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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 편안 아닌 평안이더라…"

박승목·박영자 집사 부부의 '22번의 미국횡단 이야기'

죽음과 마주한 뒤 삶의 답 깨달아
예수 전하려고 14년째 RV 타고 생활
불완전한 인간, 절대자 통해 온전해져


삶은 '길'이다.

만남 그리고 헤어짐의 교차는 길의 이치다. 길을 걷는다는 건 인연과 마주하는 것이다. 박승목·박영자(71) 집사는 주소가 없는 집에 산다. 길 위가 그들의 터전이다. 인연에 대한 기대가 일생을 채워간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치(복음)를 전하는 일은 이들에겐 사명이자 행복이다. 두 내외는 RV(Recreational Vehicle)를 타고 미국 전역을 누비며 살아간다. 벌써 14년째다. 평신도 전도자로 삶을 헌신하고 나서 복음을 전하려고 미국 대륙을 22번이나 횡단했다. LA 지역 길 위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다. 현재 그들은 간증집회차 LA에 있다. 기약없이 남가주에 잠시 머물러 있는 그들을 만나 '삶'을 들어봤다.

◆죽음 앞에서 찾은 '나'



이들 부부가 처음 RV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기 시작한 건 2002년 6월이다.

떠남에 대한 확신은 신앙을 통한 인생의 답을 찾은 데서 비롯됐다.

1982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박씨 부부는 이민 생활의 환경적 어려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심지어 아내인 영자씨는 대장경련 등 합병증에 시달리면서 신경이 굳어 대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박영자 씨는 "84년부터 7년간 투병생활을 했는데, 몸이 아픈 가운데 하나님께서 계속 예수에 대한 '첫사랑'을 잃었다는 마음을 주시더라"며 "그때까지 겉으로는 교회 잘 다니는 크리스천이었지만, 내면의 진정한 회개가 없던 껍데기 교인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내의 건강이 회복될 즈음, 이번엔 남편이 간암 선고를 받았다. 말기였다. 의사는 박씨에게 삶의 정리를 권했다.

박승목 씨는 "죽음을 맞닥뜨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게 무엇인지를 떠올렸다"며 "실제로 인생의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돌아보니, 진정한 회개의 고백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약함은 배움이었다"

죽음 앞에선 살기 위한 그 어떤 몸부림도 무의미했다.

그건 인간의 나약함을 본질적으로 깨닫는 시작이었다. 불완전한 인간이 존재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영혼의 배움이었다.

박승목 씨는 "간암 선고를 받고 나니 오히려 죽음에 대해 초연해지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나'를 위해 살았다면 남은 시간은 마지막으로 '예수'를 위해 살다가 죽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죽음 앞에서 구한 인생의 답을 '나'만 소유한다는 건 인간의 이기다. 박씨 부부는 아픈 몸을 이끌고 '길거리 전도'에 나섰다. '예수'가 가장 귀한 가치란 답을 주변에 나누고 싶어서였다.

죽으면 사는 것이었다. 삶의 목적이 바뀌니 우선 가치가 달라졌다. 인간이 유한 적 존재임을 일깨우는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무한한 세계를 알려주는 기쁨이었다. 박영자 씨는 "길거리 전도를 하다가 남편에게 간암 선고를 내렸던 의사를 1년 만에 만나게 됐다"며 "의사가 건강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의 신앙이 승리한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순간, 하나님이 살려주셨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끝이 없는 여정

죽음에서 벗어난 뒤 삶의 주체는 '나'에서 '예수'로 옮겨졌다. 신이 돌려준 생명이기에 남은 삶을 절대자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이었다.

건물 컨트랙터로 일하며 나성영락교회에서 집사로 섬기던 박씨 부부는 LA를 넘어 미국 전역에 예수를 전하는 소망을 품었다. 재산을 하나둘씩 처분해가며 기도 가운데 떠날 채비를 했다. 신념이 있었다. 인간의 부족함은 절대자를 통해서만 온전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렇게 떠난 지 벌써 14년이 흘렀다.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49개 주를 돌며 길거리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전도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600여 개 이상의 한인교회에서 삶의 간증도 나눴다. 이들 부부는 "아직도 만나야 할 인연이 많다"고 했다.

