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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정상 회의록과 케네디 보고서

김창준/전 연방항원의원

북방한계선(NLL)은 남북한 사이에 설정된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이다. 1953년 8월 30일 처음 설정된 이래 1973년까지 북한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사실상 서해상의 남북한 해상분계선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던 중 북한은 1975년 NLL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이의제기에 "정전협정 문구와 정신을 위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유엔사는 그후에도 여러 차례 NLL이 지난 40년간 남북한 쌍방이 인정하고 지켜온 해상경계선이란 점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은 NLL을 지난 46년 동안 인정하다가 돌연 1999년 9월 현재 NLL로부터 대한민국 깊숙이 남쪽으로 내려와 기존의 대한민국 영토로 돼있는 3개의 섬(연평도, 백령도, 대·소청도)까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을 곳은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선포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런 주장을 단호히 일축했다. 그런데 지금 엉뚱하게도 한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NLL 관련 발언 녹취록으로 떠들썩하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1963년 11월 22일 오후 12시30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35대 존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은 미국 근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다. 미국에서는 보통 암살 같은 중요한 조사 내용은 50년 뒤에나 공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관한 흉흉한 얘기들이 나돌면서 미 의회는 케네디가 암살된 지 29년 만인 1992년 소위 케네디 암살조사서류공개법이란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의회는 암살기록검토위원회을 구성하고, 위원회가 조사결과를 2017년 10월 26일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문제는 보고서가 모두 50만 페이지인데 그 중 10%인 마지막 5만 페이지에 대해 중앙정보국(CIA)이 공개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정치권은 다소 시끄러웠었다. 사실 대다수 미국인은 케네디가 암살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 그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다. 오히려 10% 자료마저 다 공개하자는 의회 일각의 주장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결국 이 문제는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은 어떤가. 어떻게 공격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할지만을 생각할 뿐,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더 자세히 알리고 싶은 의도에서 싸우는 건 아닌 것 같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그려놓은 경계선과 NLL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는 김정일 주장을 노 대통령이 수락했는지가 뭐 그리 중요한지 국민들은 더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NLL은 유엔이 설정한 우리의 해양경계선이라 김정일이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40명의 젊은 대한민국 군인들이 목숨을 바치며 결사적으로 지켜온 우리의 국토 방어선이다.

다행히 여당과 야당 의원 각 5명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상하게도 대화록 원본이 없어졌다는 보도다. 무슨 탐정소설을 읽는 것 같다. 싸움은 더 격렬해지겠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영토를 지키려는 결연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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