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차드를 가다-3 에필로그 3000km의 도전] 다시뛰는 '죽은 심장'…사막에서도 휴대폰 터졌다
5박6일간 취재 여정은 3000km에 달했다. 남동쪽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국경부터 북서쪽 사하라까지였다. 첫 방문지인 남쪽 난민촌부터 취재는 막혔다. 미리 머릿속에 그려갔던 취재계획은 버려야했다. 좌절은 했지만, 헛걸음은 아니었다.오고 가는 긴 여정에서 차드인들의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차드는 비록 느리지만, 서서히 다시 뛰고 있었다. 사막 여정에서는 예상 못 했던 도움에 위로도 얻었다. 차드의 도로만큼이나 취재 여정도 굴곡이 심했다.
글=정구현 기자·사진=김상동 작가
열악한 지역이라도 무선 송수신탑
차이나 바람 거세…TV선 중국어
이젠 남쪽 웬만한 곳에는 소망우물
국민 삶은 제자리…도움 손길 애타
"노(No)."
다리에 힘이 쑥 빠졌다. 차드 남쪽 국경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과 불과 20km 떨어진 마로(Maro) 지역의 난민촌 앞.
소장은 취재를 허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가를 미리 받은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첫 취재지였고, 가장 절절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토막 잠을 자면서 이틀간 1000km를 달렸던 노력이 아까워서도 허무하게 돌아설 수는 없었다. 1시간여를 매달렸다.
"우리가 난민 캠프에 약과 깨끗한 물을 줄 수 있고, 학교도 지어주겠다"고 설득했다. 소장은 "1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이유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나오는데, 난민촌에서 한 아버지가 아이를 끌어안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 뒤를 엄마와 아이 형제들이 엉엉 울며 따라 뛰었다. 난민 캠프 경비는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했다. 병원까지 4시간인데 가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들이 통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내민 손을 뿌리친 난민촌 소장이 새삼 야속했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사람이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 난민촌을 머리에서 지우자 3년 만에 다시 찾은 차드의 변화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열악한 지역이라도 무선 송수신 탑은 세워져 있었다. 사막에서도 휴대폰이 터졌다. 도로 사정도 한결 개선됐다. 수도 은자메나 주변에 국한됐던 포장도로는 제 2의 도시 문두, 제 3의 도시 사르까지 이어졌다.
가장 눈에 띈 건 '차이나 바람'이다. 오일머니를 노린 중국은 이미 차드를 점령하다 시피 했다. 시장 사람들은 동양인인 기자에게 '니하오 마'를 외쳤다. 또 사르에서 머문 모텔방 TV에선 채널 1~4번까지가 중국 방송이었다.
외국의 투자는 늘어났다고 하지만, 물가는 살인적이다.
사르의 주유점 주인 하산(40)씨는 "15년째 기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비싸다"고 했다. 1리터에 600세파프랑이다. 환산하면 1갤런에 4.50달러인셈이다.
식료품 값도 뛰었다. 점심을 먹었던 문두의 고기집 '말룸'의 사장 수레만(33)씨는 "이틀만에 생선 값은 2배, 닭은 3배 비싸졌다"고 했다.
치안도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초 인접국 말리 내란에 군대를 보낸 뒤 테러 위협이 높아졌다. 올해부터 공항에 지문과 검색 스캐너까지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총재가 11월초 차드를 방문하면서 불안감은 점차 안정되고 있다.
여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미주 한인들의 힘이다. 남쪽의 웬만한 마을에는 한인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소망우물 표지판이 보였다.
안내를 맡은 굿네이버스 차드지부 직원 세레스틴(27)은 "지난 3년 간 놓인 소망 우물 200개는 차드에는 혈액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죽은 심장' 차드에 혈액을 공급해주긴 했지만, 아직 맥박은 미약하다. 우물 지도를 놓고보면 우물은 접근이 쉬운 남쪽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다. 북쪽에는 기자가 찾아간 사하라 초입 리와(Lioua)의 우물이 유일하다.
차드 국민의 삶도 제자리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차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90달러다. 일반 가정의 한달 수익은 60달러도 안된다.
차드의 어느 식당에서든 저만치 떨어져 손님 테이블 위만 뚫어지게 보는 아이들이 있다. 손님이 뜯다만 닭다리라도 서로 먹으려고 싸운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아직 맑다.
오염된 오아시스 때문에 앓고 있는 사막 마을 '부드 나수노'에서 마하마드 삼 형제를 만났다. 끝도 없는 모래 지평선으로 해가 떨어지려 할 때, 삼 형제는 얘기 도중 갑자기 양탄자를 꺼내 깔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이었다. 그들은 염소를 팔기 위해 대도시로 먼길을 떠난 아버지의 무사생환을 빌었다.
하루를 산다는 자체가 기적인 이곳에서는 살아돌아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도는 없었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 '없다'는 것의 정의는 남보다 덜 가졌다는 뜻이다.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그 실천은 나눔이다.
▶도움 주실 분: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굿네이버스 (877)499-9898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