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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종교…상] 갈등과 공존…세속과 역사가 공존하는 땅, 이스라엘

성서의 땅 이스라엘(Israel)은 오랜 시간을 품고 있다.

역사와 현재의 간극은 크고 깊다. 시간은 변화를 가져왔고, 변화는 다양함을 생성했다. 21세기 이스라엘의 오늘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예루살렘부터 팔레스타인까지 성경의 온기가 스며든 땅을 직접 밟으며 이스라엘의 현재 모습을 취재 수첩에 고스란히 담았다.

성서의 실제 배경인 이스라엘은 그동안 교인들에게 ‘성스러운 땅’,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복음을 예루살렘까지 전해야 한다는 운동)’, ‘회복돼야 할 민족’ 등의 다소 추상적 개념과 의미로 점철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 땅에 대한 흐릿한 관념을 선명하게 재조명한다. 본지는 신년 종교 특집으로 이스라엘 방문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스라엘, 우선적으로 현실 입각한 이해 필요
종교·역사·문화·정치 다각도로 바라봐야
성지 개념 외에 이스라엘의 현재 함께 봐야
밤 문화 활성화·동성애자 축제도 열리기도


◆얽히고 설킨 공존과 갈등

현대의 이스라엘(1948년 건국)은 종교와 종교, 전통과 세속,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땅이다. 이는 역설을 부른다. 공존 속의 갈등이다. 분쟁의 뿌리는 깊다. 종교는 갈등의 핵심이다.

유대인에게 이스라엘의 중심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심장은 지성 소(하나님이 임했던 장소)다. 구약 시대 때는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성소는 유대인에게는 민족 존립의 본질이다.

예루살렘 성 동쪽에 위치한 그 자리엔 현재 이슬람 황금사원이 세워져 있다. 모슬렘은 그곳을 모하메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어,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는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발원지다. 이 자리에 대한 소유 및 탈환을 두고 이슬람과 유대교의 대립은 중동정세의 최대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 전문가 이백호 목사는 "만약 중동 문제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그 자리가 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모슬렘을 제외하고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전신 검색 등 공항 수준의 까다롭고도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 일반인에게는 개장 시간도 하루 두 번 일정시간만 허용된다.

이스라엘 지역 한 선교사는 "그런 민감한 지역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땅 밟기 기도를 한다며 사원을 돌거나, 공격적인 전도를 펼친다"며 "이는 이스라엘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펼치는 무지한 전도 행위"라고 말했다.

황금사원 밖 아래쪽에는 '통곡의 벽'이 있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황금사원이 위치한 지성소의 재건을 그리며 눈물의 기도를 이어가는 곳이다. 율법에 따라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이 몰린다.

그들에겐 오랜 역사적 갈등이 내재한다. 대립은 구약의 이스마엘과 이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외부에서 이를 단순히 해석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 아닌 거다.

◆예루살렘은 역설의 공간

올드시티(Old City)라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체둘레 약 4018미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공존과 갈등의 역설이 축소판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성경속 예루살렘 성은 현재 북적대는 시장통으로 변해버렸다. 그 안은 이슬람, 알메니안, 기독교, 유대교 등 4개의 종교 지역으로 구분돼 2만 여명이 살아간다. 전체 구역 중 이슬람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데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고난의 길' 역시 이곳에 있다.

한인 순례객을 비롯한 일부 크리스천은 이 길에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체험을 한다. 이때 나무 십자가를 대여해주며 수입을 얻는 건 주로 모슬렘이다. 십자가 대여업을 하는 한 모슬렘 남성은 "주로 한국이나 필리핀 등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십자가를 지는 체험을 한다"며 "전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야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들의 종교적 행동을 굳이 막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비웃었다.

예루살렘 성내 모슬렘 지역에선 하루 다섯 번의 기도(살라트) 시간을 알리는 알림 방송이 곳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매번 쩌렁쩌렁 울린다. 그때마다 인근 유대교 지역을 지나는 정통 유대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은 비일비재 하다. 기독교 지역엔 콥틱교, 가톨릭까지 다양한 종파가 존재하는 복잡 미묘한 곳이 예루살렘 성이다.

