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화 '감기'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 아니다

감염내과 알렉스 김 전문의

악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조류독감)에 감염된 밀입국자로 인해 도시 분당의 주민들이 순식간에 감염되어 36시간 안에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치사율이 거의 100%이다. 지금 한국과 LA에서 동시 상영되고 있는 영화 '감기(the flu)'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세인트빈센트 병원 알렉스 김 감염내과 전문의에게 들어봤다.

-독감시즌 때마다 새로운 이슈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영화 얘기인데 혹시 보셨나?

"그렇지 않아도 보았다(웃음). 10여 년 전쯤에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데 더스틴 호스만이 나오는 미국영화 스토리가 생각났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수입하는 사람이 병에 걸렸고 병을 옮긴 원숭이는 도망갔다. '감기'처럼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그 마을사람들이 같은 증세를 보이자 CDC(연방질병통제예방국)가 마을을 패쇄 소멸시키려하는 와중에서 우여곡절 끝에 원숭이를 찾아내 거기서 항체를 뽑아내는 해피엔딩이 비슷하다. 그러나 감염전문의로서 느낌은 달랐다. 그때는 보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어었는데 이번엔 겁이 났다. 그만큼 피부에 닿았다. 가능할 수도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끼리 감염되면 매우 위험



-나 역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염속도 3초, 사망율 100%의 바이러스가 가능하단 얘긴가?

"감염 의학계에서 무서워하는 것은 감염속도나 사망률에 앞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다. H5N1 식으로 H와 N으로 표시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는 말그대로 새들끼리만 전해져왔는데 4~5년 전부터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이 발견됐고 최근에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그것도 닭이나 오리, 새와의 접촉없는 케이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에서 도심지 부부가 함께 감염된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일단 이 바이러스가 사람끼리 감염되면 사실상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왜 그런가. 수 시간만에 피를 토할 정도로?

"그 부분은 드라마타이즈로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지 그렇게 빨리 각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테리아와 달리 공기전염이기 때문에 숨 한번 쉬고 기침 한번 할 때마다 바이러스가 나와 사방으로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그만큼 감염이 빠른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바이러스 자체는 일종에 생명체이기 때문에 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왔을 때 적응기간이 어느 정도 걸린다. 현재로서는 2~7일 잠복기다. 독한 바이러스 변종이라 해도 이틀정도가 걸린 다음에 호흡기 마지막 기관인 폐의 실핏줄을 파괴시켜 각혈을 일으키게 된다. 영화에서 처럼. 지난해 독감 사망자들도 결국은 폐렴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도 사망율 50%

-그 말은 독하게 변종되도 증세는 같다는 얘기로 들린다.

"맞다. 기본적으로 열 나고 기침하면서 목이 붓고 폐렴으로 된다."

-주인공 남성은 카우보이 식으로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는데 마스크가 필요한가.

"공기 전염이기 때문에 기침할 때 침이 튀는 걸 손수건으로 가리는 것만 해도 도움이 된다. 그만큼 입과 코 즉 호흡기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손도 깨끗이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알아야 하는 것이 사람이 두세명이라도 함께 모이는 곳은 가지 않아야 한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일단 걸리면 치사율은.

"현재 조류독감 진단이 내려지면 사망률을 40~50%로 본다. 다른 병에 비해 상당히 높다. 감염의학계에서 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영화처럼 '걸리면 다 죽는다'까지는 아니어도 변종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치사율도 더 높아질 가능성 충분하다."

-감염자의 혈액이 치료 효과있나?

"미국 영화에서도 감염된 멍키의 혈액을 뽑았는데 감염 전문의로 볼 때 말도 안된다(웃음). 감염된 사람의 피를 넣었다고 해서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혈액형이 안맞을 경우 그대로 사망이다. 백신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 적어도 4~6개월 걸린다. 올해 독감 백신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지난해 후반부터 전세계의 자료들을 근거로 변종을 예상하여 만든 것이다. 예측이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적중률이 아주 낮을 수도 있고 어느 해는 80% 이상으로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예측불허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심하게 창궐하면 영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 예상도

-발생했을 경우 전세계로 번질 수 있나?

"도시를 폐쇄시킨다고 해도 원숭이처럼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몇년전 타이완에서 외국인들을 10일씩 호텔에 투숙시킨 다음 증세가 없을 때 나갈 수 있게 했는데 그것으로 감염을 100% 막는다고 할 수 없었다. 이곳 미국에서도 독감이 심하게 돌면 우리와 같은 감염전문의에게 가이드 라인을 물어 오곤 한다. 그래서 비행기나 배에서 내리는 외국인의 체온을 재는 등 검열을 실시하기는 하지만 글로벌시대에 완전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말 지독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는 국가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막기 위해 감염의학계에서 지금도 계속 연구 중이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웃음). 올해 독감 예방주사 꼭 맞기 바란다."

김인순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