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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치 가자미 낚시 르포…'주렁주렁' 가자미 열렸네

한명당 100~200마리
38명이 4500마리 잡아
바다에서 맛보는
싱싱한 회와 라면 일품

끗발이 좋았다. 만선이다. 이동시간 3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7시간을 잡아올렸다. 가자미 낚시다. 이날 낚시꾼들이 잡아올린 가자미는 족히 4500마리가 넘는다.

지난 8일 37명의 낚시꾼과 함께 가자미 낚시에 나선 기자의 선상일지를 공개한다.

오전 7시 30분

롱비치 항구로 낚시꾼들이 속속 집결했다. 캘리포니아 낚시 동호회 회원들의 차터보트 2월 정기출정 날이다. 33명의 회원과 아이들 4명에 기자를 포함 총 인원은 38명. 이날은 아예 배를 한 척 빌렸다. 기상상태는 맑음. 바다도 잔잔한 편이다.

우선 배에 타기 전 일일 낚시 라이선스(14.86달러)를 구입했다. 취재를 하면서 실제로 낚시를 해보겠다는 계획에서다. 멀미약도 미리 챙겨먹었다.

오전 8시

드디어 아라안호(Ahra-Ahn)가 천천히 항구를 떠나 태평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라안호의 길이는 65피트 너비 20피트로 최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49명이다. 낚시꾼들의 안전을 책임질 선장은 N.D. 이씨. 스킨스쿠버 배를 운영하다가 낚싯배를 운영한 지는 1년째다.

잔잔하던 배가 방파제를 벗어나자 출렁이기 시작했다. 낚시꾼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자리 잡고 낚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미끼로 사용할 꼴뚜기를 자르고 바늘에 끼우고는 금방이라도 낚싯대를 드리울 기세다. 그에 비해 일부 낚시꾼들은 선실에 앉아 여유롭다. 동호회의 터줏대감들이자 낚시를 자주 다니는 '선수(?)'들이다.

오전 9시 32분

N 33도 34분 253초, W 118도 0.8분 579초. 드디어 첫 번째 스팟에 도착했다. 떠난지 1시간30분. 배가 멈추자 심하게 요동쳤다. 거의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수준이다. 무슨 일인가 내심 걱정하는 기자에게 차터 마스터인 어두일미는 "배는 움직일 때보다 멈춰있을 때 더 심하게 출렁인다"고 귀띔해줬다. 캘리포니아 낚시 동호회는 이름 대신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 미르, 레니, 황쏘가리, 도다리, 쪼맹, 바다사랑 등 출석 여부도 별칭으로 한다. 어두일미는 동호회의 전임회장이자 고문이다.

선장이 "낚시를 시작해도 된다"고 방송을 하자 일제히 낚싯대를 바다로 들이밀었다. 수심 300피트. 1~2파운드의 추를 단 낚싯줄이 끝없이 주르르 바다로 끌려들어 갔다.

10분여가 흘렀을까. "올라온다~"고 누군가 소리쳤다. 드디어 가자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렁주렁 5~6마리의 가자미가 낚싯줄마다 달려올라왔다.

상황을 살피다가 기자도 낚싯대를 잡았다. 옆에 자리를 잡은 위닝맨이 사부가 되어줬다. 줄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엄지손가락이라고 했다. 원통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있어야 낚싯줄이 내려가는 속도를 줄일 수 있고 그래야 낚싯줄이 흐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가지 포인트는 추가 땅에 닿았을 때 릴을 살짝 감아 낚싯줄을 팽팽하게 당겨줘야 줄이 흐르지 않고 옆에 있는 낚싯줄과 엉키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낚싯줄을 내린 지 3분여. 옆에 있던 위닝맨이 끌어올려 보라고 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실패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다시 낚싯줄을 내렸다. 30여초 정도가 지났으려나 낚싯대를 잡은 손으로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해졌다. 입질이다. 이게 바로 손맛인가 싶었다. 2~3분여를 더 기다렸다. 가자미 낚시는 8~10개 정도의 바늘을 다는 만큼 여러 번의 입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낚싯줄을 끌어올렸다. 4마리가 걸려 올라왔다. 짜릿함이 느껴졌다.

사실 가자미 낚시는 한번에 여러 마리를 낚을 수 있는 만큼 힘도 든다. 바닥에서 한번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략 120~150번의 릴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가자미 낚시는 막노동 낚시"라고 부른다고 낚시꾼들이 입을 모았다. 기자는 이날 취재 중간 짬짬이 낚시를 해 가자미 50여 마리를 잡았다.

오후 12시 15분

스팟을 옮기는 동안 하나둘 낚시꾼들이 선실로 모여들었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다. 낚시를 도와주던 갑판원들이 이번에는 요리를 시작했다. 이쪽저쪽에서 "라면 하나요", "제육덮밥주세요"라며 주문이 들어왔다. 한인이 운영하는 선박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떡라면 하나를 시켰다. 바다 한가운데서 먹는 라면과 믹스커피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고등어회 맛은 더 기가 막혔다. 갓 잡은 고등어회를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입에 넣었다. 뭉텅 잘라진 고등어 회의 탱탱한 식감. 이맛에들 그 고된 바다낚싯배에 오르나 싶다.

이날의 출정에서 뽀글이(6세)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최연소 참가자다. 하지만 어리다고 얕봤다가는 큰코다친다. 3살때부터 아빠인 락피시를 따라다닌 경력 3년차의 낚시꾼이다. 락피시는 가끔 아들은 떼어내고 낚시를 가려고 할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뽀글이는 "아빠 나이들면 내가 안 데려간다"며 으름장을 놓는단다.

오후 2시

가자미 낚시를 위한 마지막 스팟으로 자리를 옮겼다. 낚싯대를 들이밀기 무섭게 10개의 바늘에 촘촘히 달린 낚싯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끗발이 좋다"며 쉴새없이 가자미를 잡아올렸다. 동호회 회장인 레니는 "300마리 정도를 잡은 사람도 있다"며 "오늘 이 배에서 총 4500마리 정도를 낚은 것 같다. 좋은 성적"이라고 강조했다.

만선이다.

가자미는 잡는 데 마릿수 제한이나 크기 제한이 없다. 한번 나오면 한명당 평균 100~200마리 정도를 잡을 수 있는데 살짝 말려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자미 낚시는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들이 특히 더 좋아한다고 낚시꾼들이 입을 모았다. 사실 이날 마지막으로 스팟을 옮겨 잠시 쏘가리(Scorpion) 낚시를 했지만 실패했다.

오후 4시 30분

예정시간보다 3시간여나 지체됐다. 3시까지 항구에 도착할 예정으로 떠난 배가 4시 30분이 되어서야 다시 항구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미 뉘엿뉘엿 해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오는 길에는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잡은 가자미를 손질하는 일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이때 떼어내는 대가리는 온전히 갈매기의 몫이다. 자연과 나눠먹을 수 있어 더 즐거운 낚시다.

오후 6시

롱비치 항구에 다시 당도했다. 10시간의 힘겨운 바다낚시. 하지만 가득 들려 있는 가자미 덕에 고된 줄도 모르고 보낸 생애 첫 바다낚시였다.

글·사진=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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