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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아프리카 케냐·탄자니아 여행기<2>

세렝게티 대평원의 장관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인간이 만든 국경선 중 최악이라고 해야 한다.
철권의 재상 비즈마크가 아프리카를 식민 통치하는 유럽 국가간 마찰을 없앤다고 불러 모아 합의한 것이 꼭 국경을 작대기로 선 긋듯 했으니 종족·언어·문화·종교, 어느 것 하나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케냐, 탄자니아 사파리를 한다는 것 자체도 사실 마사이족이 사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에서 사파리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은 한 땅덩어리를 우리나라 38선처럼 금을 그어서 갈라놓은 것이지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마사이 마라에 도착해서 사파리를 즐긴 후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로 갈 때에는 그냥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디귿(ㄷ)자 반대 모양으로 동쪽의 나이로비로 비행기로 돌아와 일단 남쪽으로 탄자니아의 아루샤라는 도시까지 간 다음 다시 서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어찌 됐든 내가 사파리에 갔을 땐 최적의 시즌이었던 것 같다. 북쪽 마사이 마라는 우기(雨期)여서 수염 달린 소 모양의 누(Gnou)와 얼룩말들이 남쪽 세렝게티에서 풀을 뜯어 먹기 위하여 이곳으로 향하는 대이동을 볼 수 있었다. 또 남쪽의 세렝게티에서는 건기여서 황량한 사바나 들판에서 사자, 표범, 하이에나 같은 사냥꾼들이 누, 얼룩말, 톰슨가젤 등을 잡아먹는 삶의 현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니면서 이것저것 보너스처럼 여러 가지를 보고 또 체험했다.

나이로비에서 마사이 마라로는 차편으로 갔는데, 먼저 가는 길에 나이바샤 호수에 있는 섬을 찾았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를 촬영한 곳인데, 그때 촬영차 풀어 놓았던 누, 얼룩말, 기린 등이 번식을 해서 이제 개체수가 넘쳐나는 듯했다. 그리고 나쿠루 국립공원에는 홍학들의 무리를 보고 즐기기도 했다.
마침내 마사이 마라에 도착해서 동물들의 대이동을 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공원측에 의하면 이 마사이 마라와 세렝게티에는 약 80만 마리의 누와 20만 마리의 얼룩말이 살고 있다. 우기를 찾아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눈앞에 보면서도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그 이동 통로에는 기다리는 사자, 물가에서 기다리는 악어, 먹다 남은 사체를 뜯어 먹으려고 기다리는 독수리와 스토크라는 날 짐승 등 긴장감이 돈다.
마사이 마라에서의 백미는 마사이족 그들의 민속촌이었다. 촌장 같은 안내자가 사자 대가리를 박제한 것을 써 보라고 했다. 그 박제는 그들 종족에서 권위와 힘의 상징이자 족장(?)으로의 지위를 의미한다 하니 환영의 최대 표시였다.
마사이족은 소를 기르는 유목민이다. 그리고 그들의 생계를 가장 위협하는 건 소고기 맛을 아는 사자다. 때로는 사람의 몸, 그 맛을 못 잊는 사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사자를 사냥하는 것을 필생의 성공으로 알고 이 꿈을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한다. 그리고 누군가 성공하면 딸을 가진 많은 부모들이 그에게 소 몇 마리를 주면서 그의 딸과 혼인시킨다. 이렇게 딸을 보내는 이들이 많으니 대가족의 족장이 되는 것이었다.

마사이 마라 사파리를 즐긴 후 긴 여정을 거쳐 찾아간 세렝게티에서의 이틀간의 사파리를 통해 사파리의 진수를 즐겼다. 건기에 누렇게 남아 있는 풀, 그리고 곳곳에 우기에 대비하여 태워 버린 검은 들판에서 표범이 톰슨가젤을 먹고 있는 광경, 사냥을 끝내고 포식하고 누워있는 사자 옆에서 그 잔해를 뜯어 먹는 벌쳐라는 독수리.
손에 닿을 듯한 거리까지 와서 어슬렁거리는 수사자, 길을 가로막고 자기 새끼를 이끌고 가는 코끼리, 우산 가시 아카시아(umbrella thorn acacia)라는 키 큰 나무 잎사귀를 뜯어 먹고 있는 기린 등 대평원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이곳에 사는 사자가 모두 3500마리로 추정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이곳에서 먹고 먹히는 개체수가 얼마나 많을지,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상상이 간다.

사파리를 즐긴 후 모든 아프리카 동물들이 모여 산다는 옹고롱고로에 들렀다. 상상을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분화구다. 그 분화구 가운데 있는 호수에서 홍학들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약간의 소금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이끼가 그들의 먹이감이고 이곳이 세계에서 제일 큰 홍학 서식처라고 한다.

이 옹고롱고로를 떠나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다시 아류사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곳 인근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며 야외 바베큐로 일행과 작별 파티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이 호텔 지배인 같은 사람이 아래에 펼쳐진 계곡을 가리키면서 이 지표의 판(Plate) 이 북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홍해를 거쳐 요르단, 이스라엘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곳에 오던 길에 들렀던 울트바이 계곡이 떠올랐다. 그곳은 5개의 지층이 표출된 곳으로 350만 년 전 직립 원인으로부터 DNA로 볼 때 우리 조상의 이브로 알려진 루시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곳이 발견된 곳이라 했다.
아류사의 식당에서 모두 다른 종족으로 구성된 10명의 종업원들이 즐겁게 모여 일하는 밝은 얼굴을 보며 인류가 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것처럼 세계의 평화도 아프리카에서 시작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아프리카의 민속 노래 가사를 마음속으로 읽는다.

검정은 많은 색깔을 가진다. 우리가 찾는 색깔은 검정. 검정은 아주 다채롭다. 검정은 장님에게만 어둡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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