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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으로 텅 빈 사제, 누구에도 도움 안돼"

남가주한인사제협의회 첫 모임
사제끼리 허심탄회한 고민 나눠

지난 5일 놀웍 지역 성 라파엘 한인성당(주임신부 정 브라이언)에서 올해 첫 남가주 한인사제협의회가 열렸다. 모두 12명의 한인사제가 참석했다. 사제협의회를 막 끝내고 나오는 협의회 회장인 하 알렉스 신부(평화의 모후 한인성당 주임)와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 새해 첫 회의인데 특별한 내용은 없었나.

"원래는 1월에 했어야 했는데 각 성당마다 너무 바빠서 2월에 첫 사제회의를 갖게 됐다. 첫번째인만큼 좀 달리 했다. 모두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미사 중에 소그룹으로 나누어 올 한해 사제로서 어떻게 살아갈 지 성서로 말씀나누기 시간을 가졌다. 항상 원탁에 둘러 앉아 안건들을 나누는 대신 이렇게 함께 주님 제대 앞에서 미사와 사제로 살아가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것도 참 좋았다(만족스런 웃음)."

-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솔직히 말하면 우리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소그룹으로 나누어 허심탄회하게 나누라고는 하지만 우리도 잘 안된다. 이 때 누군가가 먼저 솔직하게 나서면 그때부터 말꼬가 트이는 법이다. 이번에도 몇몇 분이 이 역할을 해주셔서 많은 얘기들이 나올 수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책임감과 그에 따른 진실성'이었다."

- 사제의 진실성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각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응답'한 사람들이다. 나의 선택인만큼 책임이 따른다. 예수님 안에서 진리의 영원한 답을 찾겠다고 이 길을 선택했는데 과연 나는 사제로서 얼마나 충실하게 그 길에 응답하고 있는가 한해를 시작하기 전에 짚고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많이 갖게 됐다.신부로서 내가 얼마나 진실하게 살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기 때문이다."

-신부님들은 그래도 우리보다 조금은(?) 진실하지 않을까.

"(웃음) 한 사제가 점점 '박제 인간'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이 된다. 사제는 언제나 '잘 살아야 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 내 모습을 들여다 보기보다는 신자들에게 보여지는 '사제'로 되어가기 쉽다. 그러나 문제는 내적으로, 영성적으로 텅 빈 사제는 누구의 영혼에게도 도움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그 분의 제자'로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마음에 관한 문제들을 다뤄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눈속임으로는 해낼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그 일을 맡기신 분을 속일 수가 없다. 사제 각자의 영혼상태를 훤히 보고 계시니 그 앞에서 진실성 만이 서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 사제들이 먼저 영적이 되어야 신자들도 도움받는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사제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사제생활 10년이 되면 변모가 되는데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사제들이 각자의 변모에 대해 얘기해 본 것이다(웃음)."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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