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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는 미국·유럽동맹…스노든 손잡고 웃는 푸틴

도청 파문으로 어부지리

미 국가안보국(NSA)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35개국 정상에 대한 휴대전화 도청 게이트가 폭로되면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

최근 포브스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선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2위로 밀어내고 3위에서 일약 정상으로 뛰어오른 푸틴에게는 도청 파문이 겹경사가 될 수도 있다. 숙적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이 이번 폭로를 계기로 많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대서양동맹 국가들 사이에는 내부 균열이 눈에 띄게 커져가고 있다. 미.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사민당 원내대표는 "이라크 전쟁 이후 독.미 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시리아 사태 연방정부의 셧다운 등으로 잇따라 권력 누수를 겪고 있는 오바마 정부의 입지 약화와 신뢰 상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도청 파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오바마는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식 유산을 청산하겠다고 약속해 취임 첫해인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파키스탄에서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 살상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지연 등으로 서방 우방들의 신뢰를 잃어 왔다.

푸틴에게 '스노든 카드'는 미국과 유럽을 이간질할 수 있는 꽃놀이패나 다름없어 보인다. 메르켈 휴대전화 도청 게이트는 푸틴이 지금까지 스노든 카드로 거둔 가장 큰 '쿠데타'라고 독일 일간 디벨트는 꼬집었다.

도청 스캔들을 폭로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난 8월 1일부터 1년 기한으로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이다. 말이 망명객이지 실제로는 러시아의 인질일 수도 있다. 미국에 '반역자'인 스노든의 이용가치가 없다면 푸틴이 그를 러시아 땅에 머물게 했을 리 만무하다. 푸틴은 손안에 든 스노든을 최대한 활용해 대서양동맹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35개국 정상에 대한 도청 의혹 폭로는 크렘린의 연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스노든과 그의 비밀 자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대서양동맹으로서는 스노든 스캔들의 조속한 봉합이 최우선 과제다. 푸틴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는 미국과 유럽 동맹 국가의 사태 수습 솜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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