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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사형집행실 너머 두개의 방

정구현 / 사회부 차장

사형은 절대적이었다.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에 어김없이 오후 6시가 찾아왔다. 사형수들에게 '죽음의 시간'이다. 주법이 정한 사형집행시간이다. 푸르스름한 타일로 3면이 둘러싸인 사형집행실. 수술대 같은 침대에 한 남자가 누웠다. 몸은 벨트로 침대에 단단히 묶였다. 교도관이 조용히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

남자는 입을 굳게 닫았다. 한동안 기다리던 교도관은 버튼을 눌렀다. 3가지 독극물이 차례로 남자의 혈관에 주입됐다. 마취제가 먼저 주사됐다. 그는 곧 잠이 들었다. 근육 이완제가 투여됐다.



폐의 횡경막이 마비되면서 숨이 멎었다. 마지막으로 염화칼륨이 심박을 정지시켰다. 의사는 사망시간을 확인했다. 2014년 3월27일 오후 6시49분, 마취제가 주입된 지 25분만이었다.

앤서니 도일(29)의 사형집행 모습을 재구성했다. 2003년 1월16일 한인여성 조현미(당시 37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지 11년만의 형 집행이다. 그가 자백한 범행은 악랄했다. 애초 강도질을 목적으로 도넛을 주문했다.

배달온 조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가 돈이 없다는 말에 야구방망이로 그녀를 여러 차례 때려 살해했다. 시신은 뒷골목 쓰레기통에 유기했다.

도일의 형 집행을 주류언론들은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인 사회에서는 한인 살해범의 사형이라는 점만 부각됐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현안들이 얽혀있다. 같은 날 텍사스주법원이 내린 판결 때문이다. 법원은 주법무부에 사형 독극물의 제조사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의 파급효과는 크다. 현재 사형제도를 시행하는 32개주들 중 텍사스를 제외한 다른 주는 독극물 부족현상으로 사형을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의 교도소에 독극물을 독점 납품하던 노스캐롤라이나의 '호스피라(Hospira)'사가 생산을 중단하면서다.

이날 판결에 주법무부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항소로 맞섰다. 극구 제조사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인권단체들 때문이다. 최근 인권 단체들은 사형집행 중단을 위해 우회전략으로 정보공개법을 활용하고 있다.

제조사를 대중에 공개해 이미지 실추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애리조나, 테네시,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주에 각각 독점 계약한 공급사들을 문닫게 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게 만들었다.

선두단체인'리프리브(Reprieve)'가 제조사 공개의 명분으로 내건 것은 '잔인한 사형'의 중단이다. '열악한 환경아래 만들어진 출처 불명의 독극물은 사형수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주장이다. 사형수들에게도 최소한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리프리브가 나설 때마다 반대쪽의 사형지지자들도 맞섰다. "사형수들이 범행시 피해자들에게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준 적이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들의 분노는 통계에서 입증된다.

가주에서는 2013년 현재 741명의 사형집행이 대기중이다. 이들중 126명은 피해자를 잔인하게 고문한 뒤 살해했다. 173명이 어린아이들을 죽였고, 44명은 경찰관을 살해했다.

사형제도의 존폐논란은 이번 도일의 형 집행을 계기로 또 한차례 전국을 달궜다. 특히 독극물 제조사 공개요구와 맞물려 파급은 더 컸다. 그런데 정작 도일은 한마디 말없이 죽었다. 법무부 발표자료를 뒤졌다. 그의 사망 순간에는 짐작하기 어려운 불편한 장면이 숨어있었다.

헌츠빌 교도소 사형집행실의 1면은 대형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유리창 너머엔 벽을 사이에 두고 방이 2개 있다. 한 방에선 사형수의 가족, 다른 쪽에선 피해자의 가족이 사형을 지켜본다.

사형 목격자들의 나뉜 감정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데, 양쪽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빼앗긴 죽음과 집행된 죽음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형은 직접적인 당사자들에게 보기 아픈 장면이다.

사형은 절대적이지만, 완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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