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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물, 바람…자연으로 빚는 소박한 예술 놀이

취미 동아리 탐방…샌버나디노 '예술사랑' 도예교실

LA·코로나 등 곳곳서 모여
소풍 나온 기분으로 취미생활
흙 빚고 구우며 자연과 하나


여가를 활용한 취미 활동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간단한 만들기 모임부터 전문적인 사진, 아트, 캠핑 모임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탈출해 새로움에 도전하는 능동적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LA를 중심으로한 동아리 모임에는 취미활동의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찾아가 봤다.

도예교실이 전원에 있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했다. 흔히 취미교실하면 사방이 막힌 딱딱한 교실에 앉아 적당히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을 상상하지만, 산과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열리는 동아리 모임은 호기심 어린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다.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샌버나디노에 '예술사랑'이란 작은 나무 간판이 보였다. 야트막한 지붕들이 가을 햇살에 노랗게 익어가는 정겨움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오두막같은 곳에 여러 명의 중년 여인들이 바삐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빚고 있었다. 팔뚝 크기 정도의 예수 십자가상을 흙으로 열심히 빚고 있었다. 작품의 주제가 그래서인지 선 하나하나 빚어나가는 손길이 경건하게 보인다.

방문객의 부시럭거리는 인기척을 듣고 회원들은 반가운 인사를 건네 주었다. 집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어느새 친근한 친구들이 된 듯 익숙한 일상의 대화들이 오갔다.

LA, 코로나, 다이아몬드바, 클레어몬트 등 곳곳에서 모인 회원들은 취미교실에 온다기보다는 하루 소풍 나온 행복한 여인들 같았다. 원래 정해진 수강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3시간 정도이지만 아예 하루 종일 머물다 떠난다고 한다. 도자기를 빚다가 점심도 함께 나누고 숲 속에서 차도 한 잔 마시며 시냇물에 발도 담그는 여유를 만끽한다.

도예 회원인 최윤희씨(가명)는 "이런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가을엔 한가득 핀 꽃들도 보고, 겨울엔 하얗게 내린 눈도 볼 수 있어요. 예술을 즐기며 아름다운 옷을 입는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죠" 라고 달뜬 모습으로 말할 때 은근히 그 여유가 부럽기까지 했다.

도예교실 옆에는 작은 아트 갤러리가 있다. '예술사랑'의 주인장이자 조각가인 김성일씨가 주관하는 작품 전시장이다. 정말 특이한 것은 그 넓은 공간을 김성일씨 혼자 짓고, 다듬고 해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 공간 안에는 작은 팬션, 캠핑장, 야외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계속 혼자서 공사 중이라 아직 어수선한 느낌은 있지만 놀라운 작업이다. 역시 미술가인 그의 아내 김홍비씨는 예술사랑을 '놀이터'라고 표현한다"며 "우린 상업적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우리가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신명나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저희 남편이 이렇게 판을 벌였답니다"고 말했다.

뚝딱 뚝딱 만들어낸 공간들을 돌아보는 사이 점심이 준비됐다는 낭낭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예 회원들이 손수 준비해온 쟁반 메밀국수였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국수 샐러드를 후루룩 한 접시 비워냈다. 예술사랑 안주인이 방금 삶은 오리알을 얹어 먹으니 더 별미였다. 뒷마당엔 오리들이 한무리다. 오리알을 계란처럼 먹을 수 있음이 신기했다. 점심을 먹는 동안 대화꽃이 피었다.

유난히 웃는 모습이 예쁜 이엘리씨는 넘치는 행복감을 소감으로 풀어냈다. "은퇴 후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만나게 되었어요. 우두커니 집에 있거나 쇼핑 가거나 하는 무료한 생활이 아니여서 너무 좋아요. 아침에 도예교실에 도착하면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커피 한 잔으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열심히 땀 흘리며 도자기를 굽고 함께 모여 수다로 피로를 날려요. 시집 식구 흉도 보고 자식들 얘기도 하고 시간가는 줄을 모르죠. "

보통 예술사랑 도예교실은 12주 코스로 진행된다. 잘 빚어낸 도자기들은 뒷마당에 있는 가마에서 구워 작품으로 완성된다. 만들어낸 작품들을 판매하는 상설 전시장도 운영되고 있다. 성인이나 아이들의 1일 도자기 체험반도 있다. 매 주 화요반과 토요반이 열리고 있고 전문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과 퍼포먼스 전시도 이루어지고 있다.

보람있는 여가 선용은 새로운 도전의 명제가 있어야 한다. 배움과 더불어 인생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시간과 자연이 벗으로 다가온다.

글·사진=이은선 기자

◆예술사랑 도예교실

▶시간 : 매 주 화/ 토요반 오전10~1시

▶수강내용 : 코일링, 판작업 / 몰딩, 테라코타 작업 / 물레성형, 유약만들기, 가마 소성하기

▶수강료 : 180불 (재료비 별도)

▶예약처 : 909-573-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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