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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고 야들야들한 수제비 한 그릇

숨어있는 손맛 1인치 비법?
14시간 이상 숙성…부드러운 반죽 OK
검은콩·미나리 녹즙 등 이용해 건강식으로

소울푸드는 소박하다. 호사로움으로 만끽했던 음식보다는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 어려웠던 시기에 마음을 위로해 주던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이 오래도록 가슴 속에 소울푸드로 남는다. 아련한 옛 기억을 가져다주는 그 맛은 산해진미보다도 깊은맛을 느끼게 한다.

쌀쌀한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더욱 생각나는 소울푸드 수제비. 투박하고 못생긴 밀가루 반죽 덩어리지만, 구수한 국물과 함께 한 수저 떠 넣으면 푸근함이 밀려온다. 포슬포슬한 감자분이 부드럽게 씹히고, 애호박도 송송 썰어 넣으면 야들야들한 수제비와 함께 어우러져 달큼한 맛이 입안을 맴돈다. 육수만 내면 어디서든 쉽게 후루룩 끓일 수 있는 음식이지만, 평범하다고 해서 맛을 쉽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수제비집의 레시피를 엿보면 반죽만 두 시간을 넘게 치대고 숙성고에서 14시간 이상을 숙성시킨다. 이렇게 해야 부드러운 반죽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국물은 멸치, 대파, 다시마, 양파, 무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20~30분간만 우려내 깨끗한 맛을 낸다. 여기에 감자와 매콤한 청량고추로 맛을 내고 마무리로 부추를 송송 썰어 얹는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숨어있는 손맛을 찾는 1인치의 비법이다.

▶검은콩 찹쌀 수제비



담백하고 간단하게 끓이는 것도 좋지만, 영양을 고려할 땐, 좀 더 색다른 재료들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검은콩 찹쌀 수제비'는 맛이나 영양면에서 두루 만족할 수 있는 레시피다. 먼저 불려놓은 검은콩을 삶아 덩어리가 약간 씹힐 정도로 믹서에 간다. 미역은 불린 뒤 4cm길이로 썰어둔다. 찹쌀과 맵쌀가루에 소금을 넣어 섞은 뒤 갈아둔 콩을 넣어 익반죽을 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새알심을 만든다. 다진 소고기는 참기름과 국간장을 넣어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인다. 대파와 마늘을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해 육수를 만든다. 육수에 만들어 놓은 새알심을 넣고 끓인다. 새알심이 익어 동동 뜨면 불린 미역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들깨가루, 채 썬 호박, 당근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반죽은 반드시 끓는 물을 끼얹어 가며 익반죽해야 찹쌀가루의 쓴맛을 없앨 수 있다. 새알심을 넣고 끓일 때 국자로 자주 저으면 모양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살짝 저어 준다. 들깨는 사용하기 전에 갈아야 진한 향을 맛볼 수 있고, 밀가루나 쌀가루 등은 체에 한 번 내려서 사용하면 더 고운 반죽을 만들 수 있다.

▶미나리 된장 수제비

미나리 녹즙을 넣어 수제비 반죽을 한다. 밀가루에 녹즙을 조금씩 섞어가며 되직하게 반죽한다. 곱게 치댄 후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서 30분 이상 숙성시킨다. 모시조개와 멸치, 대파, 양파, 마늘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낸다. 양념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2:1로 섞고 고춧가루 약간, 육수 약간, 다진 마늘을 넣고 고루 섞어 끓는 육수에 넣는다. 감자와 호박, 새송이 버섯을 손질해 넣는다. 반죽을 얇게 떼어 육수에 넣는다. 수제비가 익으면 어슷 썰어 놓은 대파를 얹어 그릇에 담아낸다.

▶단호박 얼큰 수제비

가을 풍미로 단호박이 듬뿍 들어간 수제비를 만들어 보자. 밀가루에 뽕잎가루나 감자 전분을 살짝 섞으면 또 다른 이색 수제비를 맛볼 수 있다. 반죽할 때 올리브유를 살짝 넣으면 손에 달라붙지도 않고 부드럽다.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을 채망에 넣고 멍울 없이 잘 풀어준다. 단호박과 애호박을 반달 모양으로 썰어 끓는 육수에 넣고, 수제비도 떼어 넣는다. 다 익으면 어슷 썰어놓은 파와 홍고추를 얹어낸다. 칼칼한 국물과 단맛의 단호박이 아주 잘 어울린다.

요리수첩
수제비는 고급음식?


중국 기록에는 530년경 제작된 '제민요술'에 ‘박탁’이라는 이름으로 수제비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밀 수확량이 적어 오래전 기록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밀을 소재로 하는 음식은 서민이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따라서 수제비는 고급 음식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운두병’이란 이름으로 양반가에서 즐겨 먹었다. 좋은 밀가루에 다진 고기, 파, 장, 기름, 후추, 계피 등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했다. 닭을 삶은 장국물에 숟가락으로 떠 넣어 익힌 다음 그릇에 담아 닭고기를 얹어 먹었다.

6·25 이후 밀가루가 대량 공급되면서 비로소 수제비는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난한 시절에 약간의 고명을 넣어 뭉툭뭉툭 떠 넣은 수제비 한 그릇. 가난했던 시절의 향수 어린 별미 음식이 되었다.

이렇게 서민의 음식이 된 수제비는 다양한 형태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밀가루로 만든 밀수제비, 통밀을 맷돌에 갈아 만든 막갈이수제비,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수제비, 칡뿌리 녹말로 만든 칡 수제비, 어린 보리싹을 볶아 찧어 만든 보리수제비, 감자전분으로 만든 감자수제비 등 지역과 취향을 살린 다양한 반죽 재료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글·사진=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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