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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그들은 왜 오정현 목사에게 분노할까

서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복귀했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인해 6개월의 자숙기간을 거쳤지만 그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현재 오 목사는 교회 신축 과정에서 횡령 등 수백억 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고발당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얼마 전 집사, 권사, 장로 등 사랑의교회 교인 3000여 명은 한국 주요 일간지에 오 목사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교인들은 오 목사에게 공개적으로 각종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95개조 질문의 공개질의서까지 보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발단이 됐던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처럼 교회 개혁에 대한 갈망을 담은 셈이다.



현재 교계 안팎에서는 오 목사의 사임과 사랑의교회의 철저한 갱신을 외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유독 한 목회자, 한 교회 문제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를 높일까. 이를 일시적인 군중의 분노로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이면엔 한국 기독교에 대해 오랜 시간 축적된 성도들의 울분이 존재하고 있다. 성추행, 표절, 세습, 불투명한 교회재정, 상식도 없는 청빙, 무리한 교회 건축, 이권 다툼, 어긋난 믿음(맹신), 잘못된 신학적 해석 등 온갖 부조리 가운데 입은 상처가 너무나 깊은 거다.

분명 갱신 요구와 비판의 가시적 대상은 '오정현'이라는 개인과 '사랑의교회'라는 거대 집단이지만, 사실 그 목소리는 본질을 잃고 세속화된 교회 전체를 향한 애끊는 호소이자 절규다. 욕망과 탐욕에 사로잡혀 타락하는 한국 교회를 바라보면서 울부짖는 통곡이다.

다만 그동안 쌓여온 안타까움이 오늘날 기독교의 슬픈 자화상인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 문제를 통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을 뿐이다.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독교의 진리가 왜곡되고 변질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감과 아픔에 빠졌었는지를 이번 현상을 통해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그들을 교회를 흔드는 집단으로 몰아간다거나, 비난세력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무조건 사랑으로 덮자는 말도 흘러내리는 고름만 잠시 닦아내는 거다.

이 상황을 연단 또는 영적 공격 등의 기독교적 용어로 왜곡시켜 문제의 원인을 가린다면 한국 교회는 자정 능력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짓밟는 꼴이 된다.

오늘날 교회는 기독교의 진리와 본질을 기준 삼아 흘러온 시간을 봐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 교회가 걸어온 세속화의 과정은 단순히 눈과 귀의 현실적 감각으로 체감되지 않아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절대로 문제의 심층을 볼 수 없다.

오늘날 기독교는 쓰리고 아파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 교회가 철저한 자성을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여서다. 기독교는 죽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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