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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무용단의 한글 공연을 마치고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글 한글을 주제로 공연을 펼쳐온 이숙재 밀물무용단(1984년 창단)의 한글공연이 지난 5일 LA한국문화원 소극장에서 있었다.

소극장 공연의 최대 특징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숨소리 하나까지도 표현의 수단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긴박감과 긴장감이 항상 무대를 감싸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의 실험정신과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작가적 인식이 춤언어인 몸짓으로 표현되어 전달되는 순간이다.

춤 저변확대를 위해 한글의 형상화에 치중했던 초기의 리얼리즘 작품들에 비해 밀물의 근래 작품들은 한글의 현대성, 세계성 안에서 한글의 창제성을 부각시키려는 표현주의적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02년, 2003년에 이어 세 번째 이어지는 밀물의 LA공연은 소극장용으로 재편성된 작품 3개로 짜여졌다. 천/지/인의 삼재원리를 한글과 접목시켜 3부작 형태로 나누어 성아름, 박희진, 이해준 등 각기 다른 3인의 안무로 구성되었다. 성아름은 하늘을 4차원의 관념적 공간으로 표현했고 박희진은 자신의 주제인 '지'를 어머니의 출산의 고통이 하늘과 다시 소통되는 땅의 기운으로 그려냈다.

밀물의 최근 공연들은 2세대 안무가인 이해준 교수(한양대)의 젊고 도전적인 안무방식들로 다시 채색되어 가는 느낌이다. 춤과 한글로 이 시대가 지니고 있는 시대성과 삶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이해준의 꿈틀거리는 작가의식들이 엿보인다.

이해준은 이번 공연의 마지막 작품 '스마트 한글 인'에서 미디어적 상상력을 동원, 우주와 한글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해냈다. 한글로 시작된 이숙재 실험적 무브먼트가 이제 또 다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그 행로가 주목된다.

이날 공연에는 상당수의 외국인 관객들이 참석, 시종 진지한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필자는 주최자로서 이날 통역을 준비하지 못한 명백한 실수를 범했다. 공연순서 어디에서도 이들을 배려하는 자막조차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어느 한인 한 분이 일어나 공연의 내용을 영어로 설명할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평소 우리문화의 세계화를 외쳐온 필자는, 정작 우리 한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온 외국인 관객들을 무관심과 무성의로 푸대접 해버린 것이다. 주최 당사자로서 변명의 여지없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 이런 실수가 재발 않도록 깊이 자성하고 있다.

이병임/무용평론가·우리춤보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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