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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 피해 산골로…파주 염씨 '옹기장이 신앙'

추기경 배출한 순교자 가문
19세기 5대조 천주교 입교
외가도 옹기 팔며 신앙 지켜
총리서리 백한성이 외삼촌

한국 천주교 전래사는 박해의 역사다. 1784년 이 땅에 처음 천주교가 전해진 이래 1886년 공인되기까지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1만 명가량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다. 극심한 박해를 피해 신앙의 선조들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옹기나 숯을 만들며 생활을 영위했다. 함께 모여 옹기를 만들고 내다 팔면서 박해 소식이나 새로운 교우촌에 관한 풍문을 수집했다. 그 때문에 그런 한국 천주교의 특징을 '옹기장이 신앙'이라 표현할 정도다.

염수정 추기경 역시 그런 옹기장이의 후손이다. 추기경의 파주 염씨 집안의 신앙은 19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대조인 염덕순(베드로)이 일찌감치 천주교를 받아들여 지금의 차관급인 춘추관, 수찬관을 지내다 1822년 충북 옥천으로 피신한다. 물론 가솔과 함께다. 몰락한 양반 집안은 당시 천주교 신자들의 일반적인 행로를 따른다. 염덕순의 외아들인 염석태(베드로)는 옥천의 사기장골 마을에서 옹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염 추기경 스스로가 2003년 '한 성직자 가정 공동체의 신앙 이야기(차기진 지음)'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그런 자기 집안의 신앙 이력을 옹기장이 신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염 추기경 집안은 '순교'라는 또 하나의 운명과도 겹쳐진다. 추기경의 4대조 염석태와 아내 김 마리아가 1850년 사기장골을 습격한 포졸들에게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당한 끝에 그해 가을 참수된다.

이런 수난을 겪다 보니 추기경의 집안은 족보를 잃어버린 듯하다. '한 성직자 가정…'을 쓴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59) 박사는 "염덕순 이전 선조들의 계보와 내력을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정리한 비공식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일부 사실관계도 불투명하다. 차 박사는 "염덕순이라는 이름을 조선 왕조의 공식 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4대 조부모의 순교 이후 추기경의 가족은 충북 충주(3대조 염성수·루도비코)→경기도 안성 삼죽면(조부 염재원·요한)을 거쳐 아버지 염한진(갈리스도)과 어머니 백금월(수산나)대에 이르러 서울 효자동으로 이사한다. 이 과정에서 염성수가 충주의 숭선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의 신자 모임) 회장을 지내는 등 신앙을 키워 나간다.

박해를 극복하고 신앙을 지켜 구교우라 불리는 신자들은 반드시 신자 집안에서 짝을 찾았다고 한다. 추기경의 어머니 백금월 수산나 집안은 4대 조부 때 천주교에 입교했다. 전라도 무주 등지에서 역시 옹기장이 생활을 하던 집안이다. 추기경의 어머니는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교리서나 기도서를 읽을 수 없었으나 나중에 독학으로 한글을 깨쳤다. 국무총리 서리·대법관 등을 지낸 법조인 백한성(1899~1972·알로이시오)이 백금월의 둘째 오빠, 즉 염 추기경의 외삼촌이다.

염 추기경대에 와서 신앙의 꽃은 활짝 핀다. 1970년 염 추기경, 75년 염수완(야고보) 신부, 81년 막내 염수의(요셉) 신부가 차례로 탄생한다. 국내 첫 3형제 신부다. 이와 관련해 염 추기경은 "막내 수의가 사제 서품을 받던 날 저녁 어머니가 '내가 소원했던 것을 하느님이 이제야 다 이뤄주셨다'고 하신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3형제 모르게 그만큼 간절히 사제 탄생을 바랐다는 얘기다.

추기경 집안에서는 3형제 외에 성직자가 많이 나왔다. 5촌 조카 염동규(모미니코) 등 조카뻘 이하 사제만 4명이다. 역시 5촌 조카인 염순자(루치아)는 수녀가 됐다. 차기진 박사는 "추기경 집안은 순교 신앙 집안일 뿐 아니라 성소의 본향이라고 할 만큼 성직자가 많이 나왔다. 뿌리 깊은 신앙가"라고 평했다.

신준봉·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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