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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국민이 매주 소주 2병 마시는 나라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넥노미네이트(Necknominate)'라는 신종 인터넷 술 마시기 게임이 유행이다. 룰은 이렇다. 스마트폰으로 술 마시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다음 차례를 지명 하는 것. 지명을 받은 사람은 24시간내에 더 독한 술을 더 특이하게 마셔야 한다. 지명을 받고도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SNS 상에서 패자(loser) 취급을 받는다. 호주에서 처음 시작된 이 별난 게임은 영국과 미국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게임의 심각성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에는 참가자들이 올린 위험천만한 영상이 수두룩하다. 독주를 섞어 만든 칵테일을 믹서기 채로 들고 단숨에 들이키는가 하면 변기에 맥주를 붓고 물구나무를 서서 마시는 엽기적인 음주도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한 여성이 수퍼마켓 안에서 속옷차림으로 맥주를 마시는 영상을 올려 공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젊은 혈기라고 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이 게임으로 이미 5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피해가 잇따르자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에서는 이를 막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있고,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관련 영상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사이트 측은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 당장 게임을 중단시킬 방도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미 미국으로 넘어 온 게임이 국경이 없는 인터넷을 타고 한국에까지 전파될까 걱정이다.

한국인들의 음주량은 세계 선두급이다. 최근 스피리트(증류주와 같은 독한 술)로 구분되는 술의 소비량을 기준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이 44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더 놀라운 점은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를 큰 차이로 앞섰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전문 뉴스매체인 쿼츠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주일 평균 음주량은 13.7잔. 러시아의 2배, 미국 보다는 4배나 많다.

쿼츠는 한국의 압도적 1위는 한국인들의 소주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성인 1당 평균 소주 2병을 마시는 셈이니 가히 넘치는 사랑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음주를 무조건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가 지나친 점이다. 한국에서의 잦은 음주는 때때로 사회문제로 야기된다. 술먹고 폭력을 휘두르는 주폭범죄의 피해는 갈수록 심각하다. 술에 관대한 사회분위기가 주폭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없어 끔찍한 범죄의 원인이 술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국에서 술로 인해 발생한 끔찍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 주폭인 아들을 보다 못해 엄마가 술 취해 잠든 아들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중국에 조기유학을 갔던 아들은 주폭이 돼 돌아왔다.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는 것도 모자라 집에 오면 흉기를 휘두르며 가족들까지 위협했다. 이런 아들을 보다 못한 엄마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스스로 거둬야겠다며 내린 결심이다.

술 자리에서 술잔을 한 번에 털어 넣으며 '원샷'을 외치는 사람은 승자 대우를, 권하는 술을 마다하고 술잔을 내려 놓으면 패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술 권하는 사회에 익숙한 우리는 이미 '넥노미네이트' 게임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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