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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이원익/불사모 회장

부처님께는 살아생전에도 출가하여 따르는 이가 남녀노소 수천이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열 분의 뛰어난 제자들이 꼽혀 오고 있다.

반야심경을 읊다 보면 바로 둘째 문장 첫머리에 '사리자여, 색(色, 물질적인 것, 꼴)이 공(空, 고정적이지 않은 것, 빔)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니…'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사리자가 바로 부처님의 십대제자로 지혜제일의 사리불, 곧 사리푸트라이다.

사리불의 어머니 이름이 사리(Sari)였고 그 아들(putra)이니까 사리푸트라가 된 것인데 그의 친구가 마우드갈랴야나, 곧 신통제일의 목건련이다. 둘은 일찍부터 뱅뱅 도는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를 영원히 벗어나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누구든지 이를 먼저 찾은 이가 서로 일러 주자고 굳게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 즈음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서 첫 제자인 다섯 비구와 함께 라자그리하로 오셨다. 어느 날 사리자는 이 가운데 앗사지라는 비구가 탁발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그 고요함과 품위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가 스승이 누구며 어떤 가르침인지를 물었다. 이에 그는 부처님의 짤막한 게송을 들려주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길/모든 현상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고/원인에 의해 사라진다네/이것이 위대한 수행자의 가르침이라네.

모든 현상은 뻥튀기처럼 뜬금없이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는 이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을 받고 시쳇말로 필이 확 꽂혀 버렸다. 허겁지겁 목건련에게 뛰어가 전한 것은 물론이요 평소에 자기들을 따르던 250의 젊은이들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뵙고는 다함께 출가해 버렸다.

그런데 사리불은 자신을 이 거룩한 길로 들어서게 한 앗사지 비구를 늘 고맙게 여겨 그가 있는 방향을 가늠하여 몸을 틀어 수시로 공손하게 예를 올렸는데 도반들은 이를 외도의 짓으로 여겨 부처님께 일러바치니 앞뒤를 알아보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스승 존중하기를 가르치셨다.

만일 누군가로부터/정각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거든/공손한 태도로 스승께 예배하라/마치 제사지내는 브라만이 불을 예배하듯이

요즘은 가르침도 단지 사고파는 상품 취급을 받는지라 만약 이런 공손이 있다 쳐도 오히려 부담스럽겠다. 그건 그렇고 사리자는 어이하여 별것 아닌 그런 말에 필이 다 꽂혀 버린 걸까? 현상에는 원인이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이런 당연함이 아직도 잘 먹혀들지 않는 게 이 세상이다. 모든 현상은 다 그리 된 원인이 있고 결과가 따르는 것인데 그런 진단은 제쳐두고 가령 무슨 돈을 정해서 꼬박꼬박 내거나 그럴듯하게 제사상을 차리기만 하면 복을 받고 화를 면한다든지, 자신의 진정한 참회와 속죄가 아니라 누구를 인정하여 빽을 믿고 그 이름을 내세워 받들고 팔기만 하면 극락행이라는 식의 사탕발림이 공공연하니 사리자와 목건련이 헤매던 그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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