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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때늦은 만남, 영원한 사랑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만남
〈13>매디슨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그 사람'을 만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때늦은 사랑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애절함을 고스란히 담은 이 작품은 책으로 영화로 이제는 뮤지컬로 거듭거듭 살아나 우리의 감수성을 촉촉히 적신다.

미국인 남편을 따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미국 아이오와 농장으로 건너 온 이민자 '프란체스카'는 평범한 아줌마다.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던 그녀는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삶이다. 이야기는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4일 동안 벌어진다.

오랜만에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들뜬 프란체스카는 예상치 못한 만남을 마주한다. 한 '남자' 그리고 자기 속에 있는 '여자'를 만난 것. 프란체스카 안에 있는 '여자'에 숨결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로버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 로버트는 이 동네에 있는 로즈먼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왔다가 길을 잃어 프란체스카에게 도움을 청한다. 둘은 미묘한 기운을 느끼고 서로에게 끌린다. 절절한 사랑(불륜) 이야기다. 4일간의 사랑이 결국 평생의 사랑으로 남는다. 마음 속에 짙게 남은 사랑의 흔적을 갖고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에 더욱 아린 이야기다.

1992년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가 탄생했다. 아마 대부분은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하면 이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이탈리아 아줌마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메릴 스트립은 이 작품으로 당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뮤지컬 버전은 슈퍼스타 켈리 오하라(대표작 'South Pacific')와 매력적인 남자 배우 스티븐 파스콸 그리고 '포스트-손하임' 시대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로 꼽히는 토니상 수상자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Parade' 'The Last 5 Years')이 음악을 맡은 것만으로도 이미 큰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은 지난 20일 공식 오픈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 뮤지컬은 '로버트'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는 '로버트 제임스 월러' 남자 주인공 이름은 '로버트 킨케이드' 그리고 뮤지컬 음악을 맡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까지. 심지어 공연이 열리는 제럴드 쇼엔펠드 극장 대표도 '로버트 원켈'이다. 물론 로버트가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우연이 아닐까.



◆뮤지컬 하이라이트=뮤지컬은 '여자' 프란체스카가 공허함을 달래는 노래로 시작한다. 텅 빈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하던 프란체스카 주변이 일상으로 조금씩 채워진다. 창문틀 식탁 주방 지붕…. 삶의 조각이 하나씩 하나씩 등장하면서 여자 프란체스카는 온데간데 없고 머리를 질끈 묶은 평범한 엄마의 바쁜 일과가 시작된다. 무대 장치로 나타난 삶의 조각들은 '여자'와 '주부'를 오가는 프란체스카를 따라 자유롭게 등.퇴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극을 감동으로 채우는 것은 애절한 노래다. 1막 마지막의 'Falling Into You'를 부르며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불안함에서 시작해 둘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으로 치달으며 아름다운 전율을 선사한다. 2막 후반부에 두 주인공이 함께 부르는 'One Second & a Million Miles'는 사랑에 빠진 달콤함에 미래를 약속하며 둘 사이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곡. 이밖에도 로버트의 전 부인이 부르는 'Another Life' 프란체스카와 이별한 뒤 시간이 흐르고 로버트가 그녀를 추억하며 부르는 'It All Fades Away' 등이 귀를 사로잡는다.

이탈리안 출신의 프란체스카를 연기하는 켈리 오하라의 대사를 얼른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기에 큰 문제는 없다. 캐릭터가 이탈리아 출신이라서일까. 오페라를 전공한 오하라의 창법과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오하라는 중간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누드씬 마저도 아름답게 소화해낸다. 여기에 호흡을 맞추는 스티븐 파스콸은 부드러운 남성미를 연기로 노래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영화 하이라이트=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었다면 스크린 위에서 이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연기력이 있기에 영화가 더욱 빛난다. 이들은 눈빛으로 시선으로 손짓 하나로 눈썹의 움직임 하나로 보는 이들을 전율케 한다. 비록 젊음의 매력은 잃었더라도 중년의 남녀를 연기하는 두 배우에게서 절로 배어나오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그들의 사랑에 보는 이들도 푹 빠지게 만든다.

4일의 사랑이 흘러간 뒤 마지막으로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서로를 보는 장면이 많은 영화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멀찌감치 비를 맞으며 프란체스카를 바라보는 로버트 그런 로버트를 발견한 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프란체스카. 이내 그녀의 남편이 차에 타고 바로 앞서 가는 로버트의 차를 바라보며 프란체스카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는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가 준 목걸이를 백미러에 걸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이걸 본 프란체스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로맨스 영화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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