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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교회 '마을 잔치' 지역 사회 품는다

'인터내셔널 푸드 페스티벌'

작은 동네교회가 푸짐한 '한상차림'에 각 나라의 손맛을 담았다.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기 위한 준비의 손놀림은 분주해도, 교회는 웃음꽃이 피는 ‘행복한 주방’이 됐다.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교인)간의 언어가 달라도 소통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사랑이 담긴 음식이 소통의 열쇠다.

리시다 지역 50여 명의 한인들로 구성된 푸른목장교회(담임목사 이승준)는 지난 19일 ‘인터내셔널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다민족 교인들로 이뤄진 ‘에즈 유 아 처치(As You are Church·담임목사 크리스 스티븐슨)’와 함께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행사였다.

현재 두 교회는 한 지붕 아래 함께 생활한다. 서로를 ‘형제 교회’라 부른다. 한인 교회와 다민족 교회가 손잡고 매년 펼치는 음식 축제는 소탈하지만 동네 주민 모두가 즐기는 ‘마을 잔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일 음식으로 교회 문턱을 낮추며 동네 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두 교회가 벌인 축제 현장을 찾아가 봤다.

◇동네 사람들 모이는 ‘마을 축제’

19일 오전 11시. 푸른목장교회 입구에는 2개 교회 간판이 함께 걸려있다. 한인 교회인 ‘푸른목장교회’, 다민족 교회인 ‘As You are Church’.

빠른 템포의 CCM 찬양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가운데 나라별 국기가 걸린 부스마다 민속 의상을 입은 교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멕시코 국기가 걸린 부스에는 어린 아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갓 구워낸 고기가 순식간에 토르티야 위에 얹혀졌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타코를 핫소스에 푹 찍어서 한 입에 집어넣는 아이들의 얼굴은 맛난 음식을 대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후덕한 인상의 히스패닉 아주머니는 더 먹으라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끌어 모은다.

자녀를 데리고 교회를 찾은 후안 페레즈(43)씨는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사는데 매년 이 교회 음식 행사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다 보니 교회가 편하게 느껴진다”며 “음식뿐 아니라 간만에 이웃끼리 얼굴도 보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여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는 교회 측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푸드 페스티벌’은 올해로 6번째다. 다민족 교회인 ‘에즈 유 아 처치’가 매해 개최하던 행사에 푸른목장교회가 처음으로 함께 동참했다.

푸른목장교회 이승준 목사는 “한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민족 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하면서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며 “리시다 지역은 히스패닉을 비롯한 다인종들이 많은데 이 기회에 한인교회로서 우리 문화와 음식도 알리고 지역 주민들과 융합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교회, 주류교회와도 손 잡아야

다민족 교회인 ‘에즈 유 아 처치’는 교인이 100여 명 정도다. 이번 행사를 위해 함께 손을 잡은 푸른목장교회 교인과 합쳐도 200명이 안 되는 작은 숫자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인 이번 행사를 위해 직접 동네주민들에게 초청장 500여 장을 만들어 보냈다.

매일 길거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동네교회로부터 따뜻한 초청장을 받은 주민들은 교회를 편안하게 느끼는 계기가 된다.

느긋한 주말 점심시간인데다가, 같은 동네이기 때문에 걸어올 수도 있는 행사장에는 200여 명 이상의 주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교회를 찾았다.

음식은 물론 무료다. 이날 두 교회는 교인들을 국적별로 나눠 각 나라의 음식을 준비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요르단, 콩고, 엘살바도르, 필리핀,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등 총 8개 나라의 음식 부스들이 마련됐다.

푸른목장교회가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메뉴는 잡채, 불고기, 고구마 마탕, 떡볶이 등이다.

한국 부스에는 음식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푸른목장교회는 한국문화원, 한국어진흥재단에서 제공한 한국 문화 홍보자료도 함께 배치했다.

푸른목장교회 소속 문애리 집사(UCLA사회학 박사)는 “한인 교회들에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끼리 만나면서 ‘우리끼리’만 교류하려고 한다는 점”이라며 “주류 교회와 자꾸 손을 잡고 친해져야 교회로서 역할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회 안영준 집사는 “처음 하는 거다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도 보이지만 내년에는 좀 더 보완해서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한국문화와 함께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전했다.

◇축제를 전도의 계기로

두 교회의 행사는 지역 주민들과 단순히 음식만 나누는 행사가 아니다.

교인들이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전도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 음식과 함께 전도용 소책자를 함께 전해주면서 거부감 없이 주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월드비전 관계자들도 나와 부스를 차려놓고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동네 주민 제니스 바웰(43)씨는 “이 교회는 지역 주민들과 밀접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며 “친절하고 좋은 교인들도 많고 지역 사회에 다가가려는 교회의 노력 때문에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돋보였다. 아이들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 페인팅’ 부스와 풍선을 불어주는 부스도 인기였다.

제인 스파웰(9) 양은 “엄마를 따라왔는데 오늘 가장 맛있는 음식은 치킨이었다”며 “고양이 그림을 얼굴에 그렸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세수를 하기 싫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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