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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의 중세마을, 체스키크롬로프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 <체코>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그림엽서가 되는 동화 같은 마을이 있다.
체코 남부의 체스키크롬로프라는 이 마을은 1992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체코가 공산국가였기에 그저 낙후되고 소외된 마을이었다.
하지만 인접한 오스트리아의 여행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체스키크롬로프를 방문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매년 150만명 정도. 소외됐던 마을이 당당히 프라하에 이은 체코 제2의 관광도시가 된 것이다.
슬라브 신화에는 강 깊숙한 곳에 사는 루살카(Rusalka)라는 물의 요정이 나온다. 은빛 달이 빛나는 밤, 수영하는 왕자를 보고 루살카는 그에게 홀딱 반해 버린다. 그녀는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왕자가 배반하면 두 사람 모두 저주를 받는다.
자신은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물거품이므로 루살카는 달에게 소원을 빈다. 그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안타까운 호소가 하늘로 울려 퍼지고 관광객들은 루살카가 왕자에게 반했듯 체스키크롬로프를 보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체스키크롬로프의 중심은 스보르노스티 광장(Namesti Svornosti)이다. 광장 중앙에는 8명의 수호성인들이 기둥을 둘러싼 마리아 기둥(Marian Plague Column)이 서 있다.



이 기둥은 페스트의 공포에서 살아남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715년 세운 것이다.
마을을 지켜준 성모에게 감사하기 위해 분수탑의 이름은 마리아 기둥이라고 짓고 기둥 위로는 기도하는 마리아상을 세웠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중에는 4층 건물의 시청사와 하얀 건물의 경찰서가 있다.
시청사와 경찰서 건물은 원래 체르트 가문의 집이었지만 지금은 각각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는 광장을 돌아가며 여러개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아래층은 레스토랑, 윗층은 호텔로 사용하는 ‘호텔 그랜드’가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
이 광장에 패스트 푸드 식당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맥도날드는 이곳에 식당을 오픈하려고 세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중앙광장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개의 작은 길이 마을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위로 올라가면 검은 지붕에 8각 첨탑이 있는 성 비트 성당이 나온다. 7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성당을 나와 계속 올라가면 부제요비츠카 게이트가 나온다. 1602년에 완성됐으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체스키크롬로프 유일의 게이트다. 이전에는 9개의 게이트가 있었다고 한다.

아래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니 에곤 실레(Egon Schiele) 미술관이 보인다. 실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지만, 어려서부터 체스키크롬로프를 자주 찾았다. 어머니의 고향이 바로 체스키크롬로프(그 당시에는 Krumau)였기 때문이다.
1910년부터는 한적한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사춘기 소녀의 누드 초상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은 것이다.

실레는 ‘에로틱한 작품에도 신성함은 있다’라고 말하며 미련없이 마을을 떠났다. 실레는 28세가 안 되는 짧은 세월 동안 250여점의 회화와 2000개의 드로잉을 남겼으며, 그의 에로틱한 작품들을 포함한 모든 그림은 미술 애호가들의 열렬한 표적이 됐다.

멀리 체스키크롬로프 성이 보인다.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마을 어디에서나 보인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돌길로 이루어진 라트란이라는 거리. 성을 올라가려면 이발사의 다리(Lazebnicky Most)를 건너야 한다.
이발사의 다리는 이발사 아버지와 아름다운 딸이 목숨을 잃는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체스키크롬로프 성 방향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동상과 카를교에 던져져 순교한 성 요한 네포무크(Jan Nepomucky)의 동상이 서 있다.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체코에서는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이다. 13세기, 이곳의 대지주였던 비트코백 백작이 고딕양식으로 처음 건축한 성이었는데, 후(14~17세기)에 로즘부르크 가문에 의해 르네상스 스타일로 증축과 개축을 했다.
성 안에 있는 첨탑, 흐라데크는 1680년대에 증축한 체스키크롬로프 성의 상징물이다. 현재는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으며, 성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체스키크롬로프의 풍경은 장관이다.

블타바 강이 오메가(Ω) 모양으로 흐르는 체스키크롬로프를 감상하고 있으려니, 루살카의 작곡자인 안토닌 드보르작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생각난다.
1871년 드보르작은 아름다운 여배우 조세피나 케르바코바 때문에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다. 그녀는 당시 드보르작에게 음악을 배우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남자와 혼인하고 말았다.
그녀를 잃은 슬픔으로 고뇌하던 드보르작은 2년 후 다른 아가씨와 전격적으로 결혼한다.

바로 가슴을 불태우며 사랑하던 조세피나의 여동생이다. 드보르작은 1900년 ‘루살카’의 전설이야기를 오페라로 작곡했으며 오페라 루살카는 1901년 3월 31일 프라하에서 초연됐다.
달에게 보내는 노래(Song to the Moon)는 루살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다.
http://www.youtube.com/watch?v=anQlB3-PQZ4#t=75(달에게 보내는 노래, 유튜브)

글, 사진=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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