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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보급로만 막던 표적항암제, 직접 찾아내 공격한다

암 치료제의 진화…미국혈액학회 가보니

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서 학업·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난 7~10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 어니스트 N. 메모리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5차 미국혈액학회(ASH2013)’에서 그 가능성이 확인됐다. 표적항암제에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항암제를 결합했다.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인 ‘항체-약물 결합체’다. 지금까지 개발한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신호를 차단해 간접적으로 공격했다. 처음엔 효과적이지만 암세포가 우회로를 만들면서 반격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임상을 주도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병원 안톤 하겐비크 교수는 “항체-약물 결합체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직접 공격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표적항암제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항체·약물 결합형 … 3주 30분 투약

표적항암제가 진화하고 있다. 암세포 공격력을 개선해 약효를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인다. 악성림프종 같은 혈액암은 항암제 내성이 높다. 처음부터 독한 항암제 3~4개를 섞어 사용한다. 인체 면역체계가 약해지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악성림프종은 혈액을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망가져 발병한다. 빈혈이 심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밤에 잘 땐 땀을 많이 흘리고 목 언저리가 붓는다. 기침을 자주 해 목이 쉰 것처럼 아프기도 한다.



혈액을 만드는 조혈세포를 이식해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재발한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의 50%는 재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회에 참석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이렇게 치료해도 10명 중 2명은 계속 재발한다"고 말했다. 재발 후 평균 생존기간이 27개월에 불과하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는 "림프종은 인체 면역체계인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이라며 "항암제 독성으로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면 폐렴균에 감염돼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암 환자의 4%는 항암치료 도중 폐렴.패혈증으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악성림프종 102명 중 34명 사실상 완치

항체-약물 결합체 치료제는 이번 학회의 핫이슈였다. 약효가 점점 떨어지는 기존 표적항암제나 독성이 강한 항암제의 장점만 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찾아내 타격하는 식이다.

치료가 힘들었던 말기 암환자의 완치 가능성도 제시됐다. 고혈압.당뇨병처럼 암을 관리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보급로를 차단해 스스로 굶어 죽도록 유도한다.

미래형 표적항암제의 대표주자인 항체-약물 결합체 치료제로는'애드세트리스'(다케다제약)가 있다. 이 외에도 화이자.애브비.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바이엘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에서 총 25개 항체-약물 결합형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치료 편의성도 좋다. 3주에 한 번씩 30분 정도만 투약하면 된다. 기존 항암치료는 통상 3~4시간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애드세트리스는 약효.치료의 편의성 모두 뛰어나 올해 의약품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 갈리엥상을 받았다. 2011년 미식품의약국(FDA)도 이례적으로 이 약을 신속 승인했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연구는 긍정적이다. 기존 치료법(고용량 항암치료+조혈모세포이식)으로 효과가 없는 고위험 악성림프종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애드리세트리스를 3주에 한 번씩 평균 9번 투여했다. 이후 3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애드세트리스 투여군의 75%(76명)는 암세포가 줄었다. 이 중 33%(34명)는 몸 속에 있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환자 대부분이 이후 별다른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재발하지 않았다.

애드세트리스 투여군 중 절반 이상이 40.8개월 이상 생존했다. 반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는 평균 4.1개월 후 재발했다.

애드세트리스는 기존 림프종 표적항암제보다 암세포 반응률이 7배 이상 좋다. 하겐비크 교수는 "최근에는 애드세트리스로 처음부터 림프종을 치료하거나 다른 혈액암.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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