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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있다? 없다?…거리의 논쟁 뜨겁다

유신론 "신의 존재를 생각해보는 계기 되길"
무신론 "모든 지혜는 자료와 정보로 얻어야"
공공장소로 나와 사람들과 직접 만나며 전달
자극적 홍보 아닌 젊은층 나서 편한 소통 추구


유신론과 무신론이 부딪치고 있다. '신'의 존재 유무를 두고 양측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과학, 논리, 신념 등을 토대로 책상 머리에서 싸우던 양측이 이제는 길거리로 직접 나와 서로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나 공공장소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는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일종의 가치싸움이다. 신의 존재 여부와 직결되는 '종교'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유신론과 무신론이 펼치는 논쟁은 미국의 또 다른 갈등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신의 존재와 인간의 구원 등에 대해 강력한 믿음을 가진 기독교와 이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무신론자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들은 거리에서 무엇을 주장할까. 그건 인간의 존재성에 대해 본질적 의미를 묻는 또 다른 질문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지난달 24일 LA컨벤션 센터 앞. 대규모 행사인 LA오토쇼가 열리는 관계로 수많은 인파가 다운타운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엄청난 군중 속에 컨벤션 센터 앞에서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침묵 속에 피켓을 들고 있었다.

"GET RIGHT with GOD(하나님과 함께 바르게 삽시다)", "No Person is Righteous(의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피켓에 적힌 문구를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간혹 메시지를 보고 그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거나 더러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보였다.

본인을 크리스천이라고 밝힌 케더린 아델리아(24·LA)씨는 봉사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아델리아씨는 "주말에 이렇게 길거리에 나와서 성경적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도 적지만 무신론과 인본적인 사상들이 팽배한 요즘 누군가는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를 계속 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피켓을 든 사람들은 미국에서 성경 보급 사역을 펼치는 '홀리 바이블(Holy Bible)'이란 기독교 단체에 소속된 봉사자다. 최근 들어 쇼핑몰, 행사장,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 등에서 성경 문구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7월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열렸던 대규모 애니메이션 행사 '코믹콘'에서도 어김없이 홀리 바이블 봉사자들이 피켓을 들고 등장한 바 있다.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여러 상점이 들어서 있는 샌타모니카 3가 길거리에도 종종 모습을 보인다.

'홀리 바이블'의 봉사자로 나선 호세 리마다 씨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자극적으로 성경 메시지를 전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다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피켓에 메시지를 보고 잠시나마 '신'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피켓을 살펴보니 'Hell(지옥)', 'Sin(죄)', 'Salvation(구원)' 등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단어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메시지를 외치진 않는다. 가만히 서서 침묵 속에 미소만 띠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궁금증을 갖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히 답변을 해주거나, 성경 구절과 해석이 담긴 전도지를 나눠주기도 한다.

홀리 바이블 봉사자는 대부분 젊은층의 사람들이 많다. 교파에 상관없이 '피켓 메신저'로 봉사하는 이들은 1~2시간 정도씩마다 교대를 한다.

리마다 씨는 "주로 크리스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데 길거리의 젊은 비신자들과 부담없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간혹 화를 내거나 '신이 없다'며 피켓을 뺏으려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종교 다원이나 무신론이 팽배해지는 시대 속에서 그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전했다.

"신은 없으니 인생을 즐겨라"

무신론자들의 정기 모임인 '선데이 어셈블리(Sunday Assembly)'. 이 모임은 교회 집회와 형식이 아주 유사하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처럼 음악도 연주하고, 설교처럼 삶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한다.

'선데이 어셈블리' 회원들은 지난 11월 처음으로 뉴욕에서 미국 투어를 시작했는데, 현재 남가주에서는 LA를 비롯한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모임이 결성돼 활발히 운영중에 있다.

LA지역의 경우 지난달 열렸던 첫 모임에서 무려 500여 명 이상의 무신론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불가지론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입장)도 포함돼 있다.

선데이 어셈블리를 창립한 데비 알렌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신론자들이 각 지역에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길 원한다"며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신론자들이 더 이상 숨지 말고 음지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무신론 단체인 '샌디에이고 이성주의 연합(SDCOR)'은 최근 들어 매주 샌디에이고 발보아 파크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 등에 부스를 설치하고 무신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미무신론협회 등 20여 개 이상의 무신론 단체와 연계하며 지역별로 무신론 메시지 전파에 힘쓰고 있다.

부스에는 각종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Relax(안심하라)", "Hell does not Exist or Heaven Either(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국도 마찬가지다)", "Enjoy Your Life(삶을 즐겨라)"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이들 역시 유신론을 주장하는 기독교인처럼 부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주로 성경이 주장하는 예수에 대한 존재, 창조론, 천국과 지옥 여부, 동성애 이슈에 대해 무신론 관점에서 답변해준다.

선데이 어셈블리는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 삶을 즐겨라", "절대적인 교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지혜는 자료와 정보 등을 통해 얻을 뿐이다" 등 10가지 지침을 세워놓고 있다.

선데이 어셈블리 회원인 피파 에반스 씨는 "우리는 여러 모임을 통해 서로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신론에 대한 논리적 근거와 정보들을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게다가 토론만 하는 게 아니라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며 서로 즐겁게 교제하고 친해지면서, 거리로 나아가 더 많은 무신론자들을 모으려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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