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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 아프리카 차드를 가다…사하라 국경지역

오아시스 곁에서도 목마른 아이들
빈곤·기아에 우는 사막마을
죽은 물 때문에 사라질 위기
그래도 밤길 도와 물길러 와
'절망의 눈물' 누가 닦아주나

한밤에 도착한 사하라의 오아시스에선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밤마다 "움무(엄마)"하고 우는 두 살 난 아바카는 병든 오아시스 때문에 부모를 잃었다. 아빠는 배에 벌레가 생겨 죽었고, 엄마도 말라리아로 앓다가 따라 죽었다.

엄마가 숨을 거둘 때, 움막집에는 아바카만 있었다. 아바카의 외할머니가 의사를 맞으러 왕복 이틀 길 옆 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바카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엄마를 살리러 온 의사는 죽은 엄마 젖을 문 채 정신을 잃은 아바카를 살렸다.

아바카의 슬픔은 아바카가 사는 마을이 처한 아픈 현실의 단면이다. 사하라 초입 마을 '부드 나수노' 어귀에는 작은 오아시스로 불리는 재래 우물이 있다. 맑았던 물은 몇 년 전부터 탁해졌다. 물을 길어 그대로 끓이면 거품이 생겼다.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은 앓거나 죽었다. 올해만 8명이 죽었다고 했다.

400명이 살던 마을에 남은 사람은 이제 30여 명뿐. 축복의 오아시스는 재앙이 되고 말았다. 오아시스에서도 사람들은 목말라했다. 타는 갈증만이라도 덜어주자고 지난 2010년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 구호단체 굿네이버스USA(대표 오은주)와 중앙일보는 아프리카 차드에서 우물 파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현지에 파견된 3차 원정대를 따라 3년 만에 그 땅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소망 우물은 200호가 넘었고, 우물 옆에는 나라의 미래라고 불리는 '소망 유치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아직 약하기만 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바카의 마을이 속한 사막 사헬(Sahel)벨트 지역에서는 신생아의 20%가 5살 생일 전에 죽는다. 물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해서다.

그렇게 잔인한 사막이었지만 아름다웠다. 사막에 '어딘가 있을 우물'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의 처절한 삶의 의지 때문이다.

아바카 부모를 앗아간 오아시스에서 만난 물긷던 소녀 블래시(7)는 씩씩했다. 아이는 한밤에 5km를 걸어왔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더워서 물을 뜨러 올 수 없단다. 이날 해질녘 기온은 화씨 113도였다.

부모 없이 할머니를 모시고 두 동생과 사는 블래시는 "빨리 밥 하러 가야한다"고 사막의 밤길을 서둘렀다. 우물가에 걸친 블래시의 다리는 꼬챙이처럼 말라있었다. 이날 저녁 블래시 가족 4명은 옥수수를 빻아 물에 개서 마셨다.

모든 것이 증발하는 곳은 사막이다. 하지만 연민과 동정심마저 증발한 곳은 어디나 사막이다.

▶도움 주실 분: 소망소사이어티 (562)977-4580/ 굿네이버스USA (877)499-9898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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