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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만난 '하느님의 얼굴'

성삼성당 산상회 자이언 캐년 등반기
노동절 연휴, 산상회 30명 단체 하이킹

남가주 한인 공동체 중에서 산상회가 형성되어 매달 한 차례씩 하이킹을 하면서 꾸준히 체력 단련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성삼성당(주임신부 배기현)처럼 일년에 한번 원정등반을 감행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난 노동절 연휴(8월31일~9월2일)를 맞아 30명 산상회(단장 심재경) 회원들이 유타주에 있는 자이언 캐년 트레일 중에서 아름다움이 세계 으뜸이라는 '자이언 내로우즈'와 '에인젤스 랜딩' 두 곳을 무사히 다녀왔다. 2011년 마운트 위트니 지류인 호사지 패스를 1차 원정 등반으로 이번이 4번째. 지난해 그랜드 캐년의 힘든 16마일 사우스림 등반에 이어 올해도 그들과 동행했다.

# 출발= 8월31일(토) 새벽5시30분 성당 주차장에 도착. 픽업 트럭에 일사분란하게 짐을 실은 후 배기현 주임신부가 떠나는 회원들을 위해 특별히 봉헌한 토요특전 미사를 드렸다. 배 주임신부는 "마침 오늘 독서에 시온산(Zion·자이언) 즉 하느님이 머무시는 곳이 나온다"며 "부디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만나고 안전히 돌아오길 바란다"며 특별 강복을 해 주었고 두 수녀님들도 배웅해 주었다. 픽업 트럭의 뒤를 이어 15인승 밴 2대가 5번 노스를 달리기 시작한 것은 아침 7시반.

# 도착= 유타주에 들어서자 먹구름이 거센 빗줄기로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목적지인 워치맨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면서 서서히 멎었다. 저녁 5시가 지나고 있었다(가주와 시차가 1시간). 조끼리 텐트를 치고 저녁을 마친 후 심 단장은 "소음을 내지 않는 사이런트 아워가 밤 10시부터 아침 8시30분으로 다른 국립공원보다 좀 길다"며 엄수를 당부했다. 각자 텐트로 들어가 내일 등반을 조용히 준비했다. 아침 기상은 5시 반.

# 트레일 1= 심 단장은 "그랜드 캐년이 육체적 도전이었다면 이번은 정신적으로 큰 도전을 받는 코스"라며 정신을 무장시켰다. 자이언 캐년의 20여 트레일을 순회하는 셔틀을 타고 에인젤스 랜딩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30분. 고난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급경사가 되어 만만치 않았다. 왕복 4시간 코스. 트레일에 들어서자 누군가 "그랜드 캐년을 반대로 엎어 세워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랜드 캐년은 밑으로 암벽이 내려 뻗었고 여기는 그 웅장함 그대로 돌산이 위로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더 좋은 것은 돌산에 푸르른 초원지대가 조화있게 형성되어 분재를 확대해서 눈앞에 감상하며 오르는 것 같았다. "그랜드 캐년보다 훨씬 좋다. 남편(딸,아들)을 억지로라도 데려올 걸." 사랑은 행복한 순간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만드나 보다.

평소 학문적인 회원이 "지층이 이렇게 색색으로 결을 형성하려면 많은 양의 물이 매우 빠른 속도로 스쳐가야 한데요. 그래서 노아의 방주가 일어난 그 곳이란 말을 하나봐요"라고 했다. 정상에 갈수록 모래사장처럼 고운 흙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일까. 성경 속 그 물속을 지금 땀을 흘리며 오르고 있는걸까.

에인젤스 랜딩을 0.5마일 남겨둔 지점에 왔을 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짐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렸다. 10 여명이 도전했고 1/3은 도중하차했다. 암벽에 박힌 굵은 쇠줄을 잡고 가던 기자도 아득한 밑을 본 순간 오금이 저려와서 중간 지점에서 덜덜 떨며 기어서(?) 내려 오고 말았다. '정신적 도전'을 톡톡히 받은 셈이다.

# 트레일 2= 싸갖고 간 점심을 먹고 셔틀 버스 마지막 정거장인 2차 목적지 '자이언 내로우즈'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반. 버진강(Virgin River)속을 거슬러 왕복 4시간을 하늘을 거의 가릴 정도로 높게 장벽처럼 솟아있는 좁은 협곡을 가는 코스다. 모두 워터 슈즈로 갈아신고 강물에 발을 담근 순간 짜릿한 시원함이 그동안의 더위를 식혀 주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감격도 잠깐. 내린 비로 급류가 형성된데다가 평소 강바닥의 돌이 보였는데 진흙강물이 되어 밑이 전혀 안 보였다. 단단히 막대기를 거머쥐고 발끝 감각을 곤두세워야 거센 물살 속에서 미끄러운 돌을 피해 전진해 갈 수 있는 급류 속 트레일이다. 한 발을 내디딛때마다 고도의 몸균형 유지와 정신집중이 요구됐다. 또다른 정신적 도전임에 틀림없었다.

협곡으로 갈수록 물살이 거세지면서 깊어져 엉덩이까지 물이 찼지만 언제 또 이런 물속 트레일을 와 보겠나 하는 생각에 무서우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잔뜩 긴장해서 지팡이를 거머 쥐면서도 얼굴들은 웃고 있었다.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모닥불에 둘러 앉았을 때 "다리 근육을 푸는데 찬물 속을 걷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어서 택한 코스"라는 단장의 배려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자연 속에서 만나고 오라는 '하느님의 얼굴'이 그대로 그들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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