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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청빙 문제…무뎌짐이 가장 무섭다

한인 교계의 목회자 청빙 실태는 심각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목회자 청빙 논란은 절대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일련의 목회자 청빙 문제를 살펴보면 같은 패턴,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현실은 암울하다. 최소한의 예의나 상식마저 실종됐다. 상대 교회와 절차나 합의도 거치지 않는 일방적 청빙이 막무가내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교계의 청빙 풍토는 어떤 원인을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바로 잡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목회자 청빙'이라는 복잡한 담론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교계의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이다. 인간의 감각계는 일정하고 동일한 자극이나 패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감각이 둔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목회자 청빙 논란도 마찬가지다.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현상을 인식하는 판단력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문제가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의식의 순응이다. 오늘의 '피해 교회'는 내일의 '가해 교회'가 되는 구조가 됐다. 뺏고 뺏기는 청빙의 고리 속에 어느새 분별의 감각이 무뎌진 탓이다.

시무하던 교회와 협의하에 안식년을 보내던 목회자가 남몰래 타교회 청빙을 수락한다. 당황한 시무장로가 혼란에 빠진 교인들을 진정시키는 글을 쓴다. 목회하면서 개인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동고동락하던 교인과 인사도 없이 교회를 떠나는가 하면, 개척한 지 2주 된 목사는 타교회 청빙을 받아들였다.

상대 교회의 혼란은 안중에 없다. 일단 청빙을 발표하고 박수치며 청빙 투표를 통과시키면 끝이다. 청빙 대상자가 거절 의사를 거듭 밝혔는데도 일방적으로 청빙을 발표하고, 교인들과 함께 공식 예배 때 기도까지 하다가 상대 교회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물밑에서 청빙 합의를 해놓고 공식 발표까지 한 교회에다 사흘 만에 수락을 번복해 논란을 일으켰다. 갑작스런 청빙의 폐해로 눈물을 흘렸던 교회는 타교회 목회자를 청빙하면서 같은 과정을 밟는가 하면, 그 때문에 목회자를 잃은 교회는 일주일 만에 새로운 목사를 청빙했다. 급기야 목사를 뺏긴 한국의 한 교회는 개탄하며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교회는 진리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회의 보편적 개념이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오늘날 교회의 현실은 실로 안타깝다. 오히려 세상이 상식으로 교회를 바꿔야 할 판이다.

무뎌짐은 가장 무섭다. 분별과 판단의 기능이 마비된다. 목회자 청빙이 기본만이라도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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