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백배즐기기]리틀 오데사에서 맛보는 우즈베키스탄과 한식의 만남
러시아서 강제 이송된 고려인 4세가 운영
전해져 온 손맛으로 육개장·국수 만들어
여기에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가 운영하는 우즈벡-한식 레스토랑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즈베키스탄과 한국 음식이 이 레스토랑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엘자 간(68)씨가 운영하는 이 곳 '엘자 팬시 푸드'는 그래서 독특하다. 우즈벡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간씨는 1930년대 스탈린 정권 당시 러시아에서 우즈벡과 카자흐스탄 등지로 강제 이송된 고려인들의 후예다. 이 역사 속에 간씨 가족의 손맛이 이어져 내려온 것. 간씨는 시어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레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한국과는 이미 멀어진 고려인들이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 속에는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처음 엘자 팬시 푸드를 방문한 것은 2011년. 소문을 듣고 간 곳에서 독특한 한식을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식 맛이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이국적인 풍취가 느껴져 흥미로웠다. 그 이후로도 겨울이면 이 곳의 따뜻한 육개장 국물이 생각 나 가끔 찾았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런 식사를 하고 코니아일랜드 해변을 거닐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치 짧은 여행을 한 것 같아 재충전이 됐다.
◆맛=메뉴를 살펴보면 한식과 이름이 비슷한 음식을 발견하게 된다. '육개장(Yug-Gyadya.$7.50)' '국수(Kuksu.$5.50)' '김치(Chim-Cha.$3.69)'가 대표적이다. 냉국과 냉면을 섞어놓은 듯한 국수는 시원하고도 새콤하다. 소면에 김치.고기.고명.오이지 등을 넣어 만들었다. 입맛 없는 날 먹으면 식욕이 확 당길 것 같은 맛이다.
육개장의 경우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달리 뽀얀 국물에 설렁탕과 비슷한 맛이다. 고기 육수에다 찢은 고기와 양파를 넣어 깊은 맛을 더했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것이 특징.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다. 얇고 길게 썬 당근을 넣은 것이 다르다. 파운드 단위로 판매한다.
또 다른 인기 메뉴 중 하나는 'Tripe Hye($6.99)'로 칠리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다. 주재료는 당근과 곱창. 곱창의 부드러운 맛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회'와 발음이 비슷한 'hye' 시리즈는 이것 말고도 틸라피아(생선).가지.소고기 등 다양하다.
이 밖에도 만두와 비슷한 만티(Manti.5개 $6.99) 커틀릿($5.49) 치킨 타바카($7.00) 등이 있어 우즈베키스탄의 맛을 즐겨볼 수 있다. 치킨 타바카는 소스를 바른 로스트 치킨인데 벽돌로 눌러 굽는 것이 특징이다. 스윗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다. 디저트로는 쌀강정과 비슷한 '착착($1.50)'을 먹어보길.
◆분위기=다소 투박한 '동네 식당' 분위기다. 숨겨져 있는 맛집같은 포스(?)를 풍긴다. 아는 사람만 알고 가는 곳. 화려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소박하다. 간판에 키릴 문자로 적힌 글은 'At Your Mother-in-Law(장모님.시어머니 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식당 내부로 들어가면 구석에는 TV가 나지막히 소리를 내고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백인부터 아시안 러시안 이민자 등 다양하다. 앉은 자리에서 조리 공간이 보여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간씨 또는 간씨 가족을 볼 수도 있다.
▶레스토랑 정보: B.Q전철을 타고 브라이튼비치(Brighton Beach)역에서 내려 서쪽 방면으로 두 블록 걸어가면 도착한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10달러 이하 수준. 크레딧 카드로도 결제 가능하다. 영수증에 팁이 포함돼 나오는 것을 주의하길 바란다. 3071 Brighton 4th St. 718-942-4088.
이주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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