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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의 사춘기

전주형 심리상담가

예로부터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의 숭고함은 각종 문학이나 예술, 미디어를 통해 많이 다뤄져 왔을 만큼 우리 사회에 크게 인식돼 왔다. 또한 시간이 흘러 장성한 자녀들이 떠난 후 홀로 외로이 남은 어머니의 모습도 사회에서 도와야 할 문제로 여길 만큼 어머니의 자리는 고귀하고 신성한 위치로 여겨졌다.
그에 반해 아버지라는 위치는 상대적으로 어머니보다 낮게 평가됐다. 아버지의 숭고함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도 있었지만 대부분 바쁜 일로 가정에 무심한 아버지, 술과 도박에 찌들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그리고 부정을 저질러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아버지의 모습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갱년기 여성의 우울증은 이해 받을 수 있고 주변의 격려와 사랑이 요구되는 병으로 인식 되는 반면, 중년 남성의 때아닌 신경질적 반응과 감정 변화는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남성은 자신의 경제 활동이나 진행 중인 일의 성과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매긴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두 어깨에 가정이 달렸다는 가장의 책임감에 의해 그들로 하여금 경제 활동을 통한 자신의 가치를 찾게 한다. 그 가치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그 가치를 인정 받을 때 남성은 비로소 아버지란 자리에 대한 만족감과 기쁨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중년을 넘어서면서 퇴직의 순간이 다가올 때 즈음, 남성은 때 아닌 사춘기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껏 자신의 가치를 찾아온 일이 사라진다는 두려움과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듯한 스스로를 대면하는 일이 그들에게 극심한 감정기복과 신경질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퇴직 후의 재정 문제 또한 가정 내의 불화를 일으키기도 하기에 그들은 거기서 또 한 번 좌절하고 가정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의심하게 된다.

갑자기 쉽게 짜증내고 돈에 민감해진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집에 있으면서 화만 내고 짜증만 내냐고 비난하는 자녀들과 아내. 이런 상황 속에서 아버지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가족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지난 날의 희생을 억울해 하고 허망해 하게 되는 것이다. 중년 남성의 사춘기는 비단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남자는 늙을수록 애가 된다는 말이 있듯, 더 이상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해 예민해지는 아버지의 사춘기는 전에도 항상 있던 일이다.



아버지의 사춘기를 슬기롭게 넘기게끔 돕는 일은 바로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다. 현 상황에 관계 없이 가장이란 자리를 인정해주고 확인 시켜주는 격려와 대우가 요구되며, 퇴직을 맞아 시간이 많아진 남성이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혹은 사회에 돌려줄 재능기부 및 봉사활동을 찾는 것 또한 중년 남성의 사춘기를 지혜롭게 극복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가장으로서의 긍지와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이나 행동은 그들로 하여금 더 가정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됨을 인지하고 아버지가 가장으로서 희생한 시간과 사랑의 숭고함을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들의 갑작스런 짜증이나 행동에 비난 하기보단 위로와 격려를 해보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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