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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만든 '여행'…그들을 웃게 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 3주간 미국 나들이
한인교계 및 한국교계 함께 여행 비용 분담해
여행 끝나고도 멘토 통해 계속해서 관계 쌓기로
교회끼리 연합사역, 좋은 역할 모델 될 수 있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아래로 떨군 고개를 들고,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했다. 그래서 '길'을 선물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니 작은 온정이 하나둘씩 모였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길이다.

한국 농어촌 지역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 10명이 '미국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16일 LA에 도착한 목회자 자녀 일행은 LA를 거쳐 애틀란타, 워싱턴, 뉴욕 등 3주에 걸친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한국의 목회멘토링사역원과 인터넷 교계 신문 '뉴스앤조이'가 마련한 '비전 투어'다. 미국에선 ANC온누리교회, 아틀란타새교회, 와싱톤한인교회, 뉴욕장로교회 등 이민 교회가 힘을 보탰다. 그들의 특별한 여행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공감에서 시작된 여행

이번 여행은 '공감'에서 시작됐다. 목사가 목사의 마음을 헤아리는데서 비롯됐다. 서로 간의 헤아림 가운데 '자녀'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청소년기에 있는 목회자 자녀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PK(Pastor's Kids)'라는 중압감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이사(뉴스앤조이대표)는 "신학생 중에는 목사 아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애초에 그들이 꾸는 꿈의 폭이 좁고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들의 경우 그들의 상처를 싸매 주고 자존감을 높여 주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에는 김종희 이사를 비롯한 홍민기 목사(부산호산나교회),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등 PK가 많다. 목회자 자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각 교회들도 적극 나섰다. 항공료를 포함한 여행 경비를 함께 분담함으로써 같이 만들어가는 여행을 꿈꿨다. 미국에서는 ANC온누리교회를 비롯한 각 지역 이민 교회가 홈스테이 제공, 차량 지원 등 지역별로 전체적인 일정을 책임졌다.

ANC온누리교회 최태석 부목사는 "주일예배때(12일)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이 LA를 방문한다고 광고를 했더니 많은 성도들이 식사 제공을 비롯한 재정적으로 동참해주셨다"며 "모두가 내자식, 내 자녀 같은 마음이 들어서인지 온 교회와 성도들이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눈물을 닦아줬던 면접시간

이번 여행의 선발 대상은 분명했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다. 가급적이면 농어촌 교회를 우선으로 했다.

선발 과정도 특별했다. 지원때 부터 부모(목회자)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게끔 했다. 부모는 건강한 목회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 자녀는 어려운 여건에도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함께 나누기 위해 면접도 한 자리에서 함께 했다.

지원 과정 가운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숨겨진 갈등과 막혀있던 벽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건 서로의 삶에 대한 또 다른 이해의 시발점이었다. 웃고 울었던 면접은 스킨십을 통한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였다.

비전 투어에 참가한 이윤경(19) 양은 "면접 때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가 많이 울었다"며 "솔직히 그동안 목회자 자녀라는 주변의 시선과 부담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비록 면접이지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종희 대표는 "아이들이 면접을 하면서 PK로서 겪었던 설움과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털어 놓더라"며 "목회자의 아들로 자랐던 나도, 면접을 봤던 목회자들도 모두 마음을 공감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가방 잃어버렸어도 행복"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다.

받은 사랑이 넘쳐서일까. 나누고 싶어했다.

김수연(17) 군은 음악심리치료사가 장래 희망이다.

김 군은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또래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여러 문제들을 보게 된다"며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도 듣고 싶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나중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여행은 알차게 진행된다. 우선 미국 투어를 나서기 전, 지난해 12월 부산호산나교회에서 1박2일 캠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눴다.

부산호산나교회 홍민기 목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홍 목사 역시 PK로 과거에 신앙적으로 회의가 들어 교회를 등진 사연, 부모님과 갈등을 풀어간 이야기 등을 나누며 오랜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 목회자 자녀들은 사전 캠프를 통해 맨토와의 대화, 그룹 모임, 펠로십 등을 통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10명의 목회자 자녀(중학교2학년~고등학교 2학년)들은 파주, 일산, 이천, 함양, 김천, 대전, 광주, 남해, 포항, 산청 등 각 지역에서 모였다. 서로 몰랐던 사이지만 '목회자 자녀'라는 공통분모 아래 나누고 공감할 부분이 많아서 더욱 가까워졌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힌다.

16일 LA에 도착한 비전 투어팀은 ANC온누리교회를 방문해 김태형 목사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또 UCLA에서 '지선아 사랑해'의 작가 이지선씨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멘토들의 격려와 도전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임한이(15)양은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에 왔는데 짐가방이 도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을 뜻깊게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은 각 지역의 명소나 주요 대학들을 견학함과 동시에 안맹호 선교사의 안내로 인디언 원주민 및 흑인, 히스패닉 등 선교 현장도 직접 방문하게 된다.

"여행은 계속된다"

자녀보다 부모가 더 위로받는 시간
온 가족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구상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의 여행길은 계속된다. 3주동안 미국만 둘러보고 끝나는 일시적인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삶의 길을 걸어나갈 ’길동무‘도 생겼다. 한국 및 이민교계 30여명의 목회자들로 구성된 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김영봉 목사)이 앞으로 이들의 일대일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여행이 끝나고도 아이들과 목회자간의 멘토십 관계를 통해 관계를 이어나가게 된다.

앞으로 이 아이들 외에도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을 선발해 비전 투어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종희 대표는 “이 사역은 아이들을 위한 여행의 의미를 넘어 사실 그들의 부모(목회자)들도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라며 “앞으로는 목회자 자녀 뿐 아니라 온 가족 전체가 함께 하는 여행이나 프로그램도 구상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지난 2009년 워싱턴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 단체는 목회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으로 1년에 두 번씩 신학생 및 사역자들을 위한 ‘멘토링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또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농어촌 교회 및 미자립 교회 목회자를 돕는 사역을 함께 펼치며 ‘시골교회 워크숍’도 열고 있다.

현재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서울대 손봉호 명예교수를 비롯한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김지철 목사(소망교회), 홍민기 목사(호산나교회), 진재혁 목사(지구촌교회),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 박은조 목사(분당샘물교회) 등이 멘토 및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글=장열 기자·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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