떠날 준비는 버리고 내려놓는 것
아직도 하나님 탄식들려 계속 할 터
70대 노부부가 14년간 전도한 이유


전도는 이야기다. 먼저 들어주고, 답을 전해주는 과정이다. 14년간 전도 이야기를 수없이 써내려간 그들에게 잠시 '보따리'를 풀어달라고 했다. 그들은 삶이 "편안하진 않아도, 평안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솔직히 힘들지 않나.

"행복은 뭔가 이루거나 얻을 때 느끼는 거다. 우리에게 행복도 그런 거다. 내가 뭘 이루고, 얻어야 하는지를 알면 행복의 본질을 찾는다. 그 기쁨이 '육신의 힘듦'도 넘어선다."

-그 행복이 뭔가.

"일반적으로 행복이 얻어야 가질 수 있는 거라면, 크리스천은 무엇을 소유해야 할까. 바로 예수다. 그가 나를 자녀 삼아 주셨다는 복음은 인간이 존재적으로 왜 기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을 알려준다. 그건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성질이 아닌 거다."

-그래도 현실은 존재한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가거나 RV에 총을 쏘고 간 사람도 있었다. (웃음) 주차할 때가 없어 쫓겨난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실이 '편안'하진 않은데, 이상하게 '평안'하더라. 우리가 죽을 때 가져가는 건 결국 평안이다. 그 답을 전하려고 아직도 돌아다니는 거다."

-떠날 때 준비는.

"뭔가 많이 준비했을 것 같지만, 우리에게 준비는 하나씩 버리는 거였다. 그게 물질이든, 세상적 가치든 하나님이 내려놓게 하시더라. 준비는 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거다."

-사람을 만나면 무엇을 보나.

"상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픔이다. 우린 그냥 들어줄 뿐이다. 사람을 만나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니 들어주는데 제한이 없다. (웃음)"

-어떤 식으로 전도하나.

"도시를 돌며 사람도 소개받고, 길거리에서 그냥 전도도 한다. 지역 교회 목회자의 도움을 받아 교인을 만날 때도 있다. 도시를 옮길 때마다 하나님이 꼭 복음이 필요한 영혼들을 만나게 하신다."

-교인은 왜 만나나.

"교회를 수십 년 다녔어도 예수를 흐릿하게 아는 사람이 많다는걸 아는가. 어찌 보면 교회는 오늘날 새로운 전도의 영역이다. 교회에 실망하거나, 상처 받아 교회를 떠난 크리스천도 많다."

-집사인가, 선교사인가.

"그렇게 전도하고 다녔더니 2003년에 워싱턴지구촌교회에서 선교사 임명을 받았다. 이후에 선교사라고 하니 평신도가 우리 간증을 듣고 '선교사니까 가능한 삶'이라고 자신들과 별개로 보더라. 그래서 두 달 만에 내려놨다. 우린 그냥 집사다. 일반 교인과 똑같은 성도다. (웃음)"

-집회 사례비로 생활하나.

"초기엔 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욕심이 되더라. 봉투를 뜯어본 기쁨보다 적게 준 섭섭함이 커졌다. 그때부터 안 받는다. 그러고나니 편해졌다. 지금은 과거 교회에서 함께 전도팀에 있던 동역자들이 보태주고, 두 교회에서 각각 100달러씩 지원해줘서 600달러가 공식 생활비다. 돈이 전도하는 것 아니더라. (웃음)"

-전도는 무엇인가.

"예수를 안다는 것에 대한 답변이다. 달리 말하면 복음에 대한 자연적 반응이다. 그게 안 된다면 신앙이 이기적이던지, 예수를 흐릿하게 아는 거다."

-반응하는 교회가 많나.

"솔직히 복음 때문에 우는 교회는 많이 보지 못했다. 오늘날 교회의 현주소다. 1세대가 그러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 현실이다. 성도의 얼굴에서 예수가 주는 기쁨을 봐야 하는데, 원초적이고도 근본적인 웃음이 보이질 않는다. 열심히 교회에 다녀도 실제 세상에서 살아가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경우는 많다."

-언제까지 할건가.

"손녀가 7명이다.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런데 애들은 10년 정도는 더 하라고 한다. (웃음) 그렇다고 그 말이 섭섭하게 들리지 않는다.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탄식이 들려서다. 건강이 남아있는 한 계속 운전할 수 있다."

▶연락처:(818) 917-4974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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