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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위협하는 화학물질-보이지 않는 유해물질 습격, 당신은요?

직장인 임정화(32·여)씨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클렌징 폼·치약·샴푸를 사용한 뒤 화장대에 앉아 기초·색조화장품으로 얼굴을 단장한다. 빨간 립스틱으로 화장을 마무리한 임씨는 세탁소에서 찾아온 코트를 옷장에서 꺼내 입고 집을 나선다. 집 근처 커피숍에 들른 그는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여성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임씨의 출근 모습.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의 몸은 여러 유해물질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바로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을 통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여성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까지 사용하는 제품은 12가지 정도, 이 속에 든 화학물질은 대략 100여가지”다. 그 중 상당수는 유해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화학물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짚어본다.

유해물질, 장기간 다량 사용했을 시 문제

인간은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화학물질만 4만여 종. 그 중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2000여 종으로 추산된다. 톨루엔·벤조피렌·포름알데하이드·프탈레이트 등 매우 다양하다. 젖병·장난감·학용품 같은 어린이용품부터 섬유탈취제·방향제·화장품·위생용품·조리도구 등 각종 생활용품을 구성한다. 피부 접촉, 섭취, 공기 중 흡입 등을 통해 체내에 유입된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특정 산업현장이 아닌 일상에서도 하루 동안 수백여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며 “몸속에 들어온 독성물질은 뇌·간·뼈·근육 등에 쌓여 신체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신진대사를 거쳐 몇 시간 내에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있는가 하면, 납·수은·카드뮴처럼 한 번 축적되면 체내에 잔존하는 것도 있다.

 물론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무조건 건강에 문제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 박충희 연구관은 “저농도의 화학물질로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거나, 일시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며 “무작정 노출을 피하기보다는 용도에 맞춰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양지연 교수 역시 “시판 중인 제품은 정부의 안전관리 기준에 따라 관리되므로, 짧은 기간에 특정 유해물질 제품을 사용했다고 암 같은 특정질환 발생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장기간 다량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은 3g 이하는 안전, 그 이상은 위험’이라고 딱 잘라 규정할 수 없다. 이대의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는 “연령·신체조건·노출시간 등에 따라 유해물질로 인한 영향은 제각각”이라며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가급적 유해화학물질에 적게 노출되도록 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학물질에 취약하다. 일단 접촉빈도가 높다. 화장과 청소·요리 등 집안일 때문이다. 양지연 교수는 “화장품의 방부제성분인 파라벤·페녹시에탄올, 색조화장품의 타르색소, 프라이팬 코팅제 과불화화합물, 합성세제의 알킬페놀류 등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유해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적정 노출기준 없어 가급적 피해야

여성 체내에 축적되는 유해물질의 경로·기전도 남성과 다르다. 하 교수는 “체내 유입된 독성물질은 대개 지방조직에 저장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지방조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경·임신·폐경 등 호르몬으로 인한 급격한 신체변화를 겪는 여성의 몸은 유해화학물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몬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스페놀A·프탈레이트·알킬페놀류 등의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은 체내에 유입되면 호르몬처럼 작용해 진짜 호르몬의 역할을 방해하기도 한다. 하 교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자궁내막·유방암·불임·성조숙증 등의 생식기질환과 비만·당뇨·알레르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모 체내에 쌓이면 태아 성장·인지발달 저해

 여성이 화학물질을 조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성의 대물림’이다. 임종한 교수는 “엄마가 섭취한 음식, 흡입한 공기, 체내 독성은 탯줄·모유를 통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며 “여성의 독성노출은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향수·매니큐어의 성분인 프탈레이트에 임산부가 장시간 노출되면 조산 위험이 높아지고, 남아의 생식기관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농도의 휘발성 유기화합물·포름알데하이드에 노출된 산모에게 태어난 아이는 2세 이전에 아토피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는 보고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스페놀A·다이옥신을 기형아 유발물질로 분류한다. 실제 이대병원 하은희 교수팀은 2006년부터 산모 1700명을 대상으로 엄마의 체내 유해물질이 아이의 성장·인지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산모의 혈중 수은농도가 증가할수록 태어난 아이의 체중이 감소했다. 또 산모의 소변 중 프탈레이트 수치가 높을수록 6개월 된 태아의 인지기능·발달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하 교수는 “여성 체내의 유해화학물질이 아이의 성장·인지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여러 연구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소 사용하는 생활제품의 성분을 따져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하 교수는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며 “자신이 자주 쓰고 머무는 생활용품·생활공간에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대표적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인 비스페놀A·프탈레이트·알킬페놀류는 최대한 피한다. 적은 농도만으로도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생활환경정보센터·화학물질정보지원시스·녹색제품정보시스템·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보망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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