성 외부로 나와도 마찬가지다. 예루살렘은 길 하나를 두고 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으로 나뉜다. 다소 지저분하고 시장 같은 분위기의 동예루살렘은 주로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 사람들이 몰려 산다. 고급 쇼핑몰이 들어선 서예루살렘은 현대적 도시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유대인이 주를 이룬다.

예루살렘을 '홀리 시티(Holy City)'의 이미지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이지 않는 갈등 속에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는 도시가 바로 예루살렘의 현재다.

◆이스라엘에 대한 착각

유대인은 금요일 해질 녘부터 토요일 해질 녘까지 '안식일(Sabbath)'을 지킨다. 이때는 예루살렘 도심 일부가 적막에 휩싸인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엔 종교적 색채만 묻어나는 게 아니다. 소위 '세속화'된 이스라엘의 모습도 엄연히 존재한다. 안식일은 그런 세속적 유대인들 사이에선 하나의 전통 문화 정도로 여겨진다. 이들은 황금사원에 대한 첨예한 대립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오히려 그런 이슈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는 유대인도 많다.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한나 카스먼(24)씨는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꼭 성지의 개념으로만 생각할 순 없다"며 "이곳의 젊은이들은 이미 도시화된 삶을 즐기면서 종교나 역사는 하나의 과거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행정 및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는 국제 도시다. 예루살렘에서 차로 1시간 거리다. 이곳에서 유대 회당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밤 문화가 활성화 돼있고, 동성애자들의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한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텔아비브엔 '욥바'라는 도시가 있다. 구약의 요나가 다시스로 도망가려고 배를 탄 곳이며, 사도행전 10장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신식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욥바의 항구 앞은 세련된 젊은 남녀들로 북적인다. 물론 이들에겐 안식일의 개념은 사라 진지 오래다.

한시적인 과거에 현재의 이스라엘을 대입하는 건 무리다. 성스러운 이미지를 맹목적으로 투영하거나, 감성적 시각으로 봐야 할 이유도 희미해졌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현실에 입각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규정하기 힘든 유대인의 정의
혈통·인종·종교 등에 따라 갈리기도


이스라엘에 대한 '유대인 선교'는 방향성이 매우 모호하다.

수많은 교회가 '백투예루살렘'을 구호로 내세우며 이스라엘의 회복을 외치지만, 정작 '유대인(Jew)'의 대한 정의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란이다. 유대인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토라(모세오경)를 매일 읽으며 율법을 목숨처럼 지키려는 극단적 정통 유대인이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종교인'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현대의 이스라엘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이스라엘은 성경에 따라 메시아에 의해 세워진 '다윗의 왕국'이 아니라는 거다. 이들은 납세나 국방의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반면 정부의 혜택은 받는다. 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게 종교인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오히려 그들에게 복지 지원금을 제공한다.

종교적 구분 외에도 인종의 다양성은 개념의 혼란을 불러온다. 외부에선 기본적으로 유대인을 하얀 피부로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유대인은 모계 혈통을 우선 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유대인이면 자식들도 유대인으로 불린다.

유대인 사이에서는 구분하는 명칭도 각각이다. 에스파냐·포르투갈계 유대인, 중동의 유대인, 북아프리카계 유대인 등은 '세파라딤(Sefaradim)'이다. 완전히 검은 피부의 에티오피아 유대인은 '팔라샤(Falasha)'다. 만약 아시안 유대인까지 가세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과 미국서 이주해 온 유대인은 '아슈케나짐(Ashkenazim)'이라 불린다.

명칭의 구분은 유대인끼리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며, 차별을 생성한다. 백색 인종인 다수의 아슈케나짐이 이스라엘의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 인정 범주와 차별 문제는 이스라엘 내부의 논쟁거리다. 거기에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외국인, 유대인은 아니지만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 유대인과 결혼한 외국인, 유대교를 버렸지만 유대 혈통을 가진 사람, 해외 국적의 유대인까지 '유대인'에 대한 정의는 랍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계가 외치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유대인 전도는 그 대상에 대한 원론적 의미부터 명확한 정립과 인식이 필요하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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