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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만난 환자들의 3가지 에피소드

김영기

미세스M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 달 어깨와 허리가 몹시 아파서 부부가 함께 기치료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었지요. “남편하고 저하고 이어서 예약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제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현재 예약스케줄이 되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함께 시술을 받기는 힘들 것 같네요.” “그럼 먼저 남편부터 예약을 잡아 주세요.” 목소리가 치료마사지 예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큰 맘 먹고 보름쯤 크루즈 여행을 가려고 예약을 하는 것 같이 신이 나있습니다. 듣는 저도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증세가 시작이 되었다고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어머니를 모시고 온 미세스E가 방문했습니다. 연세가 90세가 다되신 노인에게서 두려움의 냄새가 물씬 납니다. “연세가 드셨으니까, 기력이 떨어질 때 정신력이 흐려질 수가 있습니다.” 시술이 들어가면서 목덜미 주변에서 꼬리뼈까지 가랑비 적시듯이 ‘기’를 쏟아내면서 메마른 등줄기에 생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봅니다. 약간의 탈진 기운을 느낄 정도로 기샤워를 하고는 전신의 혈을 부드럽게 쓸어드리니 얼굴에 화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시술 도중에 이 만큼 변화를 보일 정도면 상당한 호전을 느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술이 끝나고 나온 어머니에게 따님이 다그칩니다. “주소 말해보세요. 몇호실인지 말씀해보세요. 생년월일은요?” “아, 이제 정신이 좋아졌다니까? 더 치료 받으면 아주 좋아질 거야. 내 걱정하지 마라. 내게 부담없이 네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델리를 하고 있는 H씨가 어깨와 목이 아파서 방문했습니다. “이 정도 아픈 것은 그러려니 하고 견뎌왔어요. 제 주변에는요, 어지간히 쑤시고 아파도 의례 그런 거라고 다들 그냥 지네요. 그러다가 너무 아파서 왔어요.” “그런데 웃고는 계시는데 입만 웃고 계시네요. 어디보자, 안면근육이 이렇게 굳어있는데 제대로 웃을 수 있나.” 시술이 끝나고 한결 몸이 가볍다고 기뻐하면서 주말 밖에는 시간을 낼 길이 없다고 다음 주말에 예약을 하고 가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만나는 분들은 ‘기를 쓰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고 저는 ‘기’를 풀어서 치료마사지를 하는 데 적용을 합니다. 이른 아침이면 두 시간 남짓을 전신에 ‘기’를 돌리고 온몸이 맑게 깨어나도록 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게 됩니다. 몸의 조시를 읽고 ‘기’를 풀고 모으면서 사용할 ‘기운’이 정순해져 있는지 점검을 합니다. 선도수련과 기공으로 풀면서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충일한 기운으로 심신이 조화와 평화를 가지고 뿌듯하게 공명을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에 만족을 하고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하루 일정을 준비합니다.
제게 방문하는 분들은 모두 나름대로 사연과 기대를 가지고 정해진 시간에 약손마을을 방문할 것입니다. 기대는 각별할 것이고, 저는 ‘기‘를 쏟고 회복을 도울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전쟁터로 나서는 것과 같이 치열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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