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사막에서 열매 맺는 유기농 텃밭

고추·오이·호박이 주렁주렁…"매일 전원일기 씁니다"
모하비서 만난 김정한 목사의 텃밭

오이 등 30여 종 채소들 텃밭 가득
이웃과 수확물 나누며 온정 풍성
자갈 걷어내고 흙덮어 옥토 조성


최근 한국 종자를 들여와 재배에 성공하는 농장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필란(Phelan)' 지역에선 대규모 과일농장들이 성업 중이다. 토양이 한국과 맞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요즘 한국 종자로 텃밭을 일구는 가정도 늘고 있다.

사막에도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안고 김정한 목사의 텃밭을 찾았다. 은퇴 후 정착한 모하비 사막의 실버 레이크. 사막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푸른 마을이었다. 여름철엔 매우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세차게 내리는 비가 강을 이루는 곳이다. 이 사막은 땅 밑으로 물이 흘러가기 때문에 작은 오아시스 지역에 지하 강물을 끌어올려 엄청난 넓이의 인공 호수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막이지만 물이 풍부하다.

김목사는 온통 자갈밭인 땅에 텃밭을 일구기 위해 70cm 정도의 깊이로 땅을 파냈다. 거기서 나온 자갈로 앞마당을 꾸미고 일부는 지압용 오솔길을 만들었다. 돌을 다 솎아낸 땅에 흙을 덮고 천연 비료를 주어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흙으로 바꾸었다.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천연 비료는 매주 LA에서 공수하는 한약 찌꺼기가 그것. "작은 농사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흙입니다. 뿌리 채소는 '가리' 성분이 필요하고, 잎 채소는 '질소', 줄기 채소는 '인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잘 맞춰서 흙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김목사는 천연 거름으로 땅을 솎는데 정성을 쏟았다. 사막은 토양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한 해 심으면 그 다음해엔 다른 곳에 옮겨 심어야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도 특히 마늘과 무가 매우 잘 자란다. 소쿠리에 담아놓은 마늘은 크기도 크고 단단하다. 텃밭엔 고추, 오이, 가지, 호박, 부추, 치커리, 취나물, 돋나물, 들깨, 근대, 쑥갓, 아욱 등의 채소가 자라고, 토마토, 참외, 석류, 대추 등도 주렁주렁 열렸다. 30여 종 이상의 채소들이 텃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종자는 물론 한국에서 들여왔다. 흙을 잘 만들어주면 대체로 잘 자라지만, 통배추 농사는 잘 안 된다고 한다. 주로 푸성귀에 해당하는 열무나, 풋배추가 매우 잘 된다. 약재에 해당하는 도라지, 당귀, 황기, 더덕 등은 기후가 맞지 않아 사막에선 수확하기 어렵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밭에 일구는 품종들이 정리가 된다.

워낙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텃밭 작물이라 모양은 마켓에서 파는 것만큼 윤기나는 것은 아니지만 맛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채소 조차도 달다. 김목사의 한 살배기 손녀딸은 밭 사이를 아장아장 걷다가 고추 하나 뚝 따서 익숙한 듯 쓱 베어 문다. 도무지 도시 아이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추도 따 먹고 토마토도 따 먹고…. 텃밭에서 발견한 자연친화적 유기농 육아법이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 해도 유기농에 대한 지식과 농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야 한다. 김목사는 한국에서부터 오랫동안 유기농 농법에 익숙한 터라, 사막 땅도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이젠 어떤 농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식물과의 일체가 생활이 되어 그냥 지나만 가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식물과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농부는 그냥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상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함께 호흡하듯 들여다보면 절로 잘 자라게 되죠."

씨를 뿌리고 싹이 나면 잎을 솎아주는 작업이 농사의 반이다. 새 잎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어린 잎을 솎아내면 풍성하게 자랄 수 있다. 이때 솎아낸 잎들은 찬거리로 훌륭하다. 고추는 물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많이 주면 탄저병에 걸리기 쉽고 너무 적게 주어도 쉽게 말라 버린다. 적당히 촉촉할 정도로 물을 살펴야 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병충해지만 김목사는 진딧물 같은 것은 그냥 놔둔다고 한다. 큰 해를 입히는 맹충만 잡는다. 동물들에게 해를 입지 않을 만큼의 낮은 울타리만 쳐놓고, 지나가는 새도 먹고 다람쥐가 먹어도 개의치 않는다.

김목사의 농사 철학은 오직 나누는 데 있다. "농사를 짓다 보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이 많은 것들을 나 혼자 어떻게 먹습니까. 이웃에게 필요한 것을 나눠주면 정도 쌓이고 마음도 기쁩니다." 매주 작은 예배를 함께하는 이웃들은 푸짐한 밥상도 나누고 수확물도 선물로 받아간다. 때로는 씨앗도 나누고 모종도 나눠 심는다. 내 밭에 없는 것을 다른 이의 밭에서 얻다 보면 정말 없는 것이 없는 먹을거리 장터가 된다.

사막에서도 자라는 유기농 텃밭. 심는 이의 정성이 담기면 건강과 나눔이라는 풍성한 삶이 덤으로 주어지는 기름진 땅이었다.

글·사진=이은선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