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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칼로 둔갑해 울고 있는 '조선도'

스미소니언 박물관 수장고서 발견

조선의 칼이 미국 최대 박물관에서 일본, 중국 장군의 칼로 한세기가 넘도록 잘못 분류되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 기반의 한국 문화연구 비영리단체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KAS·회장 로버트 털리)는 지난 9일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NMNH)의 수장고를 방문, 일본·중국 무기고에서 조선의 도(刀)로 추정되는 칼 2자루를 발견했다. 도는 한쪽에만 날이 있는 칼이다.

KAS의 로버트 털리 회장은 현장에서 찍은 18장의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사진 속 유물번호를 NMNH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했다. 이중 중국 무기고에 보관중인 짧은 도는 1908년 2월19일 미육군의 어헌 대위(Capt. Ahern)이 기부한 '중국 장군도(CHI GENERAL)'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긴 칼은 일본 무기고내 유물로 1941년 5월23일 매리 E. 맥스웰이 기증한 '일본 장군도(Japanese General)'로 구분되어 있다. 칼들은 각각 검신이 26인치(66cm), 30.75인치(78cm)로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도의 한국 유물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 경인 미술관의 조선도검 전문가 이석재 관장에게 문의했다.

이 관장은 "두 자루 모두 18세기 조선 후기의 우리 문화재"라고 확신했다. 첫 번째 도는 전쟁터에서 실제 사용된 전투용 칼인 '흑칠황동장소환도'로 감별됐다. 그 이유로 ▶검삼병(칼날이 손잡이 길이의 3배) 형태 ▶칼집의 저피(돼지가죽을 무두질한 것) ▶위 아래의 황동 장식 ▶곡률 없는 각진 칼날로 꼽았다.

두 번째 도는 당상관 이상의 고위직 고관들에게 하사 된 의전용 '주칠은장옥구보도'로 감별됐다. 규격, 외형, 장식 모든 면에서 조선의 군기감에서 직접 제작한 의전용 관제보도의 전형적 양식을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옥으로 만든 코등이(칼자루와 칼날 사이를 구분하는 둥근 테)는 조선도검의 특징 중 하나다.

미국 박물관의 전문적 지식 부족으로 조선도가 중국 혹은 일본의 것으로 둔갑될 수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두자루의 도의 최근 기록이다. 각각 2013년과 2007년에 관련 기록이 갱신됐지만 여전히 조선의 것으로 판명되지 못했다.

이 관장은 "해외에서 우리 문화재가 국적을 잃고 잠자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사례를 추적하고, 파악하는 작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재청 산하 '국외문화재팀'에 따르면 2012년 현재까지 미국내 한국 문화재는 4만2293점으로 해외 소장된 문화재수로는 일본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이중 한국 정부가 전문가를 직접 파견해 한국 유물인지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실사 작업을 마친 수량은 4676점으로 11.05%에 불과하다.

올해 초 중앙일보가 탐사보도 '코리안 아트 보고서'로 제기한 국적이 뒤바뀐 미국 내 한국 문화재 현주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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