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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지켜야 하니까요"

다큐 아트 '철의 꿈' 뉴욕·베를린서 화제
기존 영화산업 제작 구조서 탈피해 눈길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에서 진행중인 '다큐멘터리 포트나이트' 상영회에 한인 감독 박경근(35.사진)씨의 작품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철의 꿈(A Dream of Iron)'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포럼 부문 '넷팩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넷팩상은 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시안 영화 중 가장 주목되는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심사위원장인 닉 팔레브스키는 "한국 역사를 독특한 개인적인 관점에서 다뤘다"며 "시적이고 최면에 걸린 듯 선사시대부터 최근 이미지와 느낌을 에세이 방식으로 압축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심사평에서 볼 수 있듯 작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내러티브 위주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단 감각을 중시한 '다큐 아트'에 가깝다. LA 캘리포니아대학서 디자인과 미디어아트를 캘아츠(CalArts)에서 영화를 전공한 박씨는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려 지난 2010년 '청계천 메들리'에 이어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아직까지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다큐 아트'. 다큐 아트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 감독을 뉴욕에서 만나봤다.

-(모마 상영) 소감이 어떤지.

"좋죠. 수상 소식도 그렇지만 특히 모마는 세계 미술의 중심이니까요. 뉴욕 미술계에 저를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고 장기적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깃발을 꽂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이번 상영회가 좋은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작품이)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다른데.

"제 영화를 장르로 치자면 장르가 없어요. 엄밀히 따지면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오히려 아트 쪽에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모마에 상영된 게 더욱 뜻깊은데 보통 일반적인 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는 공식이 있어요. 그 공식대로 영화를 만들면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영화 산업적으로 그 공식을 못 벗어나요. 모마에는 이 공식 밖에 있는 영화들이 초대된 것이고요."

-일반적인 영화 산업 방식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제 영화를 만들 수가 없어요. 우선 펀딩 문제가 있는데 몇 억씩을 준다고 해도 그 돈을 하나도 마음대로 쓰거나 컨트롤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찍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근데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익관계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기저기 끌리게 돼요. 물론 돈 많으면 좋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니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지켜야 하니까요."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울산 반구대 암각화 그림을 보고 나서였어요. 그림에 대해 찾아보고 하다보니 울산 현대중공업에 있는 배 이미지와 이 그림이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두 개의 이미지가 하나되는 것을 보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과정에서 더 공부를 해보니 점점 드는 생각이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어요. 이것이 영화를 이어가는 맥락이 됐습니다."

-고래와 배가 어떻게 같다는 건지.

"우선 크고 둥글고 물고기같이 생겼죠. 저 같은 경우는 영화를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중심으로 사고하는데 그 이미지가 일단 같았고. 더 리서치를 하니까 선사시대 때 고래를 한 마리 잡으면 온 부족이 먹고 살고 옆 부족과 경제활동도 하고 그 지역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 존재라고 들었어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의 배라는 존재도 우리나라 예전에 못 살 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존재였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철은 이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철이 주는 느낌이 되게 강하고 날카롭고 차갑고 소름도 끼치잖아요. 그 느낌에 계속 꽂혀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나에게 주는 느낌이 철의 느낌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강하고 강해보이고 차갑고 날카롭고. 근데 또 철에 대해서 공부를 하니까 철기 시대 유물들은 다 녹슨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 세대를 봐도 센 척하는데 사실 약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회적 이슈를 주로 다룬 것 같은데.

"사회적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 외교관이시라 6살 때부터 해외에서 자랐어요. 한국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은 것은 4년 정도인데 2005년에 군대를 가야 해서 (한국에) 들어갔죠. 평생 외국에서 살다가 군대를 가니까 문화적인 충격이더라고요. 적응이 안 되고. 왜 그럴까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좀 더 큰 틀 시스템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스템에 들어가서 적응해 살면 편안할 수는 있어도 우울할 것 같더라고요. 실제 제대 후 저도 우울증을 겪었고. 그래서 적응하지 말되 이해를 해보자 하는 차원이에요."

-그럼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일 큰 문제는 개인이 없다는 게 아닐까요. 개인의 자유나 주체성을 덜 인정한다는 것. 그렇다고 미국 사회가 좋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살고 있기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형성되겠죠. 그래도 한국에 있어서 이런 작업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한국이 너무 고립돼 있고 섬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 미션이랄까… (한국과 다른 곳에) 다리를 놓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23일 뉴욕 브루클린 유니온닥스(Union Docs 322 Union Ave)에는 박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마스터클래스가 열릴 예정이다. 문의는 646-925-6149로 하면 된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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