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부딪쳐 실신…아이 실종…아수라장된 터미널
승객과 항공사 직원 간 곳곳서 실랑이
한국 취업시험 가는 여대생 '발만 동동'
사고 현장과 인접한 2번 터미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
30대 주부 제니퍼 린은 한 여경을 붙잡고 대피하는 과정에서 네 살배기 아들을 잃어버렸다며 울부짖었다. 린은 "내 아이를 찾아주지도 못 하면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실랑이를 벌였다. 린에게 경위를 묻자 "체크 인을 하고 가방을 맞긴 순간 사건이 터졌다. 대피 하려는데 아이가 없었다. 어딘가 울고 있을 아이가 너무 걱정이 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터미널 한복판에 누워있는 20대 남성을 만났다. 대피 과정에서 좁은 문으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문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가 응급 조치를 받고 앰블런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급한 상황에 놓인 한인 여행객도 있었다. 인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는 이 여대생은 3일 오후 한국에서의 입사 필기 시험을 보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 발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고 했다. "비행기가 늦어져 시험 시간을 못 맞출까봐 너무 걱정된다. 오늘 안에만 비행기가 뜨길 바란다"면서 손을 모았다.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들을 위해 직접 터미널로 나섰다. 항공 일정과 경찰에서 수시로 발표하는 진행 상황을 승객들에게 전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여행객들의 불만 섞인 투정이 빗발치자 결국 일부 직원과 승객들 간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린 차터라고 명찰을 단 한 항공사 직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자리에 있다해도 어떤 대답도 해 줄 수 없을 것"이라며 항의하는 여행객에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오후 1시. TSA 직원 한 명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LA소방국 구조대원들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순간 경찰들은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것 같다며 통제를 강화했다. 잠시 후 게이트 뒤편에서 TSA 직원이 들 것에 실려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구조대는 "오전에 총격을 받은 동료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3터미널로 진입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구간을 나눠 혹시 모를 희생자가 쓰러져 있는지 건물 모든 곳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또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하고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여행객과 경찰, 공항 직원들은 총격 사건의 공포감 속에 하루 종일 분주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게 공항 스피커에서는 더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 같은 신나는 음악이 종일 흐르고 있었다. 여행객 마이크 제이슨은 "신나는 음악이라도 들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orej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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