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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소 가득…'신토불이' 행복한 밥상

실버 레이크에서 만난
시골 텃밭 탐방기

무공해 나물·효소까지 건강식
조물조물 무친 나물 한접시
본래의 맛 살려 감칠맛 더해


15번 도로를 타고 달리다 빅터빌 분기점에서 66번 국도로 빠져나오면 황량하기 그지없는 모하비 사막을 만나게 된다. 풀뿌리 조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누런 회색빛 돌사막 사이로 띄엄띄엄 눈에 띄는 집들은 허름하고 건조해 보여 아담한 텃밭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조차 들었다.

"저희 집에 한 번 와보세요. 유기농 텃밭에 한국에서 건너온 온갖 채소들이 다 있어요." 라고 귀띔해 준 독자의 집을 성큼 찾아나서는 길이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진초록의 푸성귀가 적잖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취재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도무지 그 초록 밭이 나타날 것 같지 않은 사막을 10여 마일 달린 끝에 믿기 어려운 풍경을 만났다.

엄청난 오아시스였다. '실버 레이크'. 두 개의 커다란 호수 사이로 그림 같은 마을이 나타났다. 짙푸른 호수가 바로 앞마당인 집들이 한가롭게 들어서 있었고 독자의 집도 거기서 찾을 수 있었다. 벌써 부엌에선 안주인 남기자씨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주방 테이블엔 온갖 종류의 푸성귀가 가득 놓여 있었다. 그 싱그러운 빛깔에 더위도 잊은 채 슬슬 시장기가 돌았다.

고기 먹을 때 그저 쌈으로만 먹었던 치커리가 나물 반찬으로 변신했다. 밭에서 바로 뜯은 치커리를 씻은 후 뜨거운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냈다. 거기에 고추장 약간, 마늘, 간장, 참기름, 효소를 넣어 조물조물 무치면 치커리 나물 한 접시가 뚝딱 등장한다. 생으로 무친 겉절이는 치커리의 쌉싸름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데친 나물은 오히려 달콤한 맛이 난다. 채소 본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추장도 소량만 넣기 때문에 감칠맛이 더하다.

덩굴에 늘어져 있던 늙은 오이도 누런 껍질을 싹 벗어버리면 깔끔한 흰빛으로 청순한 맛을 낸다. 오이 속살을 소금에 살짝 절여 고추장 약간, 마늘, 효소, 참기름에 무치면 상큼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입을 시원하게 한다. 갓 따온 호박도 뚝뚝 썰어 양파와 함께 기름에 살짝 볶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똑, 깨 송송. 물컹할 것 같은 호박 볶음이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달콤하고 맛있다.

처음 먹어보는 나물은 질경이 무침이었다. 민간에서 약초로 쓰이는 질경이를 반찬으로 먹어보긴 처음이었다. 질경이는 씁쓸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삶아서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놓는다고 한다. 그래야 그 아린 맛이 씻겨져 나간다. 물기를 꼭 짠 질경이 잎에 마늘, 간장, 효소를 넣고 달달 볶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산나물 맛이다. 약이 된다니 젓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뒷마당은 텃밭으로 가득 찼다. 볕이 좋은 마당 한 켠엔 빨간 고추가 널려 있고, 빨간 소쿠리엔 대추가 하나 가득 담겼다. 정겨운 시골의 풍경이 가득했다. 바람도 선선히 불어 나무 평상에 밥상을 차렸다. 안주인이 미리 담가놓은 깻잎 장아찌, 마늘종, 총각김치, 열무김치 등이 가세하니 푸짐한 시골 밥상이 배고픈 객을 반겼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들이라 연하고 야들야들하게 입에 감겼다. 고기 한 점이라도 얹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도시 밥상에 익숙한 입맛이었지만, 고기 한 점 얹지 않고도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점심 밥상이었다. 거기에 안주인의 넉넉한 인심으로 마음마저 흐뭇한 한낮의 성찬이었다.

"효소도 많이 만드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한 마디에 마당을 채울 만큼의 효소가 쏟아져 나왔다. 새비름(비듬), 미나리, 바나나, 석류, 자두, 파인애플, 감, 오렌지, 복숭아, 배…. 온갖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효소들이 즐비했다. 새비름 효소를 물에 타서 시음해 보았다. 약간 약의 기운이 도는 맛인데, 달콤해서 먹기 좋았다. 잡초로만 여기던 새비름의 효능이 최근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만성 대장질환에도 장복하면 효과가 있고, 발암물질을 분리하는 특수한 효능도 가지고 있다. 피부를 깨끗하게도 하고 종기나 상처에도 효험이 있다.

채소나 과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잘 말린 다음 설탕과 내용물을 1:1의 비율로 섞어 담으면 간단하게 효소 완성. 보통 3개월 정도 숙성되면 먹을 수 있지만, 3년 이상 숙성돼야 설탕이 모두 분해되므로 당뇨환자에겐 오랜 숙성을 거친 효소가 더 좋다고 안주인 남기자씨는 말했다. 본인도 당뇨에 많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나무에서 직접 석류를 따서 만든 '석류 효소'는 빛깔도 고와 꼭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뽕나무로 끓인 차도 구수하고 시원했다. 뽕나무는 뿌리부터 줄기, 잎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없이 약이 되는 식물이다. 역시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중금속을 배출해 주며, 골다공증도 예방해 준다. 특히 뽕잎은 독성이 없어 수시로 복용해도 해가 없다고 한다.

실버 레이크의 안주인은 길 떠나는 객에게 텃밭에서 솎아낸 풋배추로 담은 김치를 한 보따리 챙겨 주었다. 금방 딴 고추, 석류, 호박잎까지 받아들었다. 먼 이국 땅에서도 이런 시골의 정겨움이 살아있다는 것이 참 살갑게 느껴졌다.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려낼 수 있다면 내 가족에겐 더할 나위 없는 건강의 선물일 것이다.

가을로 가는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시골 밥상의 정취를 일상에서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하나 챙겨 도시로 발길을 향했다.

글·사진=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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