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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서쪽으로…짐싸는 동유럽인 급증

취업 국경 사라져 서유럽행

루마니아인 페타르 도브레프(31)는 올여름 영국 또는 다른 서유럽 국가에서 취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흑해 휴양지에서 12년 동안 일해온 도브레프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대우가 좋은 곳에서 새 일자리를 얻을 꿈에 부풀어 있다.

그동안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열심히 일해왔지만 대가는 보잘것없었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의 경우 월급이 1인당 월 180유로(약 247달러) 정도 되는 독일의 아동수당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브레프는 이주노동 희망자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젊고 열심히 일하려 하지만 가난하고 부패한 데다 개혁이 더딘 조국의 상황이 그들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경우다.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노동자에 대한 역내 취업 제한의 빗장이 새해부터 완전히 풀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영국과 독일을 비롯, 프랑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몰타 등 9개국이 7년 만에 진입장벽을 철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노동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50만 떠난 루마니아 추가 대이동 예고

지난해 7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중국에 이어 국제이주 2위국이다. 700만 명의 노동인구 중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110만 명은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350만 명은 2007년 EU 가입 이후 이미 외국으로 떠났다. 언어가 비슷한 이탈리아·스페인으로 각 100만, 프랑스로 50만 명이 이주했다. 독일은 40만, 영국은 12만 명이 선택했다. 2011년과 2012년엔 31만 명이 OECD 국가에서 새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주로 농촌이나 건설현장·호텔·식당 등과 같은 곳에서 보조업무에 종사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노동인력의 40%는 루마니아인이 차지했다.

노동시장 완전개방 첫해인 올해 얼마나 많은 루마니아·불가리아인이 부유한 서유럽으로 옮겨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독일의 IAB연구센터는 이번 개방으로 올해에만 루마니아·불가리아인 10만~18만 명이 독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Afis 여론조사에 따르면 15~55세의 불가리아인 중 17%(약 40만 명)가 외국에서 새 일자리를 가질 생각이다. 불가리아의 실업률은 13%가 넘는다.

반면 이온 징가 주영 루마니아 대사는 대량이주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인구를 합해도 폴란드(3900만 명)의 4분의 3밖에 되지 않는다.

루마니아의 경제 사정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은 4.1%, 실업률은 5% 이하(수도 부쿠레슈티의 경우 2%)이며 임금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갔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불가리아 40만 명 "외국서 일자리 찾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해에는 대량 이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4년 EU 확대 시 아일랜드·스웨덴과 함께 노동시장 제한을 푼 영국은 단지 수만 명의 폴란드인이 이주해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50만 명을 넘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비숙련 노동자의 이동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비숙련 직종의 노동자가 전체의 11%다. 이주한 루마니아·불가리아인들의 경우 세 배나 되는 30% 이상이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내국인들은 일자리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고학력 전문직도 많아 기업들은 환영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노동시장 개방과 함께 집시라 불리는 이른바 600만 명의 로마들이 일은 하지 않고 고도의 복지혜택을 노려 잘사는 이웃나라로 대거 이동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이민 정서는 반EU 감정으로 옮겨 붙어 자칫하다간 '퍼펙트 스톰(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위기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도 나온다.

그렇지만 고학력·전문직 이주자들도 다수여서 기업들로서는 불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IAB연구소의 헤르베르트 브뤼크는 "이들을 빈곤 이주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이주한 루마니아·불가리아인 대부분도 일자리를 갖고 있다. 기존의 독일 내 두 나라 출신 실업자는 7.4%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 7.7%보다 낮은 수치다. 이주인구 전체 평균 14.7%보다 낮다. 이들 중 65%가 세금을 낸다. 10% 남짓만이 복지수당을 받는다. 독일인 평균 7.5%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반면에 EU 내 최빈국에 속하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두뇌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 의사 1만5000명, 간호사 5만 명이 이주해 심각한 전문인력난을 겪고 있다. 같은 EU 국가 내에서의 차별에 대한 불만도 크다.

로젠 플레비네리에프 대통령은 영국 등에서 실업급여·주택수당·학자금대출 제한 등 자국 노동시장 보호조치를 취하 는 데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벽을 쌓고 철의 장막을 치는 구식 정치는 20세기에 남게 하자"며 "21세기에는 벽을 무너뜨리고 모든 분야에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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