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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신발? 신어봐야 알죠, 사람? 있는 그대로 보면 알죠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만남 〈12>킹키부츠(Kinky Boots)

영어 속담에 그런 말이 있다. 'Put yourself in my shoes!'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란 말이다. 이 속담은 왜 서로의 이해를 요구하는 행위를 '신발'에 빗대어 이야기할까. '킹키부츠'에서 힌트를 조금 얻어볼 수 있다.

킹키부츠는 아버지의 신발 공장 사업을 물려받은 찰리 프라이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한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사업을 살리기 위해 '니치 마켓'을 찾던 중 우연히 드랙퀸(Drag Queen.남장 여자) 롤라를 만나게 된 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는다. 남성용 구두가 아니라 화려한 부츠를 만들기로 하고 남다른 롤라의 감각을 부츠에 불어넣도록 디자이너로 롤라를 고용한다.

여기에서 끝난다면 기분 좋은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이야기는 더 뻗어나간다.

킹키부츠에 등장하는 찰리와 롤라는 '아픈' 사람들이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싸안고 살아가는 어른들이다. '남성다움'을 요구했던 아버지에게 눌려 지내던 어린 롤라(사이먼)는 하이힐을 신었을 때 상쾌한 공기를 자유를 맛보았다고 말한다. 한편 찰리는 아버지의 기대에 항상 미치지 못해 주눅들고 좌절한다. 이 상처와 아픔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되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았을 때'에 상대방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다. 모두가 화려한 부츠를 신고 등장하는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난해 토니상을 힙쓸며 돌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킹키부츠'와 원작이 되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뮤지컬 하이라이트=이 뮤지컬을 논하면서 '음악'을 뺄 수 없다. '타임 애프터 타임'의 신디 로퍼가 공연의 음악을 맡아 여성 최초로 토니상 작곡상을 거머쥐었기 때문. 팝발라드 록발라드 디스코 음악 등 신디 로퍼만의 감각이 돋보이는 음악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잘 맞게끔 재단됐다. 찰리(앤디 켈소)와 롤라(빌리 포터) 두 주인공의 진솔한 고백이 돋보이는 'Not My Father's Son' 'Soul of a Man' 등 노래를 통한 메세지 전달도 탁월하게 완성해 냈다. 1막과 2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래는 관객 모두가 캐릭터들의 파티에 참여하게끔 만들어 흥이 절로 나게 한다.

이 음악 위에 연출 겸 안무를 맡은 제리 미첼(헤어스프레이 리걸리 블론드 등 연출)의 손길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롤라와 엔젤스(드랙퀸 댄서들)의 과격하고 화려한 댄스는 눈을 사로잡는다. '과연 이들이 남자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섹시하고 현란하다. 신발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펼쳐지는 안무 또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장면. 무대 위 에너지 또한 컨베이어벨트와 함께 달려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안무 역시 지난해 토니상을 수상했다.

무대 디자인의 경우 돋보이거나 화려하진 않다. 철저히 안무와 노래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한다. 그러나 곳곳에 세심한 아이디어를 넣어 존재감을 보여준다. 2층 구조물을 통해 공장장 사무실을 표현하다가도 이를 360도 180도 등 다양하게 움직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무대 연출이 눈에 띄는 장면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슬로 모션'. 요즘 무대 위 슬로 모션은 브로드웨이에서 안 쓰는 작품이 없을 정도로 '흔한' 연출이 돼버렸으나 자칫 잘못하면 집중도를 깰 수 있을뿐더러 흐름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링컨센터에서 공연한 에단 호크의 '맥베스'가 그랬고 얼마 전 막을 내린 '빅 피시'도 (노래로 회복시키긴 했지만) 그랬다. 킹키부츠의 슬로 모션은 단연 최고라고 볼 수 있다. 바로 롤라와 '마초' 돈의 권투 대결 장면이다. 두 배우의 호흡과 링 바깥 관중들 그리고 조명과 사운드 등이 하나가 되어 일궈낸 합작품이다. 슬로 모션과 일반 속도가 절묘하게 이어져 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영화 하이라이트=뮤지컬에서는 롤라 역을 맡은 빌리 포터가 극을 이끌어간다면 영화에서 롤라 역할을 담당하는 배우는 치웨텔 에지오포. 최근 영화 '노예 12년'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르고 수상의 영예 또한 안은 배우다. 뮤지컬처럼 화려한 안무는 없을지라도 진솔한 내면 연기와 의외의 노래 실력으로 관람객을 스크린 속으로 집중시킨다. 에지오포의 연기력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는 영화다.

2005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다룬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 등 영화를 연출한 영국인 감독 줄리안 자롤드가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가 뮤지컬의 원작이기에 내용이나 전개는 상당 부분 비슷하다. 다만 뮤지컬에서 슬로 모션으로 다룬 롤라와 돈의 권투 대결 장면은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대신 긴장 넘치는 팔씨름 대결이 펼쳐진다. 롤라가 이기려는 찰나에 돈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이 장면을 통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또한 영화는 실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노스햄튼 신발 공장에서 촬영해 화제를 낳았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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