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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목사

노규호 그레이스 라이프 한인교회 담임목사
며칠전 모국의 모 방송국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두 얼굴의 사나이 가락시장의 거지목사’편이 방송되어 많은 장애인과 선량한 후원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와 분노를 남겼다.

방송에 의하면 시장에서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구걸을 하던 한 장애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목사가 됐다. 그 목사라는 사람은 “세상에 대한 원망을 신앙으로 극복했다”며 자서전도 쓰고 “나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돌보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하며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의 인생 역전(逆轉) 스토리를 알렸다. 사람들은 그를 ‘장애인의 아버지 - 거지목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거지목사’의 이중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거지목사’는 겉으로는 ‘장애인들의 아버지’라고 자처하며,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한답시고 각처에 후원을 호소하여 받은 후원금을 자신의 사치생활과 ‘뱀’을 먹기 위한 해외여행비, 보신과 쾌락의 유흥비로 탕진했다. 장애인 가족들에게는 “입소비를 많이 낸 장애인은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게 될 것 아니냐?”며 보호비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했다.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말뿐이고, 생명 존중과 영혼 사랑은 커녕,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들을 방치하고 오히려 극적인 홍보용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후원금을 모으는 도구로 이용하는 천인공로할 악행을 저질렀다. ‘거지목사’는 마지막에 “목사도 지겹고, 모든 것이 지겹다. 하나님만이 두려울 뿐이다”고 했다. 그 ‘거지목사’는 신학도 공부한 적이 없고, 안수도, 교단에 정식으로 가입한 적도 없는 ‘거짓 목사-가짜 목사’였다.

방송을 시청하면서 ‘목사의 직분’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죄책감이 몰려오고, 성도들과 이웃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랑을 빙자하고, 왜곡하며 자신들이 영광을 누리고 호의호식하는 일들이 자행되는 현실을 돌아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경건한 척하고 얌전을 떨고 부드럽고 온화하게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도 자신이 돌봐야하는 약한 자들 앞에서는 거만을 떨고 위협을 가하는 언사를 일삼는 모습이 마치 불우한 자들 뒤에 숨어서 앵벌이로 군림하는 조직 폭력배 같은 인상을 준다.

장애인들과 홈리스, 불우한 이웃을 앞세워 앵벌이하면서도 섬김과 헌신, 구제와 봉사, 보호와 사랑을 포장하고 자신들은 사치와 쾌락,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일부 사역자와 단체들을 보면 때론 구역질이 난다. ‘거지목사’처럼 후원금으로 선교지원센터 명목으로 땅을 구입하고 화려한 주택과 고급 차를 구입해서 개인 소유화 하는 이들이 간혹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다행으로 생각한 것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나약하고, 힘이 없고, 불쌍한 자들의 진실된 친구가 되어 사랑과 관심으로 돌아보고 섬기는 헌신자들이 우리 주변에 더욱 많다는 것이었다.


분명 ‘목사’라는 직분은 자신과 가족이 먹고 살고, 사치와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감당하는 세상적 직업이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영혼을 사랑하여 그들을 구원의 삶으로 안내하는 특별한 사명으로 부름받은 ‘복음 전도자’라고 믿는다.
따라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믿음의 분량, 경제적 궁핍, 사회적 환경을 인내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복음 전도자는 세상의 기준대로 살아서는 안 될 것이며, 세상의 풍습과 욕심을 따라 살아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생의 자랑, 안목의 정욕, 육체의 정욕에 매여 이중적인 삶을 살아서도 아니될 것이다.
하지만 ‘목사’도 누구나 이 부분에서 유혹을 받고 사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거지목사’의 후회처럼 심판하실 하나님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건의 모습으로 포장하면서 인기와 욕정과 쾌락을 남몰래 즐기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생활 태도가 마음에 자리잡고 있을 때, ‘거지목사’처럼 ‘거짓 목사’가 될 것이다.

나는 어떤 환경이나, 유혹에 굴하지 않고 하나님과 자신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거짓 목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날마다 이중적인 생활 모습을 하나님 앞에 통렬히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씻어내고, 성령의 능력으로 모든 유혹을 이겨내리라.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 5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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