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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파스타·토르티아…고추장 앞에 맛의 국경 없다

칼칼한 맛으로 식욕 돋우는 '고추장표' 음식들

예전에 국제선 기내에서 가진 식사 때의 일이다. 옆에 앉은 미국 할머니가 비빔밥을 주문했다. 신기한 듯 비빔밥을 받아든 그 할머니는 일회용으로 포장된 참기름과 고추장을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다. 함께 넣어서 비벼 먹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과연 고추장의 맛을 좋아할 지가 은근히 걱정됐다. 썩썩 비벼 몇 수저 뜨더니 맛있다고 미소 짓는 미국 할머니. 그 때 그 모습에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 입맛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한국 고추장. 서양 요리가 고추장과 만나면 어색하지 않고 한국적인 맛으로 변신시켜 주는 재주를 가졌다. 돼지고기나 오리 고기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만나며 특유의 냄새를 없애주는 효과도 발휘하고, 특히 고추장의 빨간색은 식욕을 돋구어 준다. 발효식품인 고추장과 치즈는 서로 국적은 달라도 섞이면 오히려 깊은맛을 낸다.

고추장은 메주가루와 질게 지은 밥이나 찹쌀을 익혀 버무린 뒤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담근 우수한 발효식품이다. 콩으로부터 얻어지는 단백질과 구수한 맛, 쌀에서 얻어지는 당질, 고춧가루의 붉은 색과 매운맛이 어우러진 한국만의 전통 식품이다. 조선시대에 전해진 고추가 된장을 담던 콩 가공 기술과 만나 어우러진 일종의 퓨전 식재료다.

◆고추장 토르티아 랩 샌드위치



베이컨, 양파, 표고버섯을 1㎝ 두께로 자른다. 팽이버섯은 모양을 살려 다듬고, 로메인 상추를 얼음물에 담가 둔다. 토마토는 꼭지와 속을 제거하고 얇게 저민다.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베이컨, 양파, 팽이버섯,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소금, 후추 밑간을 하고 피자 치즈를 넣어 살짝 버무린다. 고추장, 올리고당을 잘 섞어 고추장 소스를 만든다. 토르티아에 고추장 소스를 바른 뒤 로메인 상추와 토마토, 볶아놓은 베이컨·버섯을 넣고 말아준다.

토르티아의 느끼한 맛에 고추장을 사용하면 개운함을 준다. 재료가 복잡한 서양식 소스보다 더 간단하고 버섯도 고추장의 맛과 잘 어울린다.

◆궁보계정

닭고기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큼직하게 썰어 소금,후추로 밑간을 한 뒤 달걀흰자, 녹말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120도의 포도씨유에 닭고기를 튀긴다. 피망, 대파, 건고추를 닭고기와 비슷한 크기로 썰고, 땅콩은 껍질을 벗겨 둔다. 통마늘은 얇게 자른다. 맛술과 고추장·올리고당을 잘 섞어 고추장 양념을 만든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건고추를 살짝 볶아 향을 낸 뒤, 튀겨놓은 닭고기와 땅콩, 피망, 대파를 넣고 볶는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고추장 양념을 넣고 잘 섞은 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접시에 담는다.

닭고기는 가슴살을 사용하는 게 좋다. 튀김 온도가 높지 않아야 촉촉하게 튀겨진다. 집에서 튀김요리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워도 된다. 구울 때는 녹말가루를 입히지 말고, 소금·후추 밑간만 한다.

◆파스타 덮밥

끓는 소금물에 펜네(파스타)를 넣고 약 8분간 삶는다. 가지, 호박, 적양파, 양송이 버섯을 모양대로 얇게 썬다. 아스파라거스는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자르고, 토마토는 큼직큼직하게 자른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얇게 썬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여기에 가지, 호박, 적양파, 양송이 버섯을 볶고 소금·후추 간을 한다. 여기에 펜네, 토마토, 고추장,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볶아 덮밥소스를 만든다. 접시에 밥과 덮밥소스를 담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낸다.

토마토도 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는 재료다. 새콤한 맛이 고추장과 잘 어울리는 데다, 색이 빨간색이어서 어린이용으로 고추장을 적게 써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토마토 홀은 통조림 제품을 사서 써도 되고, 직접 만들어도 된다. 완숙 토마토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껍질을 벗겨 사용한다.

[요리 수첩]
17세기부터 장으로 담가


◆고추장 이야기

고추장은 우리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향신 조미료다. 고추가 전해내려오기 전에는 산초나 호초(후추) 등을 이용해서 매운맛을 내는 '초장'을 만들어 먹었는데, 고추가 들어오면서 고추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쓰네야 세이후쿠의 '조선개화사'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 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독살하기 위해 고추를 가져왔으나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17세기 후반부터 고추를 가루로 내서 장으로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정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고려말~조선 초에 고추장이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지역인 전북 순창에 있는 '만일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위해 무학대사의 말을 듣고 1만 일 동안 불공을 드린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비석에 적힌 글을 통해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인근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맛본 후 환궁한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도록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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