균 약값, 환자 수, 노인 환자비율 등 10여 개 정보가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본지는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한인 의사들만 골라냈다. 자료가 방대해 연간 처방 2000건 이상의 남가주 의사로 선별 기준을 좁혔다.
데이터베이스에선 인종별로 의사 검색이 불가능하다. 한인 성씨를 넣고, 선별기준에 맞는 의사들을 골라 따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영문 이름만 있거나, 철자가 부정확한 경우에는 직접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한인 여부를 확인했다. 3개월에 걸친 작업끝에 추출된 한인 의사는 260명이다.
그 과정에서 원본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항목도 추가했다. 가주의사면허위원회에 260명을 한명씩 조회해 징계여부, 면허취득연도, 출신대학, 성별 등 4개 항목을 추가했다. 언론 최초의 한인 의사 처방기록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남가주 한인 의사 2010년 메디케어 파트 D(정부지원 처방약 보험) 처방 통계 보기
"대체약 두고 부작용 있는 약 굳이 쓰는 것이 문제"
인터뷰…'노인 복용시 부작용 약물 표준' 선정관 스타인먼 박사
노인병의학회(AGS)가 부작용 위험을 경고한 약 목록의 공식명칭은 '비어스 표준(Beers Criteria)'이다. 1991년 노인병 전문의 마크 하워드 비어스 박사의 하버드 의대팀이 발표한 이래 주류 의사들의 노인 처방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
14만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미 최대 내과전문의 협회인 ACP도 이 목록을 권장한다. 2012년 이 표준을 업데이트한 17인의 패널중 한명인 마이클 스타인먼 박사와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UC샌프란시스코대학의 치료효과비교연구소(CER)의 소장이다. 그는 일부 한인 의사들의 부작용 약 처방에 대해 "해당 약들의 부작용 사례가 수차례 보고되고 대체약도 있다면, 굳이 그 약을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비어스 표준의 제작 의도는.
"의사들의 처방 판단을 이 목록으로 대체하려는 강제 의도는 없다. 그러나 의사들은 매년 노인 환자의 30%가 약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10%가 입원하는 통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피할 수 있는 약을 의사, 환자에게 교육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목록 선정은 누가 하나.
"최신판인 2012년 비어스 표준 작성에는 17명의 패널이 참가했다. 전문의, 약사, 학자, 너싱홈 간병인까지 다양한 노인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선정 과정은.
"폭넓은 의견 합의를 위해 3단계 절차를 거친다. 패널들이 잠재적 부작용이 보고된 약들을 종합해 1차 목록을 만든다. 그리고 AGS 연구원들이 관련 논문, 임상실험 결과 등 과학적 증거들을 면밀히 취합한다. 마지막으로 AGS 회원과 환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 목록을 선정한다."
-일부 한인의사들은 비어스 표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AGS는 모든 의사들이 이 목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약의 부작용은 하루아침에 나타나기 보다는 처방 오류가 축적된 결과다. 고령화 시대에 노후 삶의 질이 의사들의 처방에 달려있다."
-목록의 일부 약들을 한인 의사들이 특히 선호한다. 특정 인종에 효과가 있나.
"비한인 환자보다 한인들에게 특효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개인 의견으로는 수련의 시절 굳어진 처방이거나, 환자들의 문화적 특성에 따른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의사 처방이 굳어질 수 있나.
"의사들의 처방 성향은 단시간내 바뀌지 않는다. 수련의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던 약도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비어스 표준 같은 참고 기준이 필요하다."
-한인 의사가 최다 처방한 5개종의 대체약이 있나.
"처방은 의사마다, 각 환자의 병세에 따라 달라 정답은 없다. 다만, 5개종의 경우 학계 정설로 굳어진 대체약들이 있다. 예를 들어 2형 당뇨병 치료제로는 글라이버라이드 대신 메트포민이나 글리피자이드가 더 안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인 의사들에게 건의하고 싶은 점은.
"(본지의)분석 결과를 본다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의심스러운 처방들이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중요 현안이다."
-AGS가 한인 커뮤니티에 관련 교육을 지원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매년 한차례 열리는 연례컨퍼런스는 노인병 전문의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을 위한 교육이다. 한인의사협회가 있다면 AGS내 전문가를 파견해 지원할 수도 있다."
남가주 한인 의사 2010년 메디케어 파트 D(정부지원 처방약 보험) 처방 통계 보기
정구현·구혜영 기자·그래픽= 이